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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양 Jul 31. 2023

백화점 C 양 체험판_6

6화 이런 배려는 사양합니다.

-본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faction이며 구독자 분들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없었던 일을 꾸며내지 않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더운 공기가 확 느껴지는 날들입니다. 텀블러에 담긴 커피가 점점 더 빨리 묽은 맛이 되어버리는 날들이기도 하지요.

하얗고 밝은 이 백화점에서 햇살이 어디로 지나는지도 모른 채 시간은 흘러가요.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 왁자지껄한 말소리들, 또 벌레들이 시원한 곳으로 피서를 왔네요.

쇼핑을 하며 시간을 알 수 없게 하기 위해 시계를 두지 않고, 창문 또한 내지 않았다던 눈부시게 하얀 이 공간에서 오늘은 또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요?


<6화 이런 배려는 사양합니다. >


"보기만 할게요."

고객님이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응대는 시작됩니다. 시향을 해드리거나, 고객의 이미지에 맞는 향을 카운슬링해 주거나, 선물의 고민을 덜어주거나, 몰랐던 자신의 취향을 더 빠르게 캐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임무입니다.

반가운 인사도 전에 차가운 얼굴로  '보기만 할게요.'말씀하시는 손님입니다.

편하게 보셔도 되고, 편하게 뿌려보셔도 되고, 이것저것 물어보셔도 돼요. 그것이 고객님이 당연히 누리실 것들입니다.


"그냥 이렇게 맡을게요."

저희는 고객님들에게 블로터(시향지)에 향수를 뿌려서 편안하고 보다 위생적으로 향을 맡으실 수 있게 해 드립니다.

물론 셀프로 뿌리셔도 되지만 블로터와 향수가 만나는 것도 기술이 있다는 걸 알고 계시나요?

그런데 간혹 가다 콧구멍에 향수 노즐을 넣으시는 분이 계세요.

여러 명이 만지는 향수 노즐을 코에 넣으시면 위생에도 좋지 않고 보는 저희 속도 좋지 않아요.

직원들을 번거롭게 만들고 싶지 않으신 고객님들의 예쁜 마음은 알지만, 멋진 향을 본래 조향사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게 잘 느끼시려면 직원들이 하잔대로 못 이기는 척  따라와 보세요! 훨씬 행복한 향을 느끼실 거예요.



"여기에 맡을게요."

한 블로터에 여러 개의 향수를 뿌려서 맡으시는 고객님입니다.

간혹 한번 시향하고 버려지는 블로터가 아깝다고 하시며 한 블로터에 향수를 여러 개 뿌리시는 고객님들이 계신데요. 이 또한 감사한 마음이지만, 향수가 섞이게 되면 본연의 향을 잃는 것은 물론이고, 블로터가 눅눅해지고 알코올향이 많이 올라오면서 시향 하실 때도 힘드실 거예요.

종이가 아까우셔도 올바른 방법으로 시향 하시고 마음에 꼭 드시는 향수 찾아서 구매하세요!


"이게 뭐예요?"

좀처럼 원하시는 향을 찾지 못하셨는지 열개에 다다른 향수를 시향 하신 고객님께서 스무 장 가까이되는 시향지를 본인이 손에 들고 보여주시면서 "이건 뭐예요" 하시는 고객님입니다. 안타깝게도 저희는 수십 개의 동일한 크기와 색상의 블로터만 보고 어떤 향수를 뿌렸는지 알 수 없어요.  

조금만 더 배려해서 저희에게 블로터를 주시면 그 향을 찾아드릴게요.

<오늘의 퇴근길>


누군가에게 원하지 않는 배려가 불편으로 다가왔던 적이 있으신가요?

혹은 그에게 배려라고 생각해서 한 행동이 오해를 산적은 없으신가요?

사람을 마주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오해는 너무 쉽게 발생되어 버립니다.

어쩔 수 없는 인간인지라 안고 가는 경우도 생기는데,

그럴 때마다 어찌할 줄 몰라하던 저에게 나의 스승은 그냥 솔직하게 말하라며, “내가 이런 생각으로 이런 행동을 했어. 혹시 오해하진 않았을까 해서 물어보는 건데, 혹여 그렇다면 미안해. ”라고 솔직하게 말하면 그 사람도, 나도 아프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저에게 오해라는 것은 마음속에 한번 자리 잡기 시작하면 서서히 그 주위를 무르게 만들고 결국 썩기 마련이었거든요.

다 무너지는 가슴을 안고 살다가 나중엔 오해였음을 알게 되는 일도, 평생 오해임을 모르고 사는 일도 많죠.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들이 사람 사이에는 확실히 있으니까요.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할 수 만 있다면 묻고 싶은 지난날들의 상처들이 떠오르네요.

어느 순간 말하는 게 부끄러워져 말을 잃어가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만난 누군가는 자기의 말을 상대를 위해 확실히 할 줄 아는 사람이었는데 그 순간 그 사람이 굉장히 멋있고 빛나보였습니다. 솔직함의 힘이란 멋짐이었어요.

오늘도 다시금 다짐하며 좋은 말을 많이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날입니다.  조금만 더 여유로워지고 싶어요.

태양이 아무리 뜨거워도 없어선 안될 존재이듯이,

너무 아파 바라보기 힘든 것들에도 모난 면 뒤에 숨겨놓은 좋은 면을 보며 감싸 안을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길 기도해 봅니다.

.

.

.

향수는 '입는 보석'이라고 할 정도로 옷과 장신구와 같이 나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크게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나만의 향을 그냥 흐지부지 대충 구매하실 건가요?

그러지 마시고 저희가 열심히 도와드릴게요. 고객님들은 여러 가지 향을 편하게, 명확하게 맡아보시고 가장 맘에 드시는 향수를 구매하세요. 그것이 저희의 기쁨이니까요.


당사에서는 최상의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과 고객님들을 웃음 짓게 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행동이라고, 그것을 해낸 직원들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늘 얘기해 줍니다.



-오늘도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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