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들은 쉽다는 인식을 바로잡고 싶다.
"Hey you! You Japanese!!"
(거기, 일본인!)
산 미구엘 마켓을 나와 세 발짝 걸었을까 아프리카 전통 복장을 한 선한 얼굴의 흑인 분이 다가왔다. 손에 주렁주렁 걸린 알록달록한 비즈 팔찌를 보니 뻔하다. 장사를 하려는 거다.
"Sorry, I'm not interested, and I am Korean."
(죄송하지만 팔찌 안 살 거고요, 저는 한국인입니다.)
팔찌를 내려다보며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아임쏘리 코리안 하면서 더 따라붙었다. - 누가 보면 친구인 줄. - 불편해지기 시작한 찰나 심지어 팔찌를 채워 주겠다며 그가 내 손목을 붙잡았다. 이건 참을 수 없다. 온몸의 에너지를 눈 알에 집중시키고 앙칼지게 말했다.
"I SAID, I AM NOT INTERESTED!!!"
그제야 그는 선한 표정을 뚱하게 싹 바꾸고는 사라졌다. 극혐이다. 왜?
첫째, 아시아인의 국적을 제대로 구분하지도 못하면서 아무렇게나 불러대는 거 싫다. 그 누구도 서양인에게는 "Hey you! You Canadian!!!" 혹은 "Swiss" 하고 랜덤 한 국적 콜링을 하지 않는다.
둘째, 아시아인을 '쉬운 타깃'으로 생각하는 비아시아인들의 태도가 싫다.
셋째, 허락 없이 'personal area'에 들어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내 팔목을 잡을 땐 찰나였지만 정말 피가 중력을 거슬러 솟구치는 줄 알았다.
산 미구엘에서 점심을 먹지도 못했는데 선 넘는 장사꾼까지 만나니 '왓 더..' 싶었으나 정신을 차리고 눈앞을 제대로 인식하니 짜증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원래 급발진은 또 우주최강의 속도로 멈춰지는 법.
‘노란 아치다.!!!!!!’
그리고 그 속에 빼꼼히 빨간 벽돌의 마요르 광장이 들어가 있다. 이제 진짜 몇 발자국만 더 가면 그곳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후아후아. 심장아 진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