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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양 Sep 04. 2023

백화점 C 양 체험판_11

11화_초면이지만 뭐 어때?


-본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faction이며 구독자 분들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없었던 일을 꾸며내지 않습니다.  


저는 커피를 잘 못 마셔요. 오랫동안 앓고 있는 불면증 때문에 조금이라도 잠을 잘 자려는 강박에 커피며 콜라도 마시지 않으려 노력하거든요. 잠을 너무 못 자서 약재를 달여먹기 시작하면서 한 2년 동안은 아예 잠을 못 자게 하는 요소 자체를 배제하고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기력이 달려서인지 잠이 자꾸 솔솔 와서 연하게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기 시작했는데요. 한 번 마시기 시작하니 커피의 매력에 훅 빠져버려서 요즘은 자주 마시는 것 같아요.  오늘도 시원한 커피 한잔 쭉 들이키며 백화점으로 함께 출근해 봅시다.


11화 <초면이지만 뭐 어때?>

“가격은 얼마예요?, 사이즈는요? “

한 사람이 하는 말이 아닙니다. 두 명 이상의 고객이 말을 하고 있어요. 저의  몸은 하나인데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말하는 사람은 한 명, 듣는 사람은 다수. 강의실에나 본 이 상황은 백화점에서도 일어납니다.

백화점은 주로 1:1 응대가 기본이고, 직원이 여러 명일 때도 고객 한 명에 전담마크 직원이 붙지만, 응대 중에 다른 고객이 끼어들기해버리는 상황은 저희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럴 때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수 응대가 들어갑니다.

마트에 어머님들을 앞에 모셔두고 야채 코너 청년이 “시금치가 이천 원 시금치가 이천 원~!” 하는 상황인 거죠. 이럴 때 평소의 응대법은 “고객님 안녕하십니까 죄송합니다만, 먼저 오신 고객님 응대 후에 도와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하고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순차적으로 응대가 이루어집니다. 이렇게 쩔쩔매는 직원의 말을 들은 고객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입니다.



“불쾌하고, 부담스러워서……”

대부분은 내가 먼저 직원과 상담을 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끼어드니 “불쾌해요.” , “부담스러워요. “라고 하시며 매장을 이탈합니다.

사실 저 같은 경우에도 제가 친구랑 얘기 중인데 다짜고짜 모르는 사람이 나와의 대화에 껴든다면 불쾌할 상황이기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 충분히 이해가 되기 때문에 죄송한 마음으로 응대가 마무리됩니다.


초면이지만 뭐 어때?

이때 저희가 흥미로워하는 경우는 서로 모르는 두 명 이상의 고객님이 마치 친구 사이처럼 같이 응대를 받는 경우인데요, ‘감사하다고 해야 할지 어째야 할지…‘싶기도 하고 먼저 오신 고객님이 불쾌하실까 눈치를 보다가 별로 불쾌감을 느끼시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라면 두 분과 함께 응대가 이어집니다. 나중에 그분들은 서로의 말에 호응하며 “어머 이건 단 향이네요, 어디서 맡아본 향인데?”하면 “그러게요 이게 무슨 향이더라?” 하시며 대화를 나누신다거나, 구매를 결정하신 후 직원이 결제 작업을 하고 있을 때 같은 테이블에 앉아 수다를 떨기까지 하십니다. 정말 그 짧은 시간에 서로를 처음 본 사람이 자연스럽게 함께 앉아 대화가 이루어지는 게 신기할 따름이랄까요.

저는 워낙 말주변이 좋지 않고 낯을 가리는 편이라 다른 데서는 절대 그러지 못하는 편이라 이런 상황이 너무나 신기하고 새롭게 다가옵니다.


<오늘의 퇴근길>


그런 사람들이 있지 않나요?

오늘 처음 봤는데,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친근하고 마음이 가는 사람.

혹은 오늘 처음 봤는데, 그리고 말 한마디 섞어보지 않았는데 왜인지 이 사람과 나는 정말로 맞을 것 같지 않은 사람.

저는 원래 사람을 잘 구분해 낸다고 혼자 몰래 자부하며 살아왔는데요, 살아가다 보니 정말 마음이 가고 마음을 주었던 사람이 떠나가기도 하고, 정말 안 맞을 것 같던 사람이 오랫동안 제 곁을 지키며 저를 지탱해 주기도 하더라고요.

  나이가 들어서 얻게 되는 노련함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인간관계에서는 어떻게든 예측이 불가능한 걸 보고,

나이가 들어도,  많은 걸 알게 되어도 어느 것 하나 내 생각과 내 느낌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인생이란 말이 이해를 해버리는 어른이 되어버렸습니다.

  일자리에서 만난 사람은 일자리에서 끝내는 스타일인 저는, 지금은 일자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가족처럼 마음을 터놓고 살게 되었고, 의지하며 살고 있습니다. 문득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너무 날카롭고 너무 꼿꼿하게 살아온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무엇이든 단정 짓지 말고 마음을 너무 세게 닫아버리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마음을 닫아버려서 놓쳤던 인연들은 얼마나 있었을까 -' 하고 생각해 보는 밤입니다. 여러분들은 마음속 문은 어느 정도의 틈으로 열려있나요?


뜨거운 여름 공기가 가시고 한껏 태양에 충혈된 마음을 어르고 달래줄 선선한 단풍향이 불어올  며칠 뒤를 위해 살짝 틈을 열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

.

저희는 저희 자리에서 멋지고 전문적인 응대가 되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월요일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어요.

.

오늘도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special message

원고를 마지막으로 수정하는 열두 시가 다 된 이곳 새벽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원래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작업을 하지만, 오늘은 창을 활짝 열어두고 서재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원고를 마무리해봅니다. 빗소리가 저를 재워줄 것 같아 얼른 침대로 들어가고 싶은 밤이네요.
여러분들만의 숙면을 위한 노하우는 어떤 것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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