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KBS 연기대상에서 영예의 대상 주인공은 지현우였다. 이 대상이 시사하는 의미는 매우 흥미롭다. 전통적으로 방송국은 3가지 방법으로 대상을 선정했다.
1. 연기경력
2. 작품의 시청률
3. 연기력
전통적인 방식으로 상을 줬더라면 최우수상 후보에도 없었던 윤주상이 수상자였어야 한다. 하지만 무슨 기준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윤주상은 우수상을 수상했다. 지현우의 수상은 전통적인 대상 선정을 기준으로 봤을 때도 의아한 결과였다. 지현우의 연기경력은 최우수상을 받은 차태현보다도 짧다. 연기력은 사람마다 상대적 잣대라고 하나 최우수 수상자인 김소현, 박은빈, 이도현, 차태현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결국 KBS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2. 작품의 시청률에 굉장한 의미를 두고 시상을 한 것이다. 그리고 필자는 이 부분이 매우 흥미로웠다. 이번 KBS의 수상은 주말드라마 명가라는 타이틀에 대한 굉장한 자부심, 그리고 시청률이라는 전통적인 기준에 기인한 것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KBS 얼마나 보수적인 조직인지 잘 말해주는 지표다.
요새 점점 주말드라마, 일일드라마, 아침드라마는 그 설자리를 잃고 있다. 그런 가운데 KBS는 주말드라마로 줄곧 30%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니 자부심을 가질만도 하다. 그런데 말이다. KBS는 가장 중요한 핵심을 놓쳤다. 상이라는 건, 그 중에서도 대상이라는 건 여러 드라마 관계자들과 시청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주말드라마, 일일드라마, 아침드라마 지금은 제작 수를 줄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있다. 그런데 문제는 젊은 세대가 보는 작품은 아니라는 점이다. 모든 20-30대가 다 위의 드라마를 안보는 건 아니다. 다만, 비율이 점점 감소하고 있고, 앞으로도 점점 떨어질 예정이다. 물론 KBS는 공영방송이기에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이 드라마들을 손에서 놓지 않아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있다. 하지만 젊은 세대가 소비하는 컨텐츠를 만들고 싶다면, KBS의 승부수는 더 이상 주말드라마가 아니라 미니시리즈여야하고, 기준도 시청률이 아닌 화제성이 되어야 한다.
필자는 주말드라마를 보고 자란 세대인데도 어느 순간 더 이상 주말드라마를 보고있지 않다. 지금의 시청률이 과연 5년 10년후에도 이어질까?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는 더 이상 TV로 방송매체를 소비하지도 않으며, 더 충격적인 것은 방송매체를 소비하지 않은 비율이 꽤 높다.
현재 TV방송, 그 중에서도 유연성이 많이 떨어지는 공중파는 정말 위기다. 그런데 대상에는 그러한 위기감이 전혀 담겨있지 않다. 필자가 상을 주는 입장이었다면, 김소현, 박은빈, 이도현 이 세사람 중에 한 사람에게 대상을 줬을 것이다. 미니시리즈를 공략하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젊고 스타성이 있으며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다. 그런 배우들에게 대상은 꽤 매력적일 것이다. 세 사람 중에 한 사람이 상을 받았더라면 KBS는 이러한 메시지를 줄 수 있었을 터였다.
‘결과를 내고 연기를 잘 한다면, 대상은 당신을 위해 준비되어 있다. KBS는 지금 변화하고 있으며 당신은 그 상징성이 될 수 있다.’
KBS는 전통을 고수하기로 했고, KBS를 보고 자란 세대로서 이러한 선택이 매우 안타깝다. 아직도 방송국의 고위 관계자들은 방송국이 백화점 명품관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무엇이든 자신들이 정한 게 기준이 되고, 상대는 받아드릴 수 밖에 없다고 말이다.
그런데 이미 너무 많은 케이블, 종편 채널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고, OTT로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 또한 유투브, 웹소설, 웹툰 등 새로 생긴 매체는 방송을 소비할 시간을 뺐는 중이다. 이 거대한 흐름속에서 KBS는 계속 전통을 고수해 나갈까? 그리고 앞으로도 결과를 낼 수 있을까? 정말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