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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양 Aug 14. 2023

백화점 C 양 체험판_8

8화 향수 선물의 의미

-본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faction이며 구독자 분들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없었던 일을 꾸며내지 않습니다.  


입추가 지난날이지만 여전히 더위는 기승을 부리네요.

저는 사실 아침에 출근해서 밤늦게 마쳐서 날씨를 잘 모르겠어요.

가뜩이나 하얀 바닥과 하얀 벽들에 물건들이 즐비하게 놓여있는 이 공간 속에서는 에어컨 때문에 더더욱 계절감이 없어요.

그 속에서 사람들은 웃고 떠들며 물건을 구경해요. 과연 그들은 어떤 감정을 나누고 있는 걸까요?

가끔은 저도 저 속에 들어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웃고 싶은 날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저분들께 도움을 주러 가야겠죠? 오늘도 출근해 볼까요?


8화 <향수 선물의 의미>

“향수를 선물하고 싶은데 취향을 모르겠어요. 어쩌면 좋을까요?"


많은 분들이 향수 선물에 대해 어려워하세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선물을 주고 싶은 사람은 누구일까요?

감사한 은사님일 수도, 가장 사랑스러운 연인일 수도, 나의 든든한 가족일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그 사람들에게 나는 향. 세세하게 하나하나 기억하시나요?

아마 뭉뚱그려서 비누향, 혹은 달달한 향처럼 주관적으로 기억하실 거예요.

그런 분들을 위해 저희 같은 카운슬러가 있습니다!


실패하지 않는 향수를 사는 법

매장에 들어오시면 선물용이라고 말씀하시고요, 그분의 취향을 정확하게 아신다면 그 취향을 설명해 주시고, 취향을 잘 모르겠다면 연령대평소 옷 입는 스타일 등을 말씀해 주세요.

아니면 그분이 평소에 사용하시는 향수를 말해주셔도 좋아요.

그렇다면 카운슬러들은 매장에서 선물용으로 가장 많이 나가는, 선물로 나가서 매장으로 교환이 가장 들어오지 않는, 연령대별로 나누어서, 혹은 성별로 나누어서 가장 잘 나가는 베스트 제품들을 몇 가지 시향 해드려요.


흔히들 하시는 고민들

"너무 흔하지 않나요? 너무 많이 맡아봤어요!"

그럼요 흔하실 수 있어요.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 보면, 너무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향수라서 판매율이 높고 그만큼 많은 분들이 사용하시는 모델이라는 것!

취향을 정확히 모르고 어려울 때는 안전하게 베스트셀러로 가시면 대부분 성공이에요.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요??"

걱정 마세요. 매장 측에서 제품을 뜯기 전 미리 사용해 보실 수 있도록 샘플이나 향수를 뿌린 시향지 그리고 교환이 가능한 선물 영수증까지 꼭 챙겨드려요. 제품을 개봉하지 않았다면 교환 가능하십니다.

매장별로 상이할 수 있으나 대부분 처음 선물 받으신 금액의 동일한 가격이나 높은 가격으로 교환하시고 차액 결제하는 방식이 있어요.


"선물 교환권 뭐예요?"

선물을 받으신 분께서 혹시나 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선물 교환권과 제품을 들고 매장을 방문하시면 꼭 구매하신 분의 영수증과 카드가 없어도 교환하실 수 있어요.

<오늘의 퇴근길>


기억이 두려웠던 적이 있으신가요?

이걸 알게 되면, 이걸 기억하게 되면 내가 오랫동안 아프겠구나. 하고 지레 겁을 먹게 되는 일들이요. 그래서 억지로 마주하지 않으려 노력한 것들이요.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문득 생각나는 아픔에 가슴이 저려 주저앉게 되어도, 씩씩하게 무릎 한번 털고 일어나야 한다죠.

그런 생이 슬프고 고달파도,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정말 대견하고 멋지고 때때로 안쓰럽습니다.

저는 가슴이 저리는 날들이 자주 오는데, 그럴 때마다 아무 내색 하지 않아야 하는 게 더 슬퍼요.

언제쯤 무던해지고 괜찮아질까 매일 손꼽아보지만, 시간이 약일 겁니다. 지나고 나면 다 괜찮아질 테죠?

과거에 아파했던 순간을 나중에 한 발짝 떨어져 잠시 스쳤을 때, 그 기억이 떠올라 다시 마음이 먹먹해지겠지만, 그리고 몇 날 며칠을 생각에 잠겨 아파하겠지만, 그때와 똑같이 죽을만치 아파 괴롭지 않은 걸 보면 어쩌면 우리는 잊으려 노력한 결과일지도, 혹은 너무 괴로워 몸이 잊어 준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대로, 이 순간을 절대 잊지 않고 오래도록 간직하려 조용히 마음속으로 하나하나 세세히 이 순간을 기록하신 순간은요?

사진을 찍고, 음성 메시지를 남기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건다거나, 밤까지 날아가지  않게 예민하게 고이고이 들고 와 일기장에 꾹꾹 눌러 담는 등의 각자의 방식으로 기억을 기록합니다.

그 순간은 너무 짧고, 그렇기에 영원하길 바라고, 영원하길 바라는 그 바람에 비해 내 마음은 너무나 작아서 저는 무엇인가의 도움을 계속해서 받아야 해요.

그렇기에 더 아름답다고 볼 수도 있겠죠? 꽃은 한철 피고 지는 것이기에 아름답다는 것처럼요.


여러분은 잊고 싶은 기억이 자꾸만 떠오를 때 그 기억에서 어떻게 헤엄쳐 나오시나요?


향수 선물의 의미

유독 향으로 기억이 남는 것들이 있습니다.

저의 향으로 남은 기억은 새벽에 연습실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여름밤에 맡은 진한 프리지어 향인데요.

지금도 프리지어 향을 맡으면 늘 교복에 기타 가방을 들쳐 맨 예대를 준비하던 꼬질꼬질한 고3으로 돌아간 것 같아요.

배우 정유미 님은 여행지에서 마다 향수를 바꾸신다고 해요. 그럼 그 향을 맡았을 때 그 여행지의 느낌을 금세 느낄 수 있다고요. 공감되시지 않으세요?

그리고 저자 C양은 사랑하는 사람이 뿌렸던 향수를 내가 뿌리면 그 사람과 늘 함께 있다는 느낌을 줘서 큰 위로를 받고요.

이렇게 향이란 많은 기억들을 안고 오는 놀라운 매개체가 됩니다.


정의하자면,

그만큼 향수를 선물한다는 건 그 사람의 인생에 내가 깊게 들어가고 싶다는 것 아닐까요?

그리고 사랑하는 그 사람에게서 내가 좋아하는 향이 난다면 한층 더 사랑이 깊어지거든요.

향수 선물이야 말로 진정한 사랑 아닐까요?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서로를 기억할 수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오직 둘만 아는 수단이 생긴 거니까요.

이번 다가오는 기념일엔 향수 선물 어떠세요?


-오늘도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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