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zconomist Jan 04. 2018

효성은 왜 기업분할을 선택했나?

웨일즈의 긱스, 우크라이나의 셰브첸코



축구를 좋아하는 축구팬이라면, 웨일즈의 긱스(또는 베일)와 우크라이나의 셰브첸코의 공통점을 아실 겁니다.

바로 월드클래스급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팀의 한계로 인해 월드컵 진출도 힘든 선수들이죠

제가 중학생 시절,  미모의 수학 선생님을 좋아했었습니다. 그 선생님과 한마디라도 더 얘기하고 싶어서 수학 공부를 열심히 했었고 열심히 한 만큼 저의 수학 성적은 늘 좋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수학 선생님께서는 중간고사 수학 성적 반 평균 1 등반에 햄버거를 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선생님과 함께 먹는 햄버거를 간절히 원했지만, 힘들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저희 반 평균은 꼴찌에서 1-2위를 다투는 성적이었거든요. 

참 속상하고 억울했습니다. 반 평균이 아니라 개인 성적으로 하면 햄버거를 먹을 자신이 있었거든요. 

중간고사 성적이 나오는 날, 저는 만점을 받았지만 결국 햄버거를 먹을 수는 없었습니다.

유난히 슬펐던 만점 성적이라 아직까지도 종종 생각나는 시험입니다.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속된 집단 자체가 사람들로부터 저평가받게 되면 뛰어난 성적을 거두더라도 적절한 평가를 받기가 어려울 때가 있죠. 그래서 회사는 기업분할을 통해 회사를 사업부문별로 나누고 시장에서 온전한 평가를 받기를 기대합니다.  2018년 1월 3일 효성은 그렇게 기업분할 공시를 완료하였습니다.



1998 효성, 그리고 20년 뒤 2018 효성 


효성은 1998년 외환위기가 도래했을 당시, 기업의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함과 동시에 효성 T&C, 효성물산, 효성 생활산업, 효성중공업 등 4개의 주력회사를 합병하였습니다. 이후 20년이 지난 2018년 효성티앤씨(섬유/무역), 효성중공업(중공업/건설), 효성첨단소재(산업자재) 효성화학(화학)로 각각의 사업부문이 결국 분리됩니다. 기타 계열사의 경우는 신설회사 사업과 관계 높은 주식은 해당 신설회사에 승계되고 나머지는 존속법인인 효성에 남게 됩니다. 

기업분할에 관해서는 기존에 작성한 브런치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brunch.co.kr/@bzconomics/7


이번 분할이 조금 특이한 점은 인적분할로 이뤄진다는 점입니다. 보통의 지주사 전환은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을 병행하는 경우입니다만, 효성의 경우에는 인적분할 한 뒤 주주가 지주사에게 신설회사 주식을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분할됩니다.



 효성의 인적분할, 어떻게 바라볼까?



증권가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인 편입니다. 언제나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기업분할은 대부분 사업부들의 경쟁력 강화와 적정가치의 재평가의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늘 좋은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효성의 매력을 감소시켰던 효성캐피탈의 매각 결정으로 인해 부채비율 하락 및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줄 수 있습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 사는 금융자회사를 보유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음으로 효성캐피탈의 지분을 처리해야 합니다.

불확실성 제거에 대한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17년 7월부터 효성은 지주사로 전환할 것이라는 증권가 소문이 돌았고 관련 조회공시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지주회사 전환으로 인해 불확실성은 해결할 수 있어 보입니다.


물론 신중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최근 롯데, 현대중공업 등이 지배구조를 개편했음에도 큰 폭의 주가 상승 모멘텀이 없었다는 점, 그리고 이번에 신설법인 배정비율이 낮고 그에 따라 숨겨져 있거나 재평가받을만한 법인과 자산이 그다지 크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각각의 사업부별 업황과 실적이 이번 분할의 성공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입니다.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효성의 4분기는 그리 순탄하진 않습니다. 영업이익 약 2천억 수준으로 보고 있는데요, 주요 원재료 강세로 인해 3분기에 축소되었던 스프레드가 가격 안정화 및 판가 상승으로 일부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재고조정에 따른 물량 감소로 이익 증가가 부분적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중공업은 4분기가 전통적인 성수기이나, 고객사 주요 물량이 늘지 않음으로 인해 성수기 효과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언제나 증권가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효성의 20년 만의 기업분할이 어떤 결과를 이끌지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 뭐 사지? 2018년 기대되는 주식 Top 7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