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 왔으면 베요타 100% 이베리코 하몬은 무조건이지?
산 미구엘 마켓 (Mercado de San Miguel) 운영시간
- 일요일-목요일: 10 am - 12 am
- 금요일-토요일: 10 am - 1 am
산 미구엘 마켓까지 택시로 25분 거리로 21유로를 지불했다. 한화로 따지면 3만 원에 육박해서 한국 요금의 두 배라 할 수 있는데 당시에는 허기진 마음 때문인지 도착의 기쁨만 만끽하고 있었다.
오후 1시가 훌쩍 넘어 도착했기에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건 착각이었다. '맞다. 여기 스페인이지.' 스페인의 점심시간은 보통 2시부터 4시다. 심지어 낮잠(시에스타) 문화도 있어 레스토랑도 커피숍도 2시 이후에 문을 여는 곳도 많다. 정말이지 아침잠 많고 이른 저녁부터 힘이 나는 야행성의 사람들에게 이 보다 안성맞춤인 환경이 또 있을까. 다시금 스페인의 생체리듬에 감탄했다.
들어가자마자 엄청난 양질의 하몬(jamon)이 손짓한다. 하몬은 돼지고기 뒷다리를 통째로 잘라 소금에 절이고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 정도 숙성시켜 만드는 스페인 고유의 생햄이다. 국내에서는 '하몽'이라고 많이 부르는데 사실상 '하몬'으로 발음하는 것이 맞다.
스페인에서 하몬은 기회가 닿는 한 많이 먹으면 좋다. 이베리아 반도에서 3개월 이상 야생 도토리를 먹고 자란 "순수" 이베리코 흑돼지로 만든 하몬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에서는 베요타(도토리) 100% 하몬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렵다 하니 말 다 했다.
하지만 짭조름한 감자칩을 때려 놓고 나온 나는 안주나 스낵류 보다 든든하게 배를 채워 줄 수 있는 탄수화물이 더 당기기 시작했다. 애초에 계획했던 연어 샐러드와 엠파나다를(empanada)를 사 먹을까 살짝 고민이 되기도 했지만 ‘어우.‘ 더는 못 버틸 것 같아 얼른 나가고 싶었다. (대체 왜?)
관광객들은 물론이거니와 제대로 된 점심식사를 하기 전에 요기거리로 맥주와 함께 핑거푸드를 찾는 현지인들이 뒤섞여 정말 엄청난 소음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친구들끼리, 가족끼리, 동료들끼리, 연인끼리 맛있는 것을 먹으며 대화하는 풍경은 정말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장면이라 '시끄럽다'라고 표현하는 게 좀 미안하긴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런 곳은 가급적 피하고 있다. 대화를 편하게 주고받는 게 어렵기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혼자 여행 와서도 싫은 걸 보면 그냥 싫은 거였나 보다.
'마요르 광장 쪽으로 걸어가면서 먹을 것을 찾아보자.'
산 미구엘을 나와 다시금 마드리가 쏟아내는 태양줄기를 받으며 광장 쪽을 향해본다. 1분 남짓한 이 거리는 또 엄청난 설렘을 준다. 광장이 펼쳐지기 직전의 노란 아치와 그 속에 살짝 보이는 빨간 벽돌. 몇 걸음만 더 걸으면 그곳에 도착하는 것이다.
마요르 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