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카페', I'm calling you

블루레이 영화리뷰

'바그다드 카페'는...


"당신을 부르고 있어요(I'm calling you), 안 들리나요?(Can you hear me?)"

제베타 스틸이 나른한 목소리로 읊조리듯 부르는 'Calling You'는 퍼시 애들론 감독의 영화 '바그다드 카페'(Bagdad Cafe, 1987년)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들 아는 유명한 노래다.


어찌 보면 영화보다 노래가 더 유명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노래 때문에 영화가 묻히는 경향이 있는데, 이 작품은 꼭 관람을 권하고 싶은 훌륭한 영화다.

내용이나 연출, 배우들의 연기, 영상과 음악 등 어느 하나 빼놓을 것 없이 조화를 이룬 걸작이다.

그래서 미국의 저명한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이 작품을 "완벽한 영화"라고 칭송했다.

무삭제 감독판은 개봉 당시 잘려나간 17분 가량의 분량이 추가됐다.

영화는 미국 황야에 버림받은 여인과 함께 시작한다.

남편이 다툼 끝에 떠나버려 홀로 남게 된 여인은 황야 한 복판에 자리 잡은 쓸쓸한 카페 겸 모텔을 찾아간다.

그곳이 바그다드 카페다.

엉뚱한 카페 이름은 역설적이면서도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린다.

지리적으로 전혀 상관없는 곳에 붙은 중동 지명은 의외로 이라크 분위기를 연상케 하는 황량한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룬다.


그곳에서 여인은 마찬가지로 남편을 내쫓은 모텔 여주인을 만난다.

원하든 원치 않든 남자가 떠난 뒤 홀로 남은 두 여인은 비슷한 처지이면서도 너무 다르다.

흑과 백이라는 피부색부터 미국과 유럽이라는 지역, 홀쭉하고 뚱뚱한 외모까지 모든 게 다르다.

공통점이라면 서로 영어로 대화하는 정도.

극 중 카페는 캘리포니아주 뉴베리스프링스의 66번 도로인 내셔널트레일스 하이웨이 주변 '사이드와인더'라는 실제 카페를 이용해 촬영.

영화는 이렇게 서로 다른 사람이 서로를 알아가며 변하는 과정을 다뤘다.

두 사람의 차이는 세상의 모든 대립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고, 사람들이 갖고 있는 편견과 인식의 차이일 수도 있다.


퍼시 애들론 감독은 이를 서로 다른 두 여인이라는 캐릭터 속에 녹여 넣었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다름의 차이, 인식의 차이를 극복해 나아가는 과정을 통해 이해와 화합을 추구하는 메시지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거대 담론을 거론하지 않아도 영화는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훌륭하다.

서로 상처받은 두 여인이 서로를 알아가며 친숙해지는 과정 그 자체가 곧 힐링이다.

굳이 화합, 평등, 이해와 조합이라는 사유적 단어들을 끌어다 붙이지 않아도 두 사람이 친해지는 과정 자체가 사랑스럽고 재미있다.

여기에 중년의 화가와 흑마술사를 연상케 하는 문신 시술가, 끊임없이 바흐를 연주하는 청년과 부메랑을 던지는 여행가 등 주변 인물들 또한 다양한 행위로 관심을 끈다.

여주인공을 연기한 마리안느 제게브레히트는 이 작품 이후 '아스테릭스' 등 몇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더불어 이 작품을 빛낸 것은 번드 하이니가 카메라를 잡은 황량한 영상이다.

모래 바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영상은 사막의 쓸쓸한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한다.

이 위로 흐르는 주제가는 더 할 수 없이 비감하면서도 애틋한 느낌을 자아낸다.

결국 영화가 강조하는 것은 사랑과 화합은 마술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바그다드 카페를 찾아온 여인은 곧 사랑과 화합의 상징인 셈이다.


'바그다드 카페'의 블루레이 타이틀은...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DVD 타이틀보다 월등 좋지만 일반적인 블루레이 타이틀에 비춰보면 떨어진다.

영상이 전반적으로 거친 편인데, 그래도 예전 DVD보다 한결 나아진 화질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절대 놓칠 수 없는 부분이 감독과 주연배우가 함께 한 음성해설이다.

영화 제작의 소소한 에피소드부터 제작의도, 특히 많은 사람이 잘못 알고 있는 그림에 대한 이야기 등 중요한 정보를 전달한다.

* 달콤한 인생의 티스토리 블로그(http://wolfpack.tistory.com/)에서 더 많은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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