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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양 Oct 30. 2023

백화점 C 양 체험판_18

18화 그 남자는 뭐였을까

-본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faction이며 구독자 분들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없었던 일을 꾸며내지 않습니다.


18화 그 남자는 뭐였을까


많은 사람들을 추위에 움츠러들게 만든 추위는 가시고 다시 평년 기온을 회복했다고 합니다.

겨울을 지독히도 싫어하는 저는 겨울이 빨리 오는 것이 야속해서 구시렁거리며 억지로 억지로 겨울맞이 옷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월요일과 화요일에 모 방송사에서 방영된 [지구 위 블랙박스]라는 프로그램을 챙겨보았습니다. 앞으로 닥칠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변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죠.

여러 뮤지션들이 빙하가 녹아내리는 곳에서 노래를 하고, 물속에 있어야 할 곳이 바닥을 내보이는 곳에서 노래하는 등, 보는 내내 감정이 울컥울컥 올라와 울지 않고는 볼 수 없는 프로그램이었고, 우리의 작은 실행들이 모여 큰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했습니다. 그리고 더 거창하게 행동하고 싶어 졌습니다.

기후 변화와 음악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꼭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도 같은 자리에서 고객님께 인사합니다. “환영합니다 고객님.” 저와 출근하러 가볼까요?


오늘은 제가 백화점에서 일하면서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무서웠던, 미스터리 한' 일화를 얘기해 볼까 해요.


저는 그날도 다름없이 구내식당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식당에서 우연히 보안 팀장님을 뵀고, 혼자 식사 중이셔서 같이 앉게 되었습니다. 한참을 떠들고 식사 시간을 마치고 올라와서 직원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려고 화장실 거울 쪽 의자에 앉아 준비 중이었어요.

칫솔에 치약을 쭉 짜는데 입구가 비치는 거울에 어떤 얼굴이 빼꼼 고개를 내미는 겁니다.

남자 화장실과 여자화장실이 ㄱ자 형식으로 겹치게 문이 여닫히는 구조인데, 장난기 어린 고개만 내미는 모션이었기에 저는 보안팀장님이 저를 놀리시려는 것 같아 ‘그런가 보다~’ 하고 마저 양치를 했어요.  

그러고 양치하러 다시 남자화장실로 들어가신 건지 다시 오시진 않더라고요.


양치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는데 엘리베이터 쪽에 한 남자가 서있었습니다.

출처 픽사베이

그때 저의 위치는 2층이었는데 이 건물 엘리베이터는 총 3대로 홀수층, 짝수층, 전층 운행 엘리베이터가 나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 2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려면 짝수층이나 전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려야 하는데 홀수층 엘리베이터 앞에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옷도 유니폼이 아니기에 순간 좀 의아했습니다.


 검은 트레이닝복에 검은 캡모자를 눌러쓰고 있었어서, '운동복 파트 직원일까나?' 하고 엘리베이터를 지나 휴게실로 들어갔는데, 휴게실 옆 쇠기둥에 왜 그날따라 시선이 갔는지 뒤를 비추고 있는 쇠기둥을 봤는데, 그 남자가 제 쪽으로 뒤돌아 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이상한 기분이 잠시 스쳤지만 거꾸로 돌아가면 더 이상할 것 같아서 휴게실로 얼른 들어버렸는데, 폐점이 가까워지는 시간이라 휴게실에는 직원들이 없었어요. 혼자 휴게실에 잠깐 누워 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출처 픽사베이

문이 열리는 소리는 들렸지만 들어오는 발소리가 들리지 않았기에 ‘누가 잘못 들어왔나’ 하고 말았어요. (쓰고 나니 제가 정말 둔한 사람 같네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교대시간이 되어서 휴게실 밖으로 나오는데 아까 그 엘리베이터 앞 남자가 휴게실 출구 쪽 의자에 쭈그려 무릎사이에 얼굴을 박고 앉아있었습니다.


전 순간 이건 우연이 아니라 생각 들었고, 도망치듯 자연스럽게 걸어 나왔습니다.

원래는 비상구 계단으로 내려오면 저희 매장이 가까워서 비상구 계단을 이용하는데 그날은 일부러 고객 동선으로 나가서 매장으로 갔어요.

여전히 찜찜하긴 했지만 기분 탓이겠거니 하고 매니저님에게 말고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백화점과 아주 가까운 곳에 살았지만, 매니저님께서 혹시 모른다며 집 앞까지 데려다주셨고 한바탕 수다를 떨며 집으로 왔는데요,


그러고 며칠 뒤 안내데스크(여성) 락카실에 남자가 숨어있다가 도주하는 사건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건 발생일이 언제였냐 물어보니, 제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던 그날과 겹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저 예민하게 생각했던 나의 잘못이라 생각하고 넘겼던 겁니다.


제가 그런 느낌을 느낀 그날 그저 우연이 아니었단 것과 이렇게 CCTV가 즐비하고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곳 속에서도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느낀 하루였습니다.


출처 픽사베이


그 안내데스크 직원은 얼마나 놀랐을까요? 얼굴도 모르는 그 직원이 걱정됐습니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의아하고 무섭지만 그래도 다친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오늘의 퇴근길> 모두 무탈하고 안녕하길 바라며. 유영하는 잉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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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일 없이 산다.”

어릴 때 그저 지루한 어른들의 말이라고 생각했던 말인데요, 크고 나니 별 일 없이 사는 게 정말 크고 다행인 일임을 알게 되니 누군가의 뚱한 별일 없이 산다는 대답이 이제는 내심 반갑게 다가오게 되더군요.


잘 지내?라는 말에 시원하게 “잘 지내.”라고 말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어지럽게 널린 날 들입니다.


당신이 어디에 있든, 조금은 무미건조한듯한 저 “별 일 없이 산다”는 말이 어느 날들보다 평안하게 나아가고 있는 것임을 믿고, 계속해서 유유히 살아갈 수 있도록 늘 마음 써 기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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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좀 더 밝아지고 따뜻해지길 소망합니다. 그리고 오늘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야겠어요. 모두 부디 평안하게 해달라고. 안녕히 주무세요 여러분.

peace love happiness


오늘도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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