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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림 Jul 24. 2018

평범한 당신에겐 드라마가 있다.

영화 '아마데우스' 리뷰


영화 ‘아마데우스’의 주인공이 누구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차르트’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아마데우스’의 진짜 주인공은 살리에르다. 살리에르라는 캐릭터 없이는 ‘아마데우스’란 영화 자체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차르트의 캐릭터만으로는 어떠한 극도 완성될 수 없다. 극의 주인공의 필수 조건이 그에겐 없기 때문이다. 극의 주인공은 드라마틱한 무언가를 갖고 있어야 한다. 물론 모차르트에게는 천재성이 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그 뒤에 오는 고난과 역경 그리고 그것을 극복한 이야기가 없다.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천재성을 가진 주인공의 경우 베토벤처럼 청력을 잃는 정도의 고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으로써 다시 일어난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실제 ‘모차르트’의 삶은 그러한 고난이 없었다. 물론 가난 때문에 겪었던 어려움은 있었지만, 그것을 음악으로 극복하진 못했다. 그저 그의 천재적인 음악들이 지금까지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러기에 그의 음악은 더없이 매력적이지만, 그의 이야기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그런 이유로 살리에르가 등장한다. 실제 살리에르가 모차르트에게 열등감을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영화 속에서는 모차르트에게 엄청난 열등감을 갖고 있는 인물로 나온다. 살리에르는 모차르트처럼 음악으로 자신을 이끌어줄 아버지가 없었다. 평범하게 태어났지만 기적적으로 음악을 배우고 노력해서 궁정 작곡가가 된다. 


이것 자체에 드라마가 있다. 하지만 살리에르는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재능을 갖고 있는 모차르트라는 큰 역경이 그를 기다린다. 살리에르는 모차르트를 무너트리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그의 재능을 가장 많이 인정하고 동경한다. 그리고 이 복잡한 몸부림에는 드라마가 있다. 비록 그 끝이 비극일지라도 말이다. 그러기에 ‘아마데우스’라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주인공은 살리에르다. 


나는 글을 쓰는 직업을 갖고 있다. 많은 분야에서 그런 고민을 하겠지만, 글을 쓰는 사람들은 거의 매일 하는 고민이 있다. ‘내가 재능이 없나?’이다. 매일매일 글을 쓰는데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할 때, 그걸로도 모자라 퇴보하는 느낌이 들 때, 고통스럽다. 이젠 포기할 때가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럴 때면 나는 아마데우 속 ‘살리에르’를 떠올린다. 


마지막 장면에 살리에르는 말한다. “나는 보통사람의 대변인이다.” 나는 이것이 이 영화의 주제라고 생각한다. 보통사람인 살리에르에게 드라마가 있었듯, 재능이 탐탁지 않은 나에게도 드라마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나는 수많은 의문에도 불구하고 다시 글을 쓴다.


그래서 나는 모든 평범한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평범한 당신에게는 ‘드라마’가 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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