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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양 Oct 16. 2023

백화점 C 양 체험판_16

16화_명문대 교수의 성희롱

-본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faction이며 구독자 분들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없었던 일을 꾸며내지 않습니다.


16화 명문대 교수의 성희롱


전기장판 좋아하시나요? 저는 집은 춥고 이불속은 따뜻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가을이 오면 바로 전기장판을 꺼내는 사람 중 하나인데요,

요즘은 전기장판을 켜고 자면 더워서 새벽에 깨고, 그렇다고 끄고 자면 추워서 깨는 바람에 자꾸만 잠을 뒤척였어요.


오늘은 정기 휴무일입니다. 다 같이 쉬는 이런 날은 매출 걱정 없이, 매장의 사건 사고 걱정 없이 쉴 수 있는

날이지요. 문득 몇 년 전 사건 사고가 생각이 나네요.


오늘은 저희 매장 단골이셨던 (하지만 구매한 적은

없는) 고객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때는 몇 년 전, 제가 아마 3년 차 정도였으려나? 매니저님의 개인사정으로 매니저 자리는 공석이었고,  곧 매니저를 보내겠다는 본사의 지켜지지 않는 약속은 자꾸만 기간이 길어졌습니다. 갑자기 공석이 된 매니저 자리를 채우느라 사내 파일을 다 뒤져가며 혼자 일을 배워 매니저 업무까지 하던 눈코 뜰 새 없는 가장 아프고, 힘든 시기였습니다. 몸은 자꾸 이곳저곳 고장이 났고, 퇴사를 고민하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던 중 저희 매장에 흥미로운 이슈가 생겨버립니다.

한 60대 즈음으로 보이는 어떤 고객님께서 본인이 @@대학 교수라 하였고,

“내 제자가 배우 @@@인데, 그 친구에게 선물할 거다. 어울리는 걸 추천해 달라. "

라고 하셔서 그저 ‘마음이 따뜻한 교수님이시네.’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남 대명사인  탑 남배우에게는  이런 내리사랑 선생님도 계시는구나!’라고 생각했을 정도였어요. 그 외의 탑 배우들과의 인맥 자랑에 열을 올리다가 응대가 마무리되어서, 마음에 드는 제품이 없어서 구매를 안 하시는 거겠거니 하고 응대가 끝났습니다.


문제는 그다음 날부터였죠. 그는 거의 매일같이 그 유명대학교의 과 점퍼를 입고 백화점에 오셔서 저희 매장에 들렀습니다.

어느 날,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매장에 들어왔는데 막내 직원의 표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출처 픽사베이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었어요?"


들은 얘기는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해외에서 공부를 오랫동안 했고, 손등에 타투가 있었는데,  그 고객이 이런저런 공부에 대한 조언 해 주신다며 말하기를,


"타투는 손에만 있나? 다른 데는 어디 있지?"


라고 하길래 직원이


"타투를 좋아해서요. 손이랑 팔에 있어요."

라고 하며 친근한 마음에 이리저리 보여드렸는데,


"가슴에도 있나? 한번 보고 싶은데."


라고 했다는 겁니다.  ( 뚜껑이 열렸습니다. 별 것들이 다 활개를 치네 싶었죠. ) 당황해서 울먹거리는 직원을 보고 그대로 매장을 이탈했다는 겁니다.

저는 21살 밖에 안된 아기 신입에게 그런 얘기를 해서 이 친구가 울고 있는 게 너무 속상했고, 그 아저씨가 오기를 기다리며 오면 꼭 갚아주겠노라 마음먹었었죠.

백화점 측에도 얘기해 보았지만 “아이고.. 어떡해요.. 그냥 상대하지 마세요. “라는 미적지근한 반응에 화가 나있던 참이었습니다. 물론 이해는 합니다. 직원보다 위해야 할 것들이 많은 자리이니까요.


그리고 그날 밤, 구내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보안 팀장님과의 대화에서 증거가 없으면 혹여나 무슨 일이 벌어져도 너네가 불리할 수 있으니 "녹취를 하여라 “라고 귀띔을 해주셨고, 저는 휴대폰을 항상 옆에 두고 칼을 갈고 있었습니다.

출처 픽사베이

내 저것을 콩밥을 먹이리…………


다다음 날 때쯤 되었나. 그 아저씨가 등장했습니다. 저는 막내를 휴게실로 보내고 녹취 버튼을 누르고 말을 걸어주기를 기다렸습니다. 일부러 할 일 없는척하며 눈을 맞췄어요.


"나는 C 양 같은 여자가 좋더라? 무엇이든 다 포용해 줄 것 같잖아. 그리고 키 크고 늘씬하기까지 하고 몸매가 딱 내 스타일인데, 나 이래 봬도 미혼이야. 결혼은 C양이랑 하고 싶은데."


저는 녹취를 따기 위해 적당히 리액션해 주며 들어주었습니다.


“저는 연하 만나서 결혼하는 게 꿈이라서요. 아직 어리기도 하고요. “


그러자 그는,


"C 양 또래는 모아둔 돈도 없을 거고 나는 부모님도 부자라 집에 돈도 많고, 내가 나이가 많으니 빨리 죽으면 그 돈 다 C양이 쓰는 건데 더 좋지 않나?"


50 대려나, 아니면 60이 넘었으려나. 나이가 지긋한데 저런 것도 말이라고 불쾌한 얘기를 길게도 하셨고 제가 자꾸 따박 따박 말대답을 하니, 재미가 없었던 건지 괜히 가만히 있던 옆 매장 막내에게


"중국어 전공이라고 했지? 나 이번에 중국 출장을 가게 됐는데 나랑 같이 가자. 내가 경비 지원 다 해줄게. “


라고 하는 등 모든 내용을 녹취했습니다.  

<실제 녹음본 캡처>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유명한 대학교의 교수라 하여 (거짓이겠죠? 진짜 라면 정말… 교육자 얼굴에 먹칠 제대로 하셨네요.) 학교 측에 알려야 하나 라는 생각도 하며 방법을 모색했는데, 문제는 경찰 신고가 들어가려면 그 사람이 저희에게 직접적인, 즉 ‘신체적인 해’를 가해야 처벌을 받게 할 수 있다는 거였는데요, 신고를 위해 일부러 그를 화나게 해서 맞을 이유는 없었으므로, 그날 저는 신입에게 ”앞으로 그 아저씨 보이면 녹취를 해라 “라고 당부하였습니다.


다음 날. 말을 자꾸 받아주는 저에게 말 거는걸 재미 붙인 아저씨는 또 매장 방문을 하였고, 저는 목적이 담긴 친절한 인사로 답했고, 막내 직원은 매대밑으로 핸드폰으로 녹음파일을 트는데, 생글거리던 친구가 인사도 안 하고 쭈그려서 핸드폰을 만지니 무슨 일인가 싶은 궁금했는지,

"뭐 하나?" 하며 매장 매대 밑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는데, 그때 막내의 녹음 중인 휴대폰 액정을 본듯했습니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봤을까? 화내겠지? 왜 생사람 잡냐고 발끈하겠지? 그럼 싸워야지 별 방법이 있나.’

하고 0.3초 만에 별 생각들을 다 하고 있었는데,

그 이후로 그 아저씨는 매장에 일절 오지 않으셨고, ‘더 이상 신입에게 성희롱 하지 않으니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신고하지 못하고 미적지근하게 끝나서 한편으론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인생 그렇게 살지 맙시다.


그를 생각하면 “좋은 학벌과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 왜 저럴까? 뭐가 그렇게 외로워서?”란 생각만 맴돌았습니다.

오늘의 하늘


어릴 적 아빠가 하시던 말씀 중에,  

“공부를 열심히 해서 똑똑해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지혜와 겸손을 갖춘 사람이 되는 것이다.”였습니다.  

저의 학창 시절, 한 번도 공부하란 소리를 하시지 않던 저희 아빠는 저를 이곳저곳 데리고 다니시며 많은 경험을 하게 해 주셨고, 나쁜 일에 휘말려도 넘어지지 않아야 함을 강조하셨습니다. 싸워야 할 때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싸우고, 싸울 가치가 없는 일에 싸우려고도 하지 말라는 말씀 따라 살았는데, 그리고 모두가 그런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살다 보니 아닌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것과 어른이라고 다 같은 어른이 아니라는 것을 매번 느끼며, 이제 저 또한 어른이 되어버렸으니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돌아보고, 늘 긴장하고 살고 있습니다.


어른들에게, 그리고 어른이 된 저에게도 말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잘못된 행동들이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나중에 그 행동이 잘못됐음을 깨닫게 되었을 때 겸허히 받아들이고 인정할 줄 아는 것. 그리고 사과할 줄 아는 어른이길 바란다고.



일교차가 너무 크게 나는 서울의 낮과 밤은 아직도 적응이 어려워요. 낮엔 땀을 흘리며 냉수를 마시다가도 밤이 되면 소매를 끝까지 끌어내립니다.

튼튼해서 아플 것 같지 않던 씩씩한 주위 사람들도 감기에 걸리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만큼 건강 관리에 유의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

.

오늘도 사람이 있어서 행복하다! 는 개뿔 콩밥 못 먹여서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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