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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양 Dec 04. 2023

백화점 C 양 체험판_23

23화_눈뜨고 코베인 날

-본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faction이며 구독자 분들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없었던 일을 꾸며내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한 주도 잘 지내셨나요, 저는 이번 년을 마무리하며 가장 빛나던 주였습니다. 꿈을 보았고 사랑을 보았고 살아있음에 이유를 찾았습니다.

그 감격에 일기를 여섯 장이나 썼지 뭐예요?

(초등생 때 원고지에 쓰던 산문 대회가 생각났어요.)

이 일들은 저에게 어떤 바람을 몰고 올까요?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일들은 저에게 어떤 감동과 의미를 전해줄까요? 기대가 됩니다.


연말 준비에 한창인 백화점은 행사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캐럴, 백화점으로 몰리는

고객들은 트리에서 사진 찍고, 외벽을 구경합니다.

그만큼 새로운 고객을 더 많이 만나고 사건 사고도 많아지는 시기이니 백화점 팀들은 더 긴장해야 합니다.


크리스마스 하면 랜드마크가 된 명동에 위치한 백화점 구경하셨나요?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아래 사진 한 장 남길게요.)

오늘도 우당탕탕 백화점으로 저와 함께 출근해 볼까요?


23화_눈뜨고 코베인 날

그날은 유독 길을 묻는 고객들이 많았습니다. 1층에 위치해 있고, 다른 브랜드에 비해 한가해 보이는 저희 매장으로 문의가 많이 오거 든요.

안내데스크가 1층에 정 중앙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을 때에도 저에게 그렇게 길을 물어보시더니, 그 안내데스크가 없어지니 오죽하겠습니까. 어느 날은 정말 내가 응대를 하려고 출근을 한 건지 길을 안내하려고 출근을 한 건지 싶을 정도로 길 안내에만 바쁜 날도 많습니다.

저희야 하루 11시간씩 근무를 하지만 정말 고객이 적은 날에는 매출 압박에 시달리는데, 일을 하러 온 건지 길을 알려주러 온 건지 싶은 날도 며칠이 계속됐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상냥하게 맡은 바 임무를 다 해야 하는걸요.


겨우 겨우 일을 마치고 교대를 하였어요.

무거운 다리를 끌고 겨우겨우 휴게실로 가서 털썩 앉았어요. 달콤한 짧은 휴게시간이 끝나고 매장으로 가는데, 어딘지 모르게 분주한 매니저님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매사에 침착하시고 조용하신 매니저님의 뒷모습이 저리도 바쁜 건 분명 저건 무슨 일이 난 거예요.


"이 제품 테스터 어디 갔지? 원래 없었나? 언제부터?"


"무슨 말씀이세요 늘 있던 게 어딜 가요"


정말 눈에 익은 자리에 어딘지 모르게 허전하네요?

'향수를 깬 걸까? 아니면 보수하려고 잠시 빼두고 까먹었던 걸까? 그게 직원들끼리 공유가 안 됐을 리가 없는데??'  머릿속에 많은 생각들이 스칩니다.

매장을 한바탕 뒤지다 결국 보안팀에게 연락해 CCTV를 돌려봅니다.


- 몇 시간 후

"대박이야 진짜"


"왜요? 뭣 좀 찾으셨어요?"


"아까 너한테 응대받던 아줌마가 테스터 훔쳐간 거였어."


"네? 누구요? 제가 매장에 계속 서있는데 언제 그런 일이 일어나요 전 눈치 못 챘는데요?"


"이거 봐봐"


작은 휴대폰 영상 속에서는 cctv영상이 흐릿하게 재생되었습니다.


나에게 화장실을 물어보던 그 아주머니는 나를 "아가씨"하며 부르고 "환영합니다 고객님"하고 자동응대 멘트를 할 때, 장지갑을 응대하는 제 쪽으로 두고 "화장실은 어디로 가요?"라고 말한 뒤 "고마워요"라는 말과 동시에 장지갑 뒤에 향수를 숨겨 유유히 매장을 빠져나갔습니다.


그래, 어쩐지 길을 묻는 고객들과 다르게 유달리 상냥해서 카드영업하시는 여사님이겠거니 하고 '카드 안 만들겠다는 말을 어찌 돌려서 말하지?' 하고 순간적으로 생각했던 제 모습이 퍼뜩 떠올랐습니다.

그 이후 경찰이 찾아와 이런저런 질문을 하고 고소장을 작성하라고 하였고, 며칠 뒤 재방문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알게 모르게 그날 백화점이 소란하였더군요. 알고 보니 그 아줌마는 저희 매장 말고도 다른 매장 곳곳을 돌며 테스터와 제품을 훔쳤고, 다른 매장에서도 고소장이 들어간 상태였습니다. 한 백화점에서 여러 브랜드가 한 사람을 상대로 고소를 한 것입니다.


몇 번의 경찰과의 만남 후 며칠 뒤 그 아주머니가 아들과 함께 매장에 방문하여 사과하시며 훔친 테스터 값에 달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게 되었고,  화장실을 묻던 그 착하고 상냥한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미안하다는 고개 숙인 모습과 계산을 하고 도망치듯이 매장을 나가던 모습을 보며 긴 여정이었다고 생각하는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론 자식들 앞에서 부끄러운 어머니가 된 것에 대해 상처가 크겠다는 생각과 함께, 어머니 보다 더 얼굴을 들지 못하고 한 발자국 떨어져서 꾸벅 인사만 하는 다 큰 아들이 안쓰러웠고, 범죄는 엄연한 범죄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뒤엉키는 기분이었습니다.


세상이 어찌 이럴까요. 작은 것들이 크게 요동쳤습니다.

<오늘의 퇴근길>


무언가를 갖고 싶은 마음에서 파생된 그릇된 행동은 화를 불러일으킵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갖고 싶어 섣불리 행동한 탓에 그 사람이 결국 떠나가버릴 수도 있고,

이미 가진 것들에 만족하지 못해 다른 소중함을 잃게 되는 것들도 있죠.


저는 어른이 되면 갖고 싶은 것은 척척 살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지금은 편의점에서 이 과자를 먹을까, 이 과자를 먹을까? 하고 한참을 고민하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만약 우리가 내일 죽는다면, 내가 이루었던 명예와 돈을 더 불리는 것 보다 지금 내게 남은 시간 동안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한번 더 들여다볼 수 있는 게 더 소중하지 않나요?

그런데 저는 매일을 내일 죽을 것처럼 살라는 말이 저에게는 가끔 목에 채운 사슬같이 무서운 갑갑함으로 느껴져요.

그래서 한 번씩 반항심에 인생을 낭비하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 죽는 것처럼 표현하면 좋은 것이 유일하게 사랑인 것 같아요.
그럼 내일 또다시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사랑한다면, 그 사랑이 파도쳐 세상에 흩뿌려진다면, 평범한 날들이 좀 더 빛나는 순간들이 되지 않을까요?

<금주, 별 것 아닌 것들에 사랑을 느낀 것들 모음집>

1. 일이 유독 많은 백화점 말일 날 아침.  월마감을 혼자 처리해야 해서 걱정이 많은 채로 출근했는데, 전날 퇴근한 시니어언니가 노트북 모니터에 붙여두고 간 쪽지. 2. 치킨집 사장님의 서비스 귤과 함께 온 따뜻한 메세지. 텍스트에서 온도가 느껴진다.




백화점에는 생각보다 도둑들이 많이 있습니다. 든든한 보안팀들이 상주를 하고 있어도, 고객의 가면을 쓰고 사건을 벌이죠.

벽장에 있는 모형을 훔쳐가는 도둑들도,  테스터를 훔쳐가는 도둑들도 있어 매장에서 늘 주시한답니다.


범죄가 사라지는 그날까지...


명동 신세계

오늘도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위에서 말씀드렸던 사진 드리고 물러갑니다.

다음 주까지 우리 따뜻하게 살고 있다가 만나요.

참!

제 글보다, 더 사사롭고 조금 하찮고, 수다스러운 백화점 일상을 하이라이트로 공유하고 있어요. 인스타그램으로 구경 오세요. 새 글 알림을 드려요! 그리고 여기에선 보지 못했던 회차별 손글씨도 올라온답니다!

@c_essay_c



오늘도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그럼 정말로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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