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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양 Jul 03. 2023

백화점 C 양 체험판_2

2화 이따위의 서비스

-본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faction이며 구독자 분들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없었던 일을 꾸며내지 않습니다.  


<2화 이따위의 서비스>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에서 줄지어 들어오는 작은 칸 속에 다시 빽빽한 콩나물들.

'앗 할머니 그렇게 막 밀치시지 마세요 앗 아저씨 그만 들어오세요. 저 학생은 어제 늦게까지 공부했구나 안쓰러워라… 언니는 여기서 화장을 어떻게 그렇게 잘해요?'

이런저런 생각이 오가요.

벌써 도착이네요. 시루에 박힌 콩나물은 움직이지 못하지요. 문도 열리지 않았는데 뒷사람이 자꾸 밀착하며 신경질 적으로 밀어요 쓱 고개를 돌리고 한마디 툭.

“저도 내려요.”

그렇게 인파에 휩쓸려 내려 오늘 하루도 우당탕탕 시작됩니다! 저랑 같이 출근해요!


출처 픽사베이

사방이 값비싼 명품으로 둘러쳐진 네모 안에서 직원들은 웃으며 고객을 응대합니다.

내 매장은 한산한데 옆 매장은 북적일 때 알 수 없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

주말 오후엔 쇼핑을 하러 나온 부부, 커플, 2명 이상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많지만, 1층은 다른 층과 다르게 단연 여성 고객들이 즐비합니다.

주요 타깃이 여성이니 만큼 혹할만한 사은 행사와 곳곳에 화려하고 빛나는 것들의 향연입니다. 주 소비층의 마음을 꼭 붙들기 위한 브랜드의 노고가 가장 잘 드러나는 층이라고 보입니다.


오늘도 옆 매장은 모자라는 직원수가 안쓰러울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뤄요.

머리를 단정히 묶고 같은 화장을 한 검은 옷의 유니폼을 입은 카운슬러들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눈과 입과 손이 쉬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하얗고 가는 팔뚝과 손등에는 고객에게 색상을 보여주기 위해 갖가지 색들로 칠해진 메이크업 제품들이 덕지덕지 발려져 있어요. 화장솜으로 내내 문질러 지우고 다시 덧바르는 바람에 팔뚝이 발갛게 부어올라있네요.

직원들은 대부분 앉아있지 않고, 고객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두 발을 모으고 공손히 손을 내린 “대기 자세”를 합니다.

아침에 출근하여 나누었던 웃는 얼굴의 뽀송한 미소가 조금 지친 입꼬리로 변한 것은 우리끼리 서로만 알아챕니다.


오늘도 바빠 죽는 옆 매장을 보며 안쓰러움 반과 부러움 반으로 내 일을 하고 있는데, 오래 기다린 것으로 보이는 고객님께서 연신 짧은 단발머리를 신경질적으로 쓸어 넘기더니 이제는 매장을 집어삼킬 듯이 매우 노려보고 있어요.

출처 픽사베이

직원들은 미안한 마음을 담아  “죄송합니다 고객님 먼저 앞에 오신 고객님 응대 후 카운슬링 도와드려도 될까요? 양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앵무새같이 반복해요.

마음은 가득하지만, 고객들의 귀에는 마치 받지 않는 수신인의 메시지 같은 느낌일거란걸 알기에 직원들은 마음을 1%라도 더 담으려 노력합니다.

저 짧지도 않은 말들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여러 명이 몇 번이고 안내하며 허둥지둥하고 있어요.

아이고... 시간이 자꾸 흐르자 그 고객은 부동의 자세로 매장을 노려보며 귀까지 빨개지기 시작했습니다.

괜히 나까지 힐긋 눈치를 보며 초조하게 바쁜 직원들의 뒷모습을 번갈아 봤어요. 하지만 먼저 오신 고객들은 너무 많이 기다리고 있고, 그분의 차례는 먼듯하기만 하네요.


“저기요, 여기 직원 더 없어요??”

제가 듣긴 들었으나 저희 매장엔 고객이 없으니 다른 매장이겠지요, 하던 일을 열심히 해요.

“저기요, 사람 더 없냐고요”

저다. 저네요. 옆 매장이지만 문의는 할 수 있으니 친절히 대답합니다.

“네? 고객님!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니 내가 여기서 몇 분을 기다렸는데”

머쓱함과 상냥함이 뒤섞인 얼굴로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지금 내 시간 어쩔 거냐고!!! 여기 백화점은 무슨 서비스가 이따위야???”

소리를 치시네요.  옆에 있던 한가한 저는 괜한 봉변을 당합니다. 일이 커질 것 같네요.

상주하고 있던 보안팀들이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어요. 주시해야 하는 상황인가 싶었던 거예요.

'적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고객은 위험하지 않다. ' 최대한 잘 보이는 눈웃음으로 괜찮음의 신호를 보냅니다.

낯익은 보안팀 중 한 명이 무슨 일 나면 연락하라는 신호를 보내요. 전 신호를 잘 받아서 고객님이 보지 못하게 어깨너머로 반쯤 고개를 끄덕여 보입니다.


출처 픽사베이

“내가 지금 립스틱 하나 사려고 아까부터 여기 서서 계속 기다리고 있는데 기다리라는 말만 하고 내가 이거 사려고 내 시간 써야 돼?? 담당자 나와 백화점 담당자 나와!! ”


와우. 제가 위에서 괜찮다고 했던가요? 적대감이 느껴지고 안전하지도 않은 상황이 일어났어요. 상냥한 웃음을 띤 백화점 로고가 반짝거리는 배지를 양복에 곱게 단 사무실 직원이 나와 열심히 구슬려봅니다. 결국 먼저 응대를 받게 되고 씩씩거리시며

“다신 안 와 이 매장”

기다린 시간의 값으로 웬만한 제품값을 능가하는 샘플을 요구하시네요.

터무니없는 요구에 직원들은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저건 매니저가 있었어도 당황스러울 만한 스케일의 샘플입니다.

그러다 다시 대뜸 “ 본사 담당자 나와”


....


언성이 점점 높아집니다 무슨 말인지 정확히 들리지 않지만 굉장히 성난 웅웅 울리는 목소리....

그날은 브랜드 측의 적절한 대처로 고객님은 매장을 벗어나셨습니다.


'이따위의 서비스'란 무엇일까요?

물론 말로 정의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백화점 안에서는 한마디의 말로, 잠깐의 표정으로, 짧게 뱉는 탄식으로 컴플레인은 어디에서나 너무나 쉽게 일어납니다.

그 간극을 좁히고자 카운슬러들은 많은 교육을 받고, 훈련합니다.


평상시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 주위의 친구들이, 그리고 내 가족들이 날 서운하게 한다면 "왜 그럴까, 내가 뭘 잘못해서 이 사람이 상처받았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는데, 위의 사례처럼 그 상대가 오늘 보고 안 볼 사람이라면 완전한 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감정이 먼저 튀어나오는 경우가 생깁니다.

또, 항상 가까운 사람에게 더 잘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아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우리가 항상 어머니께 더 잘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휴대폰 액정에 뜬 엄마라는 글자에 "어, 왜?" 하게 되어버리는 것처럼요.

사실 전 그렇게 생각해요. '그 사람을 너무 사랑해서. 그 사람이 나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여주어서.'

혹은 그 누군가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그 사람은 내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테니까.'라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그 남아서 흘러넘치는 많은 사랑. 조금만 더 보여주면 안 되는 걸까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인데 그게 아까울 리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마음에 감정을 담고사는 인간이라는 존재이기에 한결같을 수 없잖아요.

우연히 본 어떤 영상에서는 물컵에 모래를 잔뜩 넣고 휘휘 저으며 더러워진 물을 보여주고, 스푼으로 건져냅니다. 미처 걸러지지 않은 물들이 회오리를 그리며 돌아가는데, 그걸 다시 맑게 만들 방법은 깨끗한 물을 다시 컵으로 넘치도록 부어 모래들이 흘러넘치고, 맑은 물만 남게 되는 영상이었어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는 마음속에 있는 모래들을 버리고 새로운 사랑으로 컵 속을 채워보아요.

지금 문득 떠오르는 그 사람에게 전화를 해도 좋을 것이고, 집으로 귀가할 때 엄마가 좋아하실 과일을 사들고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습니다. 그 사람의 목소리를, 온기를, 사랑스러운 표정을 온몸으로 느끼고 서로의 마음을 채워보아요.

함께이지 않아도 마음을 전하기에 충분한 날입니다.

저는 오늘 특별한 날인데, 어떠신가요 다들?

<오늘의 퇴근길>

그리고 한편으론,

.

.

.

"저 직원.... 부디 상처받지 않아야 할 텐데."


오늘도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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