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 아들 드라마 키스신으로 본 현판과 로맨스의 이질감.
드라마 재벌집 막내 아들 10회에서 주인공 키스씬이 나왔다. 보통 아무리 망작 드라마여도 키스씬에는 반응이 있고 흐뭇한 댓글들이 달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재벌집 막내 아들은 그렇지가 않았다.
사실 이런 흐름을 진작에 예상할 수 있긴 했다. 초반부터 러브라인에 대해서 반응이 안 좋았다.
한국 드라마는 로맨스에 관대하고 로맨스를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10년전쯤의 이야기다.
시청자들이 로맨스에 싫증을 내기 시작하면서부터 슬슬 전문직 드라마가 나왔다. 전문직 드라마에서도 끊임없는 러브라인을 이어가는 걸 보면서 다수의 시청자가 염증을 느꼈다.
‘적어도 전문직 드라마에서 만큼은 로맨스가 빠졌으면 좋겠다.’라는 반응이 나온 것도 그때 부터인 거 같다.
로맨스 배척 풍조는 드라마 시청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웹소설 현판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로맨스를 좋아하는 필자로서는 이러한 풍조가 처음에 퍽 낯설었다. 그런데 작가뿐만 아니라 독자로서 현판을 계속 읽으면서 놀라운 모습을 발견했다.
필자도 현판에서 러브라인이 나오는 걸 싫어한다는 사실 말이다. 진짜 단언컨데 한번도 현판 러브라인 보고 기다려진다거나, 설렌다는 느낌을 느낀 적이 없다.
여태까지 읽은 모든 현판의 로맨스는 딱 두가지였다. 참을만하다, 참을 수 없다. 참을 수 없을 때는 조용하게 하차한다.
얼마전에도 러브라인이 지나치게 과하게 등장하는 작품을 읽었는데 짜증이 나서 재밌게 보다가 중간에 하차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드라마 ‘재벌집 막내 아들’은 웹소설 ‘재벌집 막내 아들’이 원작이고, 이는 현판이다.
그러다 보니 매체를 가리지 않는 로맨스 배척 반응이 필자에게는 조금 흥미롭게 느껴졌다.
거듭 말하지만 필자는 로맨스를 좋아한다. 물론 취향이 조금 특이한 편이긴 하나 그럼에도 로맨스를 여전히 좋아한다.
그런데 왜 현판의 로맨스는 거부감을 가지는 것일까, 필자처럼 왜 다른 시청자들과 독자들도 학을 뗄까?
독자들이, 시청자들이 원하는 이야기가 아니라서 그런 거 같다.
현판에 독자들이 결제를 하면서까지 읽는 이유는 꽤 단순하다. 성공에 대한 욕망때문이다.
사회적 성취를 대리만족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리고 독자로서 감히 말하건데 잘 쓴 현판 소설의 글은 마약같다.
마약에 취한 사람처럼 그 자극을 계속 원한다. 그런데 전혀 관심없는 주인공의 로맨스가 난데없이 등장해서 시간을 잡아먹는다.
원하는 자극에 이상한 불순물이 끼어든 느낌인 것이다.
현판 독자로서 작품에 로맨스가 나오는 게 싫다고 웹소설을 안 읽는 사람들한테 이야기하면 백이면 백 이해를 못 한다.
그 사람들은 현판을 읽지 않았고 그래서 한번도 이 이질감에 대해서 경험한 적이 없어서 그런 거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조금은 설명하기 편해진 거 같아 조금은 기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웹소설 현판 예비 작가들에게 말한다. “제발 로맨스 좀 쓰지 마세요.”
정말 필자가 이것만큼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여러명의 이성이 주인공을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건 상관없다.
주인공인데 그리고 잘난 사람인데(현판 주인공이라면) 너무 이성한테 인기가 없으면 좀 그렇지 않나.
그렇지만 결코 ‘쌍방’으로 만들지 말라. 로맨스는 승차의 요소가 아니라 하차의 요소다. 진짜 이것 만큼은 단언할 수 있다.
스스로가 로맨스의 신이다, 김은숙 작가보다 로맨스 잘 쓸 자신있다 이 정도 아니면 안 쓰는 게 좋다.
그리고 ‘나는 현판에 로맨스 나오는 거 괜찮던데?’ 이런 작가님 있다면 현판을 아직 덜 읽은 거다. 헤비 독자가 아직 안된거다. 읽는 양을 두배로 늘리시길 추천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