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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림 Dec 12. 2021

옷소매 붉은 끝동, 광한궁은 왜 필요한가?



‘옷소매 붉은 끝동’ 클립 영상을 보다보면 광한궁높은 비중 차지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쏟아진다. 원작에 없는 내용이 등장해 이산과 성덕임의 사랑이 뒤로 밀려난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큰 것 같다.


시청자로서 ‘옷소매 붉은 끝동’을 아주 재밌게 보고 있고, 10화인데 사귀지도 않고 이마 키스라니 전개가 느린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또한 9, 10화에 이산과 성덕임이 붙는 씬이 별로 없어 아쉽기도 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광한궁은 이 드라마에서 꼭 필요한 설정이라고 믿어의심치 않는다.


그 이유에 관하여 설명하려면 먼저 매체에 대한 설명이 선행되어야 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옷소매 붉은 끝동’의 원작은 웹소설이다. 웹소설은 소설보다 사건, 갈등에 훨씬 중요도가 있는 매체다.


사건, 갈등 없이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느낌이 들지 않고, 독자들은 이것을 매우 싫어한다. 그럼에도 로맨스 같은 경우 크지 않은 사건으로도 감정 집중해 끌고 갈 수 있다.


 단, 이때는 매우 중요한 전제 조건이 붙는데 작가가 글빨이 아주 좋고, 감정선을 지루하지 않게 풀어내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라는 매체는 다르다. 사건, 갈등이 굉장히 중요하다. 소설에서 읽었을 때는 충분하다 여겨졌던 사건, 갈등이 드라마로 봤을 때는 작게 느껴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 (실패한 많은 웹툰, 웹소설, 소설 원작을 떠올리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소설속에서 통용되는 글빨이 드라마에는 먹히지 않는다. 이건 웹툰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웹툰에서는 별로 걸리지 않았던 설정이나 연출이 드라마에서는 굉장히 유치해 보이거나 없어 보이는 경우가 있다.


필자는 원작을 읽지 않았지만, 드라마만 봤을 때 딱히 광한궁이라는 설정이 거슬리지 않았고, 사건 갈등을 위해 꼭 필요한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산과 성덕임의 족쇄이자 장벽이면서도 이산에게 정통성을 부여해주는 인물이 광한궁의 수장인 제조상궁이기 때문이다.


정통성을 부여한다는 게 무슨 소리인가하면 사도세자의 이야기다. 사도세자가 많은 궁인들을 죽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이산에게는 그리운 아버지이지만 궁인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산이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죄인의 아들이라는 것은 큰 짐이다. 특히 지존의 자리에 앉을 사람에게 부모의 원죄는 용인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한 불편함을 작가는 광한궁이라는 커다란 세력을 가 제조상궁의 이간질로 인해 일어난 사건으로 만들어 이산의 원죄를 가려주었다.


기존 역모의 세력은 줄곧 신하들, 다른 왕족의 것이었다. 그런데 광한궁은 궁녀들의 조직이다. 이점이 매우 새롭고, 한편으로는 공포스럽다.


드라마에서 이산이 했던 말처럼, 궁인들은 왕의 수족이다.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여기는 수족이, 사실은 목을 노리고 있었다면 등골이 서늘하지 않는가? 언제나 그렇듯 가장 두려운 사람은 내부의 적이다.


그렇기에 9화 같은 쫀쫀한 내용의 스토리가 펼쳐질 수 있었다. 궁인들은 ‘수족’이라서 어디에 무기가 있는지, 어디에 윗전이 있고, 윗전의 사람들은 누구인지 손바닥처럼 훤히 알 수 있으니 말이다.


또한 10화에 할아버지 영조와 손자 이산을 이간질 하는 것도 ‘수족’이라서 가능했던 것이다. 원작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영상으로 이렇게 긴장감있는 장면들을 만들어냈다는 건 분명 대단한 일이다.


어쩌면 남녀 주인공이 붙지 않아서 시청자가 느끼는 그 아쉬움마저도 작가의 계산 속에는 들어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쉬움이 클수록 두 사람의 작은 교차점에도 시청자는 더 열광할 수밖에 없다.


그 방증이 10화에 나왔던 이마 키스다. 요새 어떤 드라마가 10화에 이마 키스를 하겠는가? 그런데 붉은 옷소매 끝동은 그걸 했고, 시청자들은 그것에 열광했다.


9화에 금침에 누워있는 성덕임이 행여 깰까봐 차마 쓰다듬지도 못하는 이산의 모습은 또 어떠한가? 불만을 가지면서도 시청자들은 기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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