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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림 Mar 28. 2022

스물다섯 스물하나, 김이진에 대한 미련.

스물다섯 스물하나 14화를 보고 필자는 충격에 빠졌다. 필자 뿐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충격에 빠졌을 것이라 여긴다.


14화 마지막 장면에서 2009년으로 뛰었고, 앵커인 백이진과 금메달을 딴 나희도의 영상 인터뷰가 나온다. 백이진이 “늦었지만 결혼 축하드립니다.”라는 대사를 친다.


드라마 볼 때는 앞에 대사가 그렇게 충격적이었는데 댓글들을 보니 공적인 자리라서 그런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다.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저 대사보다 더 걸리는 게 생겼다. 바로 나레이션으로 나온 희도의 대사다. “어디에 있던 내가 가서 닿을게.” 


이 말은 두 사람이 떨어져 있을 당시 나희도의 마음이었다. 그게 현재도 함께 있을 수 없는 관계라는 뜻인거 같아서 시무룩했다.


사실 작품 첫회부터 두 사람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걸 암시하는 이야기는 계속 나왔다. 나희도의 딸의 이름은 김민채, 백 씨가 아니다. 


그 이후에도 김민채는 백이진의 사진을 보고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 신재경은 얼마전 백이진을 만났다고 이야기했고, 그 말을 들은 나희도의 얼굴은 어두웠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갖가지 설을 만들면서 두 사람이 결혼했을 거라는 행복의 회로를 돌렸는데 14회 마지막에서 저런 장면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도 미련 때문인지 아직 필자 김이진, 그러니까 김민채 아버지가 백이진이라는 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겠다.


사실 작품 속 스토리 봤을 때는 김이진은 어불성설이다. 필자가 미련을 가지는 이유는 스토리 외적인 이유다.


제일 첫번째로는 작가의 부담감이다


계속 말하지만 드라마는 영화가 아니다. 대다수의 드라마는 해피엔딩이다. 왜냐면 단발성인 영화보다 새드 엔딩으로 끝나는게 압도적으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영화는 길어봤자 2-3시간이다. 


그런데 미니시리즈는 보통 16부작이고 그말은 16시간, 방영기간으로 따지자면 2개월동안 시청자들과 호흡한다는 말이다. 


긴 시간만큼 시청자들은 주인공을 더 사랑하게 되고, 감정이입을 하기 때문에 불행한 엔딩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안 이루어지는 게 현실적이라는 그러한 말은 시청지들한테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두번째, 시청자의 기대를 뻔히 알면서도 명확하게 선을 긋지 않았다. 


로맨스 드라마를 시청자들이 왜 볼까? 남녀 주인공이 행복하게 사는 거 보려고 본다. 거기에다 백이진과 나희도의 서사는 너무나 완벽하다.


이런 서사를 줬는데 피치 못한 사정으로 두 사람이 헤어졌고, 현재는 청춘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다면 12부, 10부 정도에는 아예 정확하게 보여줬어야 한다.


‘추억으로 남은 청춘의 아름다운 이야기예요.’를 명확하게 보여줬어야 한다. 간단하게 현재에서 백이진이 아닌 남편을 보여줬으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굳이 굳이 작가는 그러지 않았다. 두 사람이 이어지지 않았다는 암시를 계속 주면서도 은근하게 틈을 주는 느낌이 짙었다.


그리고 이건 사실 굉장히 엄청 위험한 일이다. 시청자들은 기대에 배반하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응답하라 1988’이었다.


 드라마 팬이라면 모두가 알겠지만 어남류를 밀었던 시청자들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고, 드라마에 여주인공이 택이와 이루어졌다는 명확한 사실이 나왔는데도 받아들이지를 못했다.


그리고 사실 이건 작가의 책임이 컸다. 


왜냐면 처음 작가가 정환이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했고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정환이가 남주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때문에 후에 택이한테 많은 서사를 줬음에도 그저 지나가는 인연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작가는 이 기대를 최종화전까지 이어갔고, 그래서 시청률은 높게 나왔지만 많은 시청자들의 아우성을 샀다.


사실 이 드라마를 여러모로 ‘응답하라 1988’를 떠올리게 한다. 응답하라 시리즈 특유의 감성적인 면도 닮았지만, 남편 찾기로 긴장감을 주는 것도 닮았다.


이런 기대감을 활용하는 것은 양날의 검이라서 시청자의 기대에 반할 때는 엄청난 후폭풍이 기다리고 있다.


결말에 대한 격한 반응 때문에 응답하라 시리즈를 쓴 작가가 드라마 종영 이후에도 꽤 오래 신경이 예민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었다.


어쨌든 그런만큼 기대를 이용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세번째, 2화 밖에 남아있지 않다.


13화 마지막 장면에서 키스하고 14화에서야 사귀기 시작했다. ‘한때의 찬란한 추억’을 다루는 거였으면 두 사람을 좀더 일찍 만나고 사귀를 장면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헤어져야하는 이유를 빌드업해서 힘든 이별을 시켜야하는데 이제 막 사귀기 시작했다.


2화는 사랑하는 걸 보여주고, 헤어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너무 짧다. 


16화에서 헤어진다고 해도 14화 정도에서는 두 사람이 헤어지는 이유가 가닥이 잡혀서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어주면서 마음의 정리를 시켜줘야한다.


이야기 전개도 전개지만 시청자한테 두 사람의 이별을 받아드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줘야한다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안했다. 그게 좀 의아하다


필자는 김이진이 아니더라도 현재에서 다시 재회하는 이야기라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화가 남은 상태이고 예고편을 보니 아직도 과거의 이야기가 주류로 다뤄지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이것도 아닐 거 같다.


이런 스토리 외적인 이유들로 필자는 아직 김이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하지만 정신 건강을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하려고 한다. 응팔 때 결말에 충격 받고 꽤 오래 힘들었던 터라.


그러니 모두 마음의 준비는 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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