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겠지 아니여야 할텐데 맞았네.
재벌집 막내아들, 아니 국밥집 아들...
재벌집 막내아들 15회 마지막 엔딩을 보고 쎄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진도준을 죽인 게 윤현우라니.
퍼뜩 어떤 가정이 머리속을 스쳤고, 필자는 이렇게 생각했다.
‘아니겠지 아니여야 할텐데…’
맞았다. 모든 건 꿈이었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고마운 ‘스물다섯 스물하나’ 덕에 별로 빡치지 않을 수 있었다.
필자는 16회를 보지 않았고 클립 영상, 리뷰 영상으로만 접했다. 진도준으로 있었던 일을 필자가 꿈으로 치부한건 순양마이크로 비자금을 분명히 진도준으로 썼는데 윤현우로 돌아왔을 때 그대로 있었다는 사실과, 진도준일 때 아진 자동차를 살렸음에도 불구 윤현우의 집안 사정이 똑같아서이다.
때문에 필자는 진도준으로 주인공이 있었던 시간은 그저 꿈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드라마가 매우 어이없다.
왜 시청자가 꿈에 불과한 이야기를 15회동안 봐야할까? 필자는 정말 모르겠다.
이건 분노를 너머서 약간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을 대면한 느낌이다. 필자는 작가인데도 왜 그렇게 간간히 ‘모든 게 다 꿈이었다.’라는 결말을 작가들이 쓰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 결말을 다른 작가들이 쓸줄 몰라서 안 쓰는 게 아니다. 쓸 수는 있다. 그런데 안 쓴다.
왜? 시청자, 독자를 실망시키는 일이 되니까.
작품이 유명해지기 위해서 사랑받기 위해서 누가 필요한가? 시청자, 독자들이 필요하다.
시청자, 독자들한테 저자세를 취하라는 그딴 이야기가 아니다. 적어도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하고, 끝까지 본 사람들에게 허무함을 느끼게 하진 않아야 한다는 거다.
근데 그 어려운 걸 ‘재벌집 막내 아들’ 작가가 다시 한번 해냈다. 정말 대단하다.
적어도 어떤 결말을 썼을 때 최소 60%의 시청자, 독자들은 그 결말에 만족해야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재벌집 막내 아들’은 어떤 줄 아는가?
네이버 연예기사 투표에 보면 ‘15회로 회귀하고 싶다’가 73%다. 무려 180,361명이 참여한 투표에 말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넷플릿스 비영어권 TV쇼 부문 3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이게 굉장히 놀라운 수치다.
재벌집 막내아들 해외 판권이 넷필릭스에 없단다. 오직 한국 시청자들만으로 이렇게 올라간거다.
그렇게 사랑을 받은 작품인데 73% 시청자들이 결말을 보고 ‘15회로 회귀하고 싶다’고 했다.
초반부터 재벌집 막내아들은 말이 많았다. 원작이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이래저래 말이 많았다.
오래전이긴 하지만 필자도 어느정도 원작을 봤다. 그렇지만 필자는 각색에 아무 불만이 없었다. 물론 로맨스는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건 견딜만 했고, 다른 부분이 재밌어서 상관없었다.
참 작가가 각색을 잘 한다고, 요즘 같은 원작이 많은 시대에는 저런 각색을 잘하는 작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결말을 보고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다.
16회의 엔딩을 고집하고 싶었다면 윤현우라는 인물의 분량이 훨씬 많았어야 한다.
14회에 등장했던 분량으로 매회에 윤현우가 등장하는 것은 물론, 진도준일 때 윤현우와 뭔가 소통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했다.
적어도 최소한 16회에서 꿈으로 만들어버리진 않았어야 했다. 진도준으로서 한 일들이 윤현우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어야 시청자가 그나마 결말을 받아드릴 수 있지 않을까?
도대체 아무 장치를 안 해놓고 ‘난 이렇게 쓸 테니까 니들은 받아들여!’ 이런 태도를 보이는 이유를 모르겠다.
올해는 정말 한국 드라마 역사상 놀라운 일들이 많이 벌어진 해이다.
왜인줄 아는가?
대박을 터트렸는데 결말이 이상했던 드라마가 세편이나 있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빅마우스, 재벌집 막내 아들까지…
이게 왜 어려운 거냐면 대박을 터트리기가 사실 쉽지 않다. 그런데 더 어려운 게 대박을 터트렸는데 결말이 이상한거다.
그러기가 정말 어려운데 세 작품이 그걸 해냈다. 정말 굳건한 소신이 대단한 거 같다.
필자는 꿈도 꾸지 못하겠고, 웬만하면 다른 작가도 저런 꿈은 꾸지 말라고 하고 싶다.
제발 끝까지 봐준 시청자, 독자들은 허탈하게 허무하게 만드는 글을 쓰지 말아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