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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양 Aug 28. 2023

백화점 C 양 체험판_10

10화 그녀들의 은밀한 대화

-본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faction이며 구독자 분들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없었던 일을 꾸며내지 않습니다.  



아침이 밝았어요. 모든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모두 그러나요?

저는 단체 대화방에서 각자의 출근 시간에 출근을 알리는 대화들이 날아오는데요,

간밤에 지친 육신을 달래고 출근길에 기분이 좋음(?)을 알리는 대화요

예를 들면 "제 주말 어디 갔죠, 왜 월요일?" 같은 류의 대화요.

오늘은 같지만 다른 화장품 업계에서 일하는 친구와의 대화 내용을 살며시 보여드릴 거예요.

그녀들의 은밀한 대화 들으러 오실래요? 쉿!


10화 <그녀들의 은밀한 대화>

어느 날 대화를 발췌했습니다. 카톡 실제 내용이므로 약간의 수다성이 포함된 글입니다.


천차만별의 가격

그녀 : 30대 초반 남성 고객님께서 10만 원짜리 기획세트를 찾으시면서, 금액대는 얼마까지 있냐는 질문을 하시기에 우물쭈물하며 가장 저렴한 80만 원부터 있다고 말씀드리는데 내가 다 죄송스럽더라.


나 : 하긴 요즘 남자분들 가격 잘 모르시더라. 내 주위 애들도 립스틱이나 아이섀도 가격 듣고 기겁하던데. "그렇게 비싸?" 하면서


그녀: 맞다 맞다

 

나:아예 모르나 봐


그녀: 원하는 가격대 찾으시려면 드럭스토어 가야 된다고 정중하게 안내해 드려. 난 그래서 가격 비싸다고 성질내시는 고객분들께는 그냥 길 건너 드럭스토어 가시라고 해.


나: 맞아 그래서 비싸고 좋은 거 선물로 해줘도 좋은 건지 모르는 사람들 수두룩 빽빽.


그녀:..... 그럴 때 진짜 우린 받으면 가격을 아니까 "와! 이거 비싼 건데! 너무 고마워!" 하는데 그런 반응이면 좀 서운해. 특히 향수 금액 더 모르잖아.


나: 어휴... 그럴 때 속상하지.  나 최근에 겪었잖아.


그녀: 향수는 원가부터가 다르니 그래서 비싸요.... 저렴한 거 찾으시면 드럭스토어 가세요...


나:그럴 수밖에 없지 아무래도.



괜히 있는 게 아닌 브랜드명과 제품명

그녀: 우리 브랜드 전화 와서 경쟁사 제품 찾는 사람들도 진짜 너무 많아.


나: 브랜드 이름이 그냥 제품 이름이겠거니 하신 건가?


그녀: 그냥 우리 세상의 모든 글로벌 브랜드가 다 있을 거라 생각하시는지 정말 터무니없는 거 전화로 찾으시는 분들 많아 그럼 "그거 저희꺼아닌데요....(머쓱)"


나:약간 그거 같네 우리한테 와서 병모양 설명하시는 고객님들. 근데 제품명도, 브랜드도 모르신대


그녀: ㅋㅋㅋㅋ 뭔지 알아


나: 일단 말하면 다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나 봐



설명과는 전혀 무관한 외형

그녀: 병색깔 냅다 말씀하시면서 분홍색이라고 하시는데, 열에 아홉은 분홍색이 아니어서 문제야.......


나:맞다


그녀:살구색이야 알고 보면 심지어 병색깔도 아니고 내용물 액체 색이야


나:그리고 냅다 향수 이름 말씀하시면서 이거랑 같은 향 찾아달라 하시고. 사실 제가 전 세계 향수의 향을 다 알진 못하..ㅏ..... 그리고 그 향을 찾으시면 그걸 구매하시면 되는데 왜 굳이 굳이 다른 브랜드에서 그 같은 향을 사시려고 하시는 걸까?



너무 주관적인 향 설명

그녀 : 아니면 냅다 향기 이야기. 그것도 굉장히 주관적으로.


나:맞다 “내가 지하철에서 누가 뿌린 걸 맡았는데~ 꽃향긴데~ 좀 안 달고~ 되게 좋던데 그거 찾아줘요~” 몇 가지 추려서 응대하면 "이거 아니야, 이 향이 아니야. 이거 말고." 계~속 반복


그녀:아니면 남자 선물용이라고 자기는 무거운 거 좋아한다고 하시곤 결국 취향 따라가다 보면 완전 꽃향기 샤랄라 한 거 골라가는 분들.


나: 맞아. 단향은 질색팔색 한다고 하시곤 마지막엔 세상에서 제일 단 향수 구매하시는 분들 바닐라향 듬뿍 나는 거. 진짜 생각보다 너무 많아.  본인의 취향을 객관적으로 정의를 못 내리셔서 그런 거지. 그래서 맘에 드는 걸 찾아야 하니 나 같은 카운슬러가 있어야 하는 거고.


그녀: 그래! 아니면 시원한 거 추천해 달라고 해놓고 목 콱콱 막히는 답답한 거 골라가시고


그리고 고객의 귀여운 강요(?)

나: 맞아 근데 또 애매~한 게 엄청 주관적인 거를 나한테 강요하시는 고객분들. "이거 다네요? 이거 달죠?"


그녀: 진짜 화나


나: 아니요? 할 수도 없고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긴 한데~!!"


그녀: 나는 그냥 사실대로 "저는 ~잘 ~ 모르겠는데...?"라고 해


나:그래서 나도 그냥 사실대로 "아~ 향수가 워낙 주관적으로 느끼시다 보니~" 이렇게 얼버무릴 수밖에 없어.

그리고 너무 우기시면 "달콤한 향조가 하나도! 안 들어있긴 한데요! 달다고 느끼실 수도 있지요~"할 수밖에...


그녀: 아니면 아가씨가 제일 좋아하는 향 달라고 하면 그때부터 진짜 별 생각 다 들고, 그래도 다 싫다고 하시면 그냥 "전 여기에 좋아하는 향 없다"라고 해 그냥ㅋㅋㅋㅋ정말 세상엔 다양한 고객이 있다.....


<오늘의 퇴근길>


자신을 돌보는 일은 어렵습니다.

오늘도 우리들은 고객에게 많이 웃어주었고, 나에게 실수를 해도 웃으며 괜찮다 하였고, 수도 없이 물어보는 길도 싫은 내색 한번 없이 모두 웃으며 안내했고, 카드를 던져도, 제품을 떨어뜨려도, 나에게 반말을 해도, 앞에서 열심히 얘기하는 나를 본체도 하지 않아도 웃어주었죠.

물론 이 상황을 누구의 탓도 할 수 없어요. 내가 선택한 직업이고, 해야 하는 일이고, 당연한 일이니까.

몇 시간이나 구두를 신고 서있어서 무거워진 종아리를 겨우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언제 웃을 수 있지?"

12시간 내내 타인에게 웃음을 지었던 나는 나 자신에게 웃음 한번, 토닥임 한번 주지 않았네요. 나에게 먼저 "안녕? 오늘 기분 어때?" 묻지도 않았고요.

그날의 나의 기분을 체크하는 것, 내가 어딘가 지쳐있다면 좋아하는 향의 바디워시로 나를 깨끗이 씻기고 맛있는 음식을 적당히 먹인 다음 오늘만큼은 해결해야 할 산더미 같은 일들을 외면하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바스락 거리는 이불이 펼쳐진 침대로 뉘이는 것. 작은 것부터 시작해 볼까 합니다.


  그 작은 것들이 내일을 살아갈 힘을 주고, 어제의 응원이 되는 것이니까. 다 괜찮을 거예요.


금방 이 글을 다 쓰고 우연히 펼친 노트에서 친구가 저 몰래 제 노트에 적어놓은 메시지를 발견했는데, 일자를 보니 약 6개월 전에 쓴 글귀네요. 부드러운 기분 좋음이 밀려왔어요. 이것 또한 오늘의 선물이 될 수 있겠네요.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알까요? 자신이 장난으로 휘갈긴 글자가 6개월 후 힘든 C양이 발견했을지, 그리고 힘든 밤 큰 위로가 되었을지.

그리고 저는 오늘 저를 위해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 <탕후루>를 만들었습니다.

샤인머스캣 탕후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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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서 일하면서 정말 다양한 유형들의 고객분들을 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것들 중 대다수가 저런 사소한 것들입니다. 가끔 서로 웃음이 터져버리기도, 고객님은 해결하지 못한 문제로 찝찝하게  매장을 벗어나시기도 하지만, 그런 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저희는 매일같이 회의하고, 데일리 노트에 다양한 유형들을 정리하며 상황별 응대를 만들어 한층 더 질 높은 서비스를 위해 노력합니다.

백화점 특성상, vip에 맞춘 응대 서비스가 중점이라 한 명이라도 허투루 응대하거나, 소홀히 했다면 갑자기, 어느 부분인지도 모르게 컴플레인이 걸리기 때문이죠.

서비스직 여러분들,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제가 만든 탕후루처럼 달콤한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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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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