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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양 Oct 23. 2023

백화점 C 양 체험판_17

17화 다 쓴 향수를 환불해 달라는 고객

-본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faction이며 구독자 분들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없었던 일을 꾸며내지 않습니다.



17화 다 쓴 향수를 환불해 달라는 고객


날이 꽤나 많이 추워졌어요. 아침에 출근해 저녁에 퇴근하며 야외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지하철역과 연결된 회사만 왔다 갔다 하다 보니, 계절감이 많이 없는 편인데요, 오늘은 신호를 기다리다 처음으로 첫 입김을 보았답니다.

입김을 후 불어보다가 겨울이 되면 꼭 챙겨보는 드라마들이 생각났고, 캐럴이 들렸고, 작년 겨울 눈길을 종종걸음 치던 제가 생각났습니다.

여러분들은 이런 날에 가장 그리운 것은 무엇인가요?

오늘도 저와 함께 일하러 가볼까요?

.

.

멀리서 시선을 꽂고 다가오는 저 고객은 분명 불만 사항이 있는 고객이었습니다.

사실 멀리서만 보아도 어떤 뉘앙스인지 보이기 때문에 저희는 내심 긴장을 하며 고객님을 맞았습니다.

인사도 받지 않고 다짜고짜 하신 말씀은 물건을 몇 달 전 구매하였고, 사용도 했는데 환불을 요청하는 사항이었습니다.

회사 규정은 치차 하고. 누가 보아도 너무나 안 맞는 조건들이 많아서 어렵다고 안내를 해드렸는데, 그럼 더 저렴한 제품으로라도 바꿔달라고 하셨습니다. 고객님께서 진지하게 하신 말씀은 이러했습니다.


"아니 내가 여기서 몇 달 전에 향수를 구매했는데 향이 너무 안 좋아요."


"사용하시던 제품을 재구매하셨었나요?"


"아니 그때 직원이 좋다고 추천해서 샀지. 근데  향이 너무 안 좋아."


"혹시 시향을 해보지 않으시고 구매하셨나요?"


"아니? 해봤지. 근데 난 그때 직원이 좋다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 구매했던 거지."


"그런데 어떤 게 문제이실까요?"


이 질문이 고객님의 이야기보따리를 열게 했습니다.


"어떤 게 문제인 게 아니라, 이건 고객으로서 하는 말이야. 구멍가게도 아니고 이렇게 큰 명품 브랜드는 고객의 소리를 듣고 고객의 의견을 반영할 줄 알아야지. 내가 이 향수를 좋다고 추천받아서 샀는데, 내가 이걸 뿌리면 남편도 향이 안 좋다고 집에서 나가라고 하고, 회사 사람들도 토할 것 같다고 하고 무슨 냄새냐고 하고 나한테 안 온다니까. 향수가 사람들한테 내 향을 보여주기 위해서 뿌리는 건데, 사람들이 안 좋다고 하고 저리 가라고 하는데 내가 이걸 계속 뿌릴 수 없잖아. 고객이 이렇게 말하면 이건 잘못된 향수야. 내가 진상도 아니고 가격을 깎아서라도 다른 걸로 바꿔가겠다는 게 뭐가 그렇게 문제야? 언니, 나 막무가내로 무턱대고 해달라는 거 아니잖아 나 그렇게 정신 나간 여자 아니야. 여기는 브랜드 위치가 있으니 더 해줘야 돼. 이건 컴플레인이 아니라 고객 반응이니 회사에서도 내 의견을 들어야 해. 더 이상 고객 반응을 무시하면 안 되는 거야. 내가 이 매장에서 사진 않았는데 같은 브랜드니까 그 매장에 전화 돌려서 상황 안내하고 나 다시 나오기 번거로우니까 여기서 바꿔줘."


같은 얘기를 장장 2시간에 걸쳐하셨습니다. 정말 겨우 견뎠습니다. 다른 고객도 받지 못했을뿐더러, 쉬는 시간도, 식사 시간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교환이나 환불이 안 되는 이유는 차고 찼기에 고객님께 설득했어야만 하는  문제였습니다.


일단 몇 달 전 구매를 하셨고, 그러니 영수증도 당연히 없을뿐더러, 제품을 절반이 넘게 사용하셨고, 우리 지점에서 구매하신 제품도 아니었으며, 시향을 다 해보시고 구매하신 것이라 그 당시에는 마음에 드셨으니 구매하셨을 텐데, 주위 사람들의 반응이 안 좋다는 이유로 바꿔달라 하시고, 그게 안되면 가격을 낮춰서라도 다른 새 제품으로 바꿔달라는 건 더더욱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저희 선에서 해결할 수 없어서 백화점 담당자까지 내려오게 되었고, 결국 그렇게 몇 시간을 성내시다가 매장을 떠나셨고, 상황은 종결되었습니다.


직원들에게 클레임과 컴플레인을 걸 수 있는 당연한 위치의 고객님들 이시지만, 부당하고 이해되지 않는 사항들이라면 고객님들이 말씀하시기 전에, 직원들이 이미 앞에서 많은 의견을 드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앞의 사례와 같은 상황은 개인의 취향의 문제이고, 조향사들이 제품을 내놓을 때에는 여러 컨펌에 컨펌을 거쳐서 최종으로 열심히 만들어낸 예술품이기에 고객님의 취향에 맞지 않으시다면 구매를 미루시고 마음에 드는, 딱 적합한 제품으로 구매를 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희는 글로벌사와 고객님과의 간극을 좁히고 서로에게 만족할 만한 결괏값을 창출해내게 하는 카운슬러입니다.

<오늘의 퇴근길>


언젠가, 누군가가 나에게 조금 더 화장을 진하게 해 보라고 조언했습니다.

진한 화장을 한 저에게 돌아오는 호평에 기분이 좋다가도 취향에 맞지 않게 억지로 바꾼 화장법은 곧 다시 저로 돌아오게 되더군요.

물론 본업을 할 땐 겉으로 보이는 외관이 중요한 사람인지라 여러 피드백을 수용해야 하고,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받아들여야 할 때가 많지만, 일 할 때가 아닌 나와의 시간에서만큼은 확실히 구분하며 살아갑니다.

평소의 저는 조금은 마이웨이적인 기질을 갖고 있어서 무언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이 불편함이 너무 싫기에 "내가 좋은데 어쩌라고!" 하는 스타일이랄까요. 그래서 별나단 소리도 많이 듣지만 전 별난 제 자신이 제법 마음에 듭니다.


자신의 색을 잃는 건 얼마나 슬픈 일인가요? 색을 잃고 슬퍼하거나, 색을 찾으려 방황하고 계시진 않은가요? 화려한 색들 속에서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진 않은가요?


초록을 잃은 가을은 차갑고 쓸쓸하지만, 그 속에서 선명하게  빛나는 울긋불긋한 단풍이 있습니다. 그렇게 한 계절에 알록달록한 색채를 입혀줍니다. 색을 잃은 지금이라 할지라도 결국엔 다시 초록이 돌아오리라 믿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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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들 중에서도 "여자들이 좋아하나요?"혹은 자신이 마음에 드는 향수가 있어도 같이 온 지인이 "별론데?"한마디에 속상한 얼굴을 비추곤 구매하지 않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아니 본인이 마음에 든다는데 도대체 왜?'

 자신의 취향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건 멋진 일이지 않나요?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무얼 싫어하는지 알게 되는 건 나를 알아보는 일이니 게을리하지 않고 나를 끊임없이 탐구해 보는 건 어떨까요? 취향이 생긴다는 것은 참 기쁜 일이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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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의 취향을 말씀해 주시면,  저희 믿고  따라와 보세요!


오늘도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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