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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양 Sep 18. 2023

백화점 C 양 체험판_12

12화  믿음과 억지 그 사이

-본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faction이며 구독자 분들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없었던 일을 꾸며내지 않습니다.  


여러분, 잘 지내셨나요? 이제는 해가 많이 짧아져서 금세 어두워지는 시기가 왔어요.

간밤에 기온이 많이 내려간 것 같아 에어컨을 껐다 켰다 하느라 오히려 잠을 설치는 날들이 생겼습니다. 새벽에 깨서 말똥 하게 정신이 들어버린 경우에 난감하기도 하지만 갑자기 찾아온 고요한 시간에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죠.

그리고 아침이 되면 다시 문을 박차고 출근하러 가봅니다. 오늘도 저와 함께 일하러 가요!


살면서 자신을 믿고 그대로 행동하는 건 어찌 보면 굉장히 당연해 보이지만,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백화점에서의 고객들은 어떨까요?



1. [억지] 시향회 행사 중에 매장으로 유입되시는 고객

시향회 진행 중에 나눠드린 시향지를 지참하시고 매장으로 오시는 고객이거나, 프로모터(모델)분들이 영업 후 매장으로 유입되시는 고객들이십니다.

시향지에 뿌려진 그 향이 좋아서 오시는 고객이시니 만큼 그 제품으로 응대가 먼저 들어가는데, 여기서 문제는 그 향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고객님들이세요.

행사 진행 중인 제품이 한 제품뿐이라고 안내해 드려도 아니라고 하시거나 다른 향수를 맡아보시다가 다른 제품이 맞다고 하시거나, 시향지에 제품 이름이 적혀있어서 제품을 직접 대조해 보여드려도 아니라고 하시는 분들입니다.

(향수는 첫 향과 잔향이 달라서 찾기 어려우실 수 있습니다.)


2. [억지] 시향회 행사 이후에 유입되시는 고객

주로 시향회는 주말에 진행하여서 행사가 끝나고 난 뒤 평일에 매장으로 오시는 고객분들이십니다.

시향지를 들고 오시거나 매장으로 전화를 많이 주시는데, 1번의 사례와 똑같이 "이 향이 아닌데?" 하시는 고객님들입니다.

(하지만 들고 오신 리플릿에는 제품명이 명확하게 다 적혀있는데 왜 못 믿으세요?)


3. [억지] 직원 나오라 그래!

대부부 유선 응대를 하였을 때 종종 일어나는 일인데, 운 좋게 유선 응대를 하였던 고객과 매장에서 다시 마주 하였을 때, 직원이 안내를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말씀하시는 고객이에요.

고객: (소리 지르는 중)

직원: "아까도 안내해 드렸지만, (상황 설명 중. 회사 방침을 설명하는 중) 너무 죄송하지만 저희도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안내해 드렸습니다 고객님. 정말 죄송합니다."

고객: "아까 나랑 통화한 직원은 나에게 해준다고 했다니까? 그 직원 데리고 와!"

(그런데 그 직원이 나인 경우.......... 나는 결코 그렇게 말하지 않은 경우............)


4. [믿음] 본인의 취향을 믿는 고객

며칠 전 시향 후, 며칠간 고민하시다가 매장 재방문해주신 고객입니다.

다른 여러 가지 향수도 시향 하시는데, 다른 향수도 마음에 들어서 생각했던 것과 다른 제품을 사야 하나 고민하시다가 결국은

"전 저의 취향을 믿어요. 이 향이 좋으니 이곳으로 다시 왔을 거예요. 처음 좋았던 제품으로 할게요!" 하시는 고객입니다.

(향수는 여러 번 시향을 거치면 후각이 둔해지고 피곤해져서, 나중에는 구분이 어려우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첫 느낌이 좋은 것으로 하시는 것이 가장 추천드립니다.)

 

5. [믿음] 큰 힘을 주시는 고객

응대에서 너무너무 고민하시다가 구매까지 이어지신 고객님들 중에 계산하시고 매장을 떠나시기 전에 해주시는 말이 너무너무 감동적일 때가 있어요.

"정말 상냥하시네요. 가까운 데서 살까 고민하다가 결국 여기로 왔는데, 이 매장 믿고 다시 오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

(미소는 최고의 서비스이다.)


6. [믿음] 큰 힘을 주시는 고객 2

몇 년 간의 고정 고객님들께서 해주시는 말씀이세요.

"이 매장에서 언니하고 얘기하다 보면 기분이 너무 좋아져. 내가 이래서 언니한테 와요. 선물할 일 있을 때마다 여기로 오는 거 알죠? 다음에 또 올게요."

(신규 고객이 고정 고객이 되고, 고정 고객이 충성 고객이 되는 순간이다.)


<오늘의 퇴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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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어릴 때부터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과 만나고 부딪히는 일을 많이 했는데,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몇 년 전부터 붐이었던 MBTI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100명의 사람을 모아뒀더니 100개의 유형을 보이는 것이 너무나 신기하고 아직도 여전히 진행 중이거든요. 하루에도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저 수백 명, 수천 명을 마주하면서 각기 다른 생김새와 각기 다른 뇌들이 집합체로 모이걸 보고 새삼 낯설게 느껴져 "으" 하고 작은 탄식이 나오기도 하죠.

그 수많은 것들 중에 믿음이라는 건, 타인에게도 내게도 정말 두꺼운 벽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관계의 믿음이란 그 사람을 성장시킬 수도 있고, 사랑에 빠지게 할 수도 있지만 믿음이 부족하다면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잖아요. 대체제가 없어요. 저는 제 자신에게도 늘 나를 믿고 스스로 의심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말이 쉽지 어디 마음대로 되나요?

  우리는 결국 믿음이 마음속에서 떠나보내기도, 떠나오기도 하죠.


그래서 누구를  함부로 이해하려 들지 않아야 하고, 모두에게 이해받으려 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과,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저런 사람도 있으니 좀 더 유연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살아가는 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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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를 믿고 매장으로 발걸음 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고객들과 부딪히는 게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저런 작은 마음과 행동들로 하루하루 행복하게 견딜 수 있어요.


오늘도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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