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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양 Dec 11. 2023

백화점 C 양 체험판_24

24화 마트 치킨으로 전해지는 사랑

-본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faction이며 구독자 분들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없었던 일을 꾸며내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벌써 12월의 둘째 주가 되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2023년 오랫동안 바빠서 만나지 못했던 그리운 사람들과, 여러 모임들로 바쁘시죠? 캘린더를 뒤적이고, 일정을 조율하고 연말의 설렘과 동시에 나 자신을 뒤돌아보기도 하고, 내년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매일 생각하고 있는 날이라 몸도 마음도 소란한 날들의 반복인 것 같습니다.

또, 12월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었습니다. 추위를 지독히 싫어하는 저이지만, 정말 먼 훗날 자손들에게 우리도 추운 “겨울”이란 것이 있었다고 말할 날들이 올 것이라는 불안감이 자꾸만 다가오는 날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밖을 나서봅니다. 오늘도 저와 출근해요!



24화 마트 치킨으로 전해지는 사랑


오늘도 우당탕탕 빙글빙글 돌아가는 저의 하루는 태연하게 바쁜 일들을 쳐내고 있습니다.

빛나는 백발을  가진 신사가 곤란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리십니다.

한번 힐끗 보았지만, 딱히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도 아니었기에 가만히 있었는데 자꾸 신경이 쓰이네요.

다가가 보기로 합니다.


”아버님, 뭐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


“여기 치킨 팔아요?”

데시벨 5 정도로 얘기한 내가 민망할 정도로 10 정도로 얘기하시는 신사분께 적잖이 놀랐지만 안 그런 척을 해봅니다.

반사적으로 대답이 튀어나왔어요.

“치킨? 치킨은 없는데.. 뭐 말씀하시는 거예요?”

‘치킨? 치킨이라니 치킨이 어디 있으려나 여기에서 치킨가게까지는 꽤 걸어 나가야 하는데?’

수많은 생각들이 스칩니다. 길을 안내해 드리기엔 신사분께 어려울 것 같은 경로였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빠르게 머리를 굴립니다.


“1층에 치킨을 판다는데 “

다시 한번 당혹스러움이 스쳐요.

‘뭐지? 뭘까? 진짜 뭐지 그게 뭐지? 혹시 마트에 파는 치킨을 말씀하시는 건가?‘

제가 꼭 도와드리고 싶었어요. 당황했던 건지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아서 답답했습니다.


“우리 마나님이 치킨을 사 오라는데~ 물어봐야겠네”

마나님이란 단어가 이렇게 예쁜 단어였던가요? 세음절에서 느껴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부부의 세월이 다가왔습니다.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열어 얼굴과 멀리 띄운 뒤 검지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서툰 듯 눌러보는 휴대폰에서 곧이어 마나님 목소리가 들립니다.

막 신경질을 내셔서 저까지 민망해서 옆에서 민망하시지 않게 옆에서 웃음 띄며 기다렸어요.

도통 서로가 소통이 안 되는 모양인 듯하여 아버님께 동의를 구해봅니다.

“아버님, 괜찮으시면 제가 대신 전화받아도 될까요?”


휴대전화를 건네받은 저는

“안녕하세요. 저는 여기 백화점 직원인데요, 혹시 말씀하시는 게 혹시 마트에서 파는 치킨이 맞으실까요? “

금세 화색이 돌며 그렇다는 밝은 목소리의 응답이 들려옵니다.


마트 1층에서 찾아야 할 치킨을 백화점 1층에서 열심히 찾아 헤매셨던 겁니다.


“네네 제가 할아버지 잘 안내해 드릴게요. 치킨 사갈게요~”


마트 가는 방법과 마트 안에 치킨을 파는 코너까지 안내를 마쳤고,

“고마워요 복 받아요~” 인사말을 남기고 마트 방향으로 가시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고, 저런 사랑이 진짜 사랑인 걸까 하고 생각하게 되는 날이었습니다.

저는 오늘도 이렇게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복을 받았고, 사랑을 받았고, 온기를 느꼈습니다.

어쩌면 저는 마나님이라는 말 보다, 흔하지만 매일 들어도 기분 좋은  “우리”라는 말이 마나님이란 말을 사랑으로 감싸준 것 같아 마음이 뭉클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의  퇴근길>


나이 먹는 것을 두려워하며 살았습니다.

가장 건강하고, 머리가 빨리 돌아갈 때 뭐든지 다 이루고 다 갖고 싶었고, 날이 갈수록 그렇지 못한 체력이 원망스럽기만 했거든요.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은 왜 이리 빨리 가는지 야속하기만 했고 어른이 되어가는 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저는 아직 자전거를 타고 온 동네를 누비던 말괄량이 초등생에 머물러있거든요.

그 와중에 멋진 사람들을 보면, 나도 꼭 저렇게 멋지게 나이 들어야지 하고 생각한다거나, 늙는다는 것이 마냥 슬픈 일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잃는 것들도 수없이 많겠지요. 이유 없이 울고 싶은 때에도 참아야 하고, 화가 나도 한번 더 생각하고, 때려치우고 싶은 것들을 나를 위해 감내해야 하는 일이 더 많아집니다.

마냥 까불며 살 수 없고, “어리니까 뭐든 할 수 있어”라는 특권도 사라지게 돼요.


하지만 그 와중에도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건,

갖고 싶던 물건을 갖고, 원하던 결과를 이루어낸다는 등 재밌고 좋은 일만을 바라던 어릴 때와 달리,

퇴근 후 침대에 앉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일기를 쓰며 하루를 정리하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잠자리에 누워 쓰러지듯 잠드는 밤이 아까운 것이 아닌, 어제는 일찍 잠들어 오늘은 몸이 가볍다며 어제의 내가 대견해지고,

잠자기 전 나와 내 주위 사람들을 위해 기도할 몇 분을 가질 수 있는 것과,

오늘 하루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지나간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갑자기 쉬는 날이 생기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그 쉬는 날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기적같이 시간이 맞아 밥 한 끼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되고 바라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당연하고, 사소했던 것들이 크게 감사해진 지금이 조금은 슬퍼지는 날들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중한 것은 더 많아지고 빛나는 순간들은 더 모이게 된다는 것이 제게는 큰 희망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어떤 할머니께서 “아유 이뻐”하시며 엉덩이를 토닥이셨어요.

처음 보는 할머니이고, 지각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콧물까지 흘리며 엄청 뛰어오느라 정신이 없는 찰나였는데,

불쾌하긴커녕, 어린아이 때로 돌아간 것 같기도 하면서 갑자기 포근함이 확 밀려왔어요. 처음 보는 할머니께 갑자기 어리광을 마구 부리고 싶어 졌달까요?

서른이 다 되어가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예쁘다”하시며 엉덩이를 두드려주시는, 마음속 사랑이 숨 쉬고 있는 할머니가 멋있어 보였습니다.

“감사합니다”하며 눈 맞추었을 때 할머니의 얼굴은 꼭 빨갛게 익은 맛있는 사과를 닮은 아름다운 얼굴이었습니다.



시간을 발맞춰 걷지 못해 두려웠던 날들을 열심히 잊어보려 하기
더 빛나게 천천히 걸어갈 시간이 많아지는 것이니 열심히 두려워하지 않아 보기



오늘 월요일이라 힘드셨나요? 오늘도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오늘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들기 전 이 글을 읽어주시는 감사한 분들을 위해 기도할게요.

오늘 밤도 평안하시길.



오늘도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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