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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양 Jul 24. 2023

백화점 C양체험판_5

5화 우리가 마주하는 커플의 모습들

-본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faction이며 구독자 분들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없었던 일을 꾸며내지 않습니다.  


어느 날은 뜨겁게 내리쬐다가도 어느 날은 비가 온 동네를 적십니다. 엄청난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오면서 마음 아픈 안타깝고 무거운 사고들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습니다. 자연의 순리라기엔 어디가 단단히 고장 난 날들의 연속이에요. 환경 보호에 조금 더 많이 관심을 가지고 지구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커플의 모습들>


인간이 가장 먼저 발달하는 감각기관은 후각입니다. 그래서인지 후각으로 기억되는 것들은 깊고 진하게 남아있기 마련입니다.

지하철 역에서 나는 델리만쥬의 냄새, 겨울밤 종종걸음 치며 귀가하던 중에 뿌연 연기 사이로 식욕을 돋우는 김치 왕만두 냄새, 어릴 적 품속을 파고들면 풍기던 엄마의 화장품 냄새와 아빠의 쏴한 향수 냄새, 나만 아는 내 연인의 냄새, 어떤 배우는 여행지에서의 추억이라 하였고, 어떤 사람은 향기로 그 사람을 기억한다 했어요.


그 사람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을 때 향수를 많이 선물하시는데요, 선물 목적의 향수는 워낙 취향을 많이 타는 품목이어서 많은 분들이 굉장히 어려워하십니다.

그 사람의 취향이 아니면 어쩌지? 하며 고민하고, 내 연인에게 내가 좋아하는 향기를 주어야 할지, 내 연인이 좋아하는 향기를 주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세요.

그래서 아예 상대를 데리고 오셔서 구매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연인의 비율이 단연 높습니다.

그럼 이제 사랑하는 연인들의 구매 유형을 살펴볼까요?


"텔레파시형"

시향 내내 연인 중 한쪽이 한마디도 하지 않는 유형입니다. 상대의 선물을 살 때 받는 사람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좋다 싫다 의견도 내지 않고, 상대는 눈치로 이것저것 권유하며, 판매를 해야 하는 저 보다 더 눈치를 보고 더 적극적으로 말합니다. 이 정도면 대답 한번 해줄 법도 한데 고갯짓을 몇 번 할 뿐 계산을 하는 그 순간까지도 한마디도 하지 않으며 향이 마음이 들지 않을 땐 옷소매를 살짝 당기며 매장을 벗어나는 유형입니다.


"질투의 화신"

행사 시즌에는 남자 모델이 함께 근무하는데, 그때 응대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손이 스친다거나, 웃음이 나는 모먼트가 있다거나, 정중하게 여러 이야기를 나눠야 할 때 상대가 눈에 쌍심지를 켜는 유형입니다. 그 이후로 시비조로 말씀하시는 경우까지 종종 있습니다. 물론 저희 같은 여성 카운슬러에게도 해당됩니다.

(대게 본인 연인은 본인 눈에나 예쁩니다.)


"사는 건 내가 살게. 계산은 누가 할래?"

상대와 합의되지 않는 구매를 하시는 고객입니다. 이것저것 카운슬링 후에 계산 시 그 누구도 카드를 내지 않고, 상대에게 "뭐 해?"라고 되묻는 유형입니다.

(그 앞에 선 저는 너무 초조하고,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고, 무섭고, 그래요.)


"제일 큰 사이즈로 주세요."

한쪽은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걸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고, 한쪽은 그런 상대가 비싼 돈을 쓰는 것이 미안한 마음이 맞물려서, 상대가 극구사양해도 테이블 사이즈로 사라고 하거나, 계산 시 몰래 다가와 소곤소곤 아까 그 제품 큰 사이즈로 바꿔달라고 하시는 유형입니다.

(그분들의 사랑스러운 배려가 괜히 저까지 기분 좋아지게 만듭니다.)


"후다닥 이거 주세요."

함께 시향을 해보시고 제품이 마음에 들지만 고민하시다가 매장을 떠나셨는데, 사고 싶은 마음을 눈치챈 연인이 나중에 후다닥 달려오셔서 "아까 그거 주세요."하고 눈치 보시며 후다닥 구매하여 서프라이즈를 하는 유형입니다. 이 유형도 위의 유형과 비슷한 마음이 듭니다.

(실제로 그 장면을 보았는데 상대가 너무 좋아하시고, 두 분 다 상기된 얼굴로 마주 보며 웃으시는 걸 보니 얼마나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던지.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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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퇴근길>


향수를 구매할 때 그 사람을 생각하며 그 사람에게 어떤 향이 어울릴까 생각하며 사는 것. 너무 사랑스럽지 않나요? 향을 선물한다는 게 얼마나 아름답고 로맨틱한 일인지....


사랑은 참 어떤 형태로든 아름다워요. 모두 사랑하고 계신가요?

모두 사랑합시다. 나도, 내 주위도, 흙도, 나무도. 모든 것을 벅차게 가득히.

어릴 땐 사랑의 힘을 믿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제가 매사에 너무 냉소적이기도 했던 탓에 더 보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 찬찬히 돌이켜보면 그때도 모든 것이 사랑이라 잔잔히 느끼며 살았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잊어버린걸 수도요.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명확하게 모든 것은 사랑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것도, 그래서 주위 사람들을 나도 모르는 새에 사랑으로 물들이는 것도, 이 상황을 사랑하는 것, 지칠 때 누군가 떠올라 싱긋 웃음 짓는 것과, 나와 내 주위사람들이 아프지 않고 편안히 잠자리에 누울 수 있는 것을 감사하는 마음과, 아침에 사랑하는 노래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 모든 것이 사랑이었습니다.

이제는 보려 하니 보였다. 자꾸 생각하고 소중히 하니 잊히지 않았다.라고 말 할 수도 있겠네요.

사실 어릴 땐 세상에 왜 그렇게 사랑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 많은 걸까? 하고 지루해했습니다. 전 지루한 말을 하고 싶지 않았고, 그런 말들로 음악을 하던 저에게 아빠는 "사랑과 행복을 노래하라"며 조언하실 정도였는데, 왜 그게 다 부질없어 보였을까요. 그 나름의 이유는 조금만 둘러보아도 이렇게나 쉽게 알 수 있는데요.

물론 그때를 후회하진 않아요. 그때의 모습도 저임은 확실하지만, 지금의 저는 사랑이 온몸에 구석구석 피어있고, 앞으로도 이런 저의 마음에 오롯이 기대어 살고 싶습니다.  언젠가, 또 어디에선가 저와 같은 생각의 독자가이 글을 볼 때 사랑에 비관적이라면, 저의 몇 자 안 되는 소박한 이 글들로 감히 말하고 싶어요.

사랑은 나를 절벽에서 밀쳐버리다가도 구름 위로 눕게 한다고. 사랑의 힘은 대단하다고. 살아가는 힘을 준다고. 언젠가 지쳐 주저앉아 있을 때 내 인생을 구해낼 수도 있다고.


독자분들은 어떠세요? 가슴속에 깊이 남은 향이 있나요? 아니, 사랑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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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사랑이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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