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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양 Aug 07. 2023

백화점 C 양 체험판_7

7화. 100명의 고객이라면 100가지의 유형이 있다.

-본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faction이며 구독자 분들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없었던 일을 꾸며내지 않습니다.  


마스크를 벗은 지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정말 길고 답답했던 마스크시대가 끝이 나고,  이렇게 더운 날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어서 많은 분들이 다행이라고 생각하실 것 같네요.

여러분들은 그 답답한 코로나 시절, 답답함을 달래주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사람들과 눈으로 대화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생각해 보면 마스크가 없던 시절에는 ‘건성으로 대화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귀 기울여 듣지 않아도, 눈을 맞추지 않아도 대충 입모양으로, 소리로, 또 표정으로 말들을 알아들으니까요. 그래서 마스크를 쓴 이후로는 목소리보다 눈을 맞추며 대화하는 것이 많이 소중하다고 느끼는 날들이었어요.

오늘도 여러분들의 날에 더 시원한 바람이 살랑 불어오기를 바라며 오늘도 출근!


7화 <100명의 고객이라면 100가지의 유형이 있다.>


여름밤에는 여의도 한강공원이 항상 문전성시를 이루죠. 지하철 역에서 내려서 공원까지 가는 거리에 치킨집이며 중국집의 전단을 많이 받아보셨을 텐데요. 백화점에서도 그런 일을 한답니다.

백화점에 가시면 멋진 모델분들이 시향지를 나눠주고 매장에서 테스트해 보라고 하잖아요? 시향지를 받았을 때의 고객님 유형들을 보자면,


저희까지 기분 좋게 해 주시는 고객님들. 가방에 쏙 넣으시며 " 향이 너무 좋네~"하시는 유쾌하신 분들.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하고 정중히 거절해 주시는 분들.

한 장 더 달라며 고사리 손을 내미는 아기천사 분들.

본체도 안 하시는 분들.

받자마자 바로 땅바닥에 던져버리시는 분들.

놀랐다고 신경질스럽게 소리치시는 분들.

손바닥으로 거절의 제스처를 하시는 분들.

팔꿈치로 치고 가시는 분들.

그리고 힘들지 않냐며 따뜻한 말을 건네주시는 분들.


정말 다양한 고객분들을 보면서, 정말로 사람은 어찌 이리 다 다른지 너무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행사가 끝나고 나면, 미화 여사님들이 꼭 해주시는 말씀이 "쓰레기통이 꽉 찼어~"입니다.

그래도 며칠이 지난 뒤 그 시향지를 다시 들고 매장으로 방문해 주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그렇게 만족스러운 구매를 하신다면 저희는 너무나 뿌듯하답니다.

<오늘의 퇴근길>


백화점에서 정말 다양한 군상의 사람들을 봅니다.

내가 표현한 작품은 그 작품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 답답하다가도 그것이 매력인 예술계에서 벗어나 사람들 사이에 툭 던져진 오늘날, 이렇게 일상에서도 모두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고 그 생각에 기반한 행동을 하며 산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그런 사람이 두루두루 뭉쳐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인생이 재미있다고 하는 걸까요?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죠. 그런 마음은 변덕이 주를 이루는데, 저는 변덕이 심한 축에 속하는 사람입니다. 오늘 인상을 찌푸렸던 것이 내일이 되면 갑자기 사랑스럽고, 오늘 못 견디게 사랑했던 것이 언젠가 꼴도 보기 싫어 치워 버리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한때 집에 보이는 모든 물건을 다 버리고, 다시 사들이고, 다시 버리고를 반복했던 이상한 시기가 있었습니다.  마음이 많이 아팠던 것 같아요. 제 자신에게 귀 기울여 주지 못했던 거죠.  조금이라도 생각이 정리되지 않으면 메신저도 돌연 삭제하고 전화기를 끄고 집 밖에서 나오지 않았어요. 물론 지금도 그러고 싶은 순간이 찾아오지만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진 저는 그냥 참아냅니다.

지금은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려고 하고, 그 누구도 재촉하지 않으니 일단 천천히 생각하려는 습관을 들입니다.

“야! 정신 차려, 천천히 생각해, 천천히 생각해.”

저의 주문 같은 것이랄까요.

쉽지 않지만 마음이 가라앉고 후회할 일이 적어집니다.

마음이 여유로워진다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기도, 갑자기 슬퍼지는 일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슬픔을 마냥 부정하는 건 건강하지 않고 너무 고된 일이지만, 그래도 슬픔이라는 건 나를 어두운 밤바다에서 부유하도록 만드니, 억지로 발버둥 치며 노력해 보렵니다. 오늘은 왠지 부유하고 싶지 않은 날이거든요.

.

저만의 방법을 알려드릴까요? 슬픔이 나를 덮쳐올 때 조용히 가슴에 손을 얹고 천천히 눈을 두 번 깜빡이면 괜찮아집니다. 마법 같은 방법은 아니지만 꽤 느리고, 꽤 명확한 방법이에요. 저에게 딱이죠.

하지만 부디 그럴 일 없기를 오늘도 기도하며 잠자리에 들어야겠지요. 모두 좋은 밤 보내세요.

.

.

.



오늘도 열심히 일했어요. 많은 것들이 변화하는 이 시대에 고객님들에게 향기로운 시대를 남겨드리고 싶어요.


- 오늘도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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