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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양 Aug 21. 2023

백화점 C 양 체험판_9

9화 보이지 않는 서비스의 손들

-본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faction이며 구독자 분들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없었던 일을 꾸며내지 않습니다.  


입추가 지났다고는 하는데, 계절은 여전히 여름 안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옷은 두꺼워질 줄 모르고 여전히 뜨겁고요, 아직 저는 슬리퍼와 민소매를 입고 있습니다.

공들여 한 화장이 땀에 지워질까 열심히 덧칠을 하고,  차가운 커피는 아직 송골송골 물기를 뿜고 있고, 거리에 아지랑이는 여전히 출근길 저를 맞이해 줘요.

오늘은 그렇게 너무 뜨거워져버린 마음이 조금 누그러지는 얘기 몇 줄 보낼게요. 저와 함께 출근하실래요?


9화 <보이지 않는 서비스의 손들>


백화점 하면 어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시나요? 하얗고 쾌적하고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고. 이렇듯 어느 백화점을 가도 언제나 고객분들께 쾌적한 쇼핑 환경을 제공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항상 깨끗하고 작은 쓰레기도 보이지 않는 건 시민 의식이 투철해서 일까요? 아니요.

늘 오며 가며 쓰레기를 치우고 닦고 궂은일을 맡아하는 아름다운 손들이 있습니다.


백화점 환경미화팀

"아유 오늘도 날이 너무 덥다 그죠?"

반가운 주름진 얼굴에는 매일같이 생긋 웃음을 지으시며 인사를 해주신다. 소녀 같은 웃음을 가진 그분들은 나에게 때로는 딸처럼, 때로는 손녀처럼 대해주시며 지쳐서 반쯤 감은 눈으로 억지 눈웃음을 지으며 매장을 지키고 서있는 정승 같은 나와는 다르게 꽃향기가 날것처럼 싱그럽기까지 하다.

더운 날씨에 바뀐 유니폼 때문에 모자까지 써야 하는데, 야속한 그 모자가 자꾸 흘러내려와 시야를 가려서 연신 모자를 위로 추켜세우면서도 해야 할 일에 항상 열심이시다.

달마다 교대를 해가는 근무 환경 때문에 1층에서 정 붙인 여사님들이 다른 층으로 가버리면 아쉽기도 하고 다른 층에서 만나면 반갑기도 해서 두 손을 부여잡고

"어느 층으로 가버리신 거예요~"한다거나, 떠날 때 "나 다음 달부터 다른 층 가~"하고 아쉬움의 인사를 남겨주시는 분들은 내가 이 백화점에서 근무하면서 유일하게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여사님! 하고 부르곤 하는데, 여사님들이 평소에 어떠시냐면, 

휴게실에서 만나면 간식거리를 쥐어주시는 분들.

매장 앞을 지나다가 먹을거리를 몰래 쥐어주고 가시는 분들.

화장실에서 양치 중일 때 핸드타월을 몇 개 뽑아 옆에 놓아주시고 가시는 분들.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으면 각자 싸 오신 반찬들을 기꺼이 나눠주시는 분들.

매장 앞을 청소하시다가 가끔 불쑥 밀대로 매장 안을 닦아주시고 가시는 분들.

손자 손녀 사진들을 보여주시며 자랑에 여념 없으신 분들.

엘리베이터 열림버튼을 재빠르게 사수하고 빨리 오라며 손짓하시는 분들.

겨울이 되면 자꾸만 열리는 정문 때문에 추울까 싶어 문을 닫아주시고 찡긋 눈빛 보내시는 분들.

마감 시에 쓰레기 버릴 거 있으면 달라며 바쁜 마감 시간도 줄여주시는 분들.

휴게시간에 벤치에 혼자 앉은 내게 오셔서 수다 보따리를 늘어놓아주시는 분들.

졸린 눈을 겨우 뜨고 하는 출근 때 오늘은 더 예쁘네 하시며 웃음 짓게 해 주시는 분들.

가끔 아들 사진 보여주시며 중매 서겠다 하시는 유쾌한 분들.

일이 힘든 주말이면 지나가시면서 한숨보따리를 한가득 풀곤 금세 웃으시는 분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수다를 한가득 쏟아내고 또 아무렇지 않게 각자 뿔뿔이 층으로 흩어지시는 분들.

봄이 되면 벚꽃길 사이를 나란히 걸으시는 분들.

비가 오면 고객이 미끄러지실까 카펫을 까는 데에 누구보다 분주한 분들.

우리 매장 전단지가 쓰레기 통에서 많이 나오면 같이 안타까워해주시는 분들.

<오늘의 퇴근길>


글을 쓰다 보니 문득 떠오르는 미화팀 선생님이 계시네요.

몇 년 동안 옆집 아저씨처럼 친근하게 매일 웃어주시며  인사해 주시고 가끔 음료수도 사주시던 그분은 늘 기분 좋은 인상이었는데요, 어느 날 매장으로 쭈뼛쭈뼛 들어오시기에 “어쩐 일이세요??”하고 여쭈었더니,

“오늘이 마지막 근무예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고 하셔서 “누가 괴롭힌 거예요!!”라며 장난스레 굿바이 인사를 하였지만, 매장에서 눈물을 참기 어려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건강하게 잘 계시겠지요?


어디든, 어떤 분야에서든 무언가 빛나기 위해선 주위에 수많은 어둠이 존재합니다.

하늘이 어두워졌기에 별이 더 빛날 수 있듯이 일상에서도 수많은 노력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 없다는 말의 속에는, 그 속에 수많은 눈물과 노력이 있기에 하는 말이고, 그것들을 감히 멋대로 가늠할 수 없기에 억지로 뭉뚱그려본 말이 아닐까요?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폄하하거나 날카롭게 평가하는 잣대들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현상이 늘어갑니다. 점점 과잉되어 가는 경쟁 사회 속에 빠른 발전과 기술력 향상은 큰 강점이지만, 지쳐가는 인간과 여유를 잃고 헤매는 청춘들은 점점 더 늘어가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런 사람이고요.

하지만 여기서 잊지 않고 살아가고 싶은 건, 우리는 누군가의 피땀 흘린 작품이고, 때때로 누군가를 작품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위대한 조형가이고 어둠이자 별이라는 것.

오늘도 늘 겸손한 제가 되기를 기도하며 잠들어야겠습니다.

.

.

.

어때요? 깨끗한 백화점을 위하여 손써주시는 분들이 정말 너무 많죠?

그저 백화점에서 고객과 독단적으로 마주하는 팀은 아니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도, 직원의 입장에서도 가장 고마우신 분들이라고 장담해요. 정말 소년 소녀 같은 미화팀!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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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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