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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양 Jun 26. 2023

백화점 C 양 체험판_1

1화 마음에도 뚝딱 뚝딱이 필요해

-본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faction이며 구독자 분들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없었던 일을 꾸며내지 않습니다.  



그런 날 있지 않나요?

아침에도 하와이를 닮은 햇볕이 휴가처럼 기분 좋은 게 아니어서 너무 야속한 날.

저는 여름을 너무 사랑하거든요. 그런데 오늘 아침은 오랜만에 비가 내렸어요.

잔잔한 빗소리에 마음이 차분해지는 날입니다. 오늘 제 이야기 들어봐 줄래요?


뙤약볕에 이마가 뜨거운 날에도, 온 세상이 뿌옇게 비가 내리는 날에도 출근을 합니다.

머리를 단정하게 묶고 깔끔한 메이크업에 유니폼을 입고 구두를 신어요.

백화점에 도착하기 전 직원 수대로의 커피를 사고 , 입구에서 양복을 입은 시큐리티분들께 직원임을 증명해야 하는 사원증을 입에 물고 부랴부랴 출근합니다.

우리의 모닝커피 타임은 서로가 서로의 커피머신이 되어 돌아가며 커피를 사요.

우리 매장 사람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먼저 커피를 사려하고, 어느 날은 사람은 둘뿐인데 커피가 네 잔인 경우도 허다해요.

그런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자 우리는 커피숍 앞에서 서로를 기다렸다가 서로의 카드를 내밀기 바빠요.

(이것이 팀원이 바뀌지 않고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우리의 팀워크 아닐까?)

그런 귀여운 실랑이 후에 출근을 하고 10시 30 아침도 아닌 점심도 아닌 딱 적당한 시간에 백화점이 열리면,

입술에 자동 장착된 미소는 고객들이 물건을 보는지 나를 보는지 알 수 없지만 항상 미소 짓습니다.


백화점 직원은 고객 응대를 제외하고도 참으로 많은 일을 해요.  본사 일도 있고 백화점 내의 일도 있죠.

매일을 웃는 얼굴을 하고 구두를 신고 서서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하지만, 고객이 보지 않는 틈틈이 데스크톱으로 사무직의 일을 하며, 매장의 매출 증진을 위해 매일같이 회의하고 행사를 추진시킵니다.

이번엔 무슨 행사를 할까 어떻게 노출할까 이 행사로 얻는 실적은 얼마 정도가 될까 등등.

엑셀 파일과 매장 매출 표를 왔다 갔다 하며 달력을 들여다보며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면  가끔 고객님께서 오시는 소리도 못 듣고 정신을 팔아버릴 때가 있어요.

항상 먼저 인사를 하지만, 나의 인사가 중요치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다짜고짜 용건만 간단히" 형.


“A브랜드 어디 있어요?”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A브랜드는 1층 후문에 입점해 있습니다.(건너편에 보이는 매장을 공손한 손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건너편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

“아닌데 여기 있었는데?”

“(다시 한번 가리키며) 방향을 헷갈리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가실 때에 가로질러 가는 길이 없어 돌아가셔야 합니다”

“이쪽에 있었다니까? 내가 여기 몇 년을 다녔는데.”

이쯤 되면 고객님은 질문 따위 잊은 게 아니실까 싶어요.

서비스 웃음을 지어봐요. 마음속에 종잡을 수 없는 생각들이 금세 밀려와요.

'사람들은 처음 보는 내게 왜 이토록 무례한 걸까.'

들으려는 시늉조차 하지 않으며 자리를 뜨며 뒤로 소리를 치는 고객님.

“옮겼나 보네.”

말과 동시에 자리를 뜨시는 고객님.

고객님의 그 순간에 과연 나란 존재가 있기는 했던 건지 나 스스로도 의심이 되는 순간입니다.


매장 하나를 만들기 위해 정말 많은 분들의 노력과 시간이 투자되는데요, 그런 것처럼 제 마음도 와르르 무너지면 뚝딱 뚝딱이 안 돼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마음을 다쳐본 적이 있나요? 부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야 하지만 한번 다친 마음은 쉽게 치유되지 않잖아요. 어떤 책에서 말하기를 '그 사람들의 판단과 동기의 원천을 들여다보면 그들에게 화를 내지 않게 된다.'라고 하였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조금만 예쁜 눈으로 들여다본다면 세상이 밝게 빛나지 않을까요.

<오늘의 퇴근길>

가끔 무례한 사람들에게 잠식되면 내가 누군가에게 저런 사람이진 않았나 되돌아보기도, 또 늙어가며 좋은 본보기를 본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너무 움츠러들지 않으려고 해 봐요. 처음 본 사람에게 상처받지만, 놀랍게도 스치는 사람에게 위로받기도 하는 게 우리잖아요.


오늘도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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