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필자가 갸우뚱하게 되는 부분은 광한궁이 아니라 홍덕로다. 그전까지 홍덕로는 선에 아슬아슬 몸을 걸치고 있는 모양새였다. 그런데 9, 10화에서는 확실하게 그 선을 넘었다.
진작에 성덕임에게 그 선을 넘지 않았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필자가 말하는 건 성덕임이 아닌 이산과의 관계다. 9,10화에서 보인 홍덕로의 태도는 이산을 주군으로 여기는 것이 아닌 동등한 관계로 여기는 것 같았고, 이것이 신선하면서도 당황스러웠다.
생각해보면 6화에서부터 그 싹이 보이긴 했다. 이산의 금족령이 풀리고, 이산은 활을 쏘면서 홍덕로와 대화를 나눈다. 이산은 금족령이 풀리도록 한 사람이 성덕임인 것을 숨기면서 이렇게 말한다. “신뢰는 하지만 재주는 그리 기대하지 않네.” 거기에 대해 홍덕로는 이렇게 답한다. “소인은 성 나인의 재주를 기대할 뿐, 신뢰는 하지 않습니다.”
주군의 의견, 그것도 이성관계에 대한 것을 이렇게 부정한다니 ‘이 녀석 봐라?’ 싶으면서도 홍덕로 캐릭터로는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홍덕로는 성덕임에 대해 본인과 경쟁하는 관계이고, 자신의 자리를 뺏어갈 수 있는 인물로 여긴다. 그래서 성덕임 앞에서는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고, 이산에게도 자신이 성덕임을 불편히 여긴다는 사실을 어필한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납득이 되었다. 그런데 9, 10화에서 보여준 모습은 상상이상이었다.
9화에서 이산은 납치를 당한 아이들을 위해 나서겠다고 하고 홍덕로는 이를 못본척 넘어가라고 직언한다. 그 부분에서 필자는 의아함을 느꼈다. 홍덕로에게 이산은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고, 어쨌든 주군이다. 그런데 주군이 하겠다는 일을 바로 부정하는 패기라니… 홍덕로가 계산적인 인물이 맞나 싶었다.
10화에서는 더 가관이다. 이산이 쓰러진 성덕임을 안고 자신을 구했다며 자리를 떠날 수 없다고 하자 홍덕로는 분개한다. “소인 역시 저하를 구했습니다. 수어청에 도착할 때까지 일각도 쉬지 않고 말을 내달렸습니다.” 이산을 주군으로 여긴다면 할 수 없는 말이다.
그 이후에 나온 장면은 방자함에 정점을 찍었다. 대리청정을 하면서 직무를 하는 이산에게 성덕임을 취하라고 조언한다. 취하면 사그라질 열정이라면서. 주군을, 그것도 연애사를 가르치듯 말하는 신하라니…
그전까지 본적 없는 캐릭터라서 신선하면서도 굉장히 의아했다. 왜 홍덕로는 저렇게 선을 넘고, 이산은 그걸 그냥 두는 걸까? 홍덕로가 이산의 약점을 잡고 있기라도 한걸까, 하는 그러한 생각마저 들었다.
이 관계성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는 홍덕로에게 이산은 대체 불가능하지만 이산에게 홍덕로가 과연 대체 불가능한 존재인가, 라는 의문 때문이다. 무언가가 그토록 홍덕로를 오만방자하게 만드는가? 그렇게 이산을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하는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