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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양 Dec 18. 2023

백화점 C 양 체험판_25

25화_물건을 바꿔치기하는 범죄 수법

-본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faction이며 구독자 분들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없었던 일을 꾸며내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월요일이 되면 돌아오는 C 양입니다. 한 주 무탈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몇 주 내내 겨울답지 않은 기온으로 걱정하게 하더니 걱정이 무색하게 서울을 꽝꽝 얼려버린 이번 주는 늘 콧물을 훌쩍이며 출근했고,

따뜻한 카모마일 한잔이 간절한 날이 되었습니다.

냉동실에서 우연히 발견한 2월쯤 사둔 호떡을 보고 “다시 겨울이구나.” 생각했고, 콧등이 발갛게 감정이 휘몰아쳤습니다.

모두가 행복해하는 연말, 그 속에서 오는 가벼운 우울을 가지고 계시진 않으신가요?

직장인들 모두가 싫어하는 월요일이라지만, 백화점은 월요일이 비교적 한산해 오히려 숨을 돌릴 수 있는 날이랍니다.

오늘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오늘도 출근입니다.



25화_물건을 바꿔치기하는 범죄 수법


그날은 유독 날이 더웠던 여름날


캐주얼한 백팩을 멘 활발한 느낌의 남성분이 두리번거리며 들어오십니다.


“환영합니다 고객님 찾으시는 브랜드가 있으세요? “

조금은 우물쭈물하게,

“아니 딱히 찾는 건 없고.....”

고객들 중 매우 내성적인 분들이 말을 웅얼웅얼 들어가는 소리로 끝맺음을 하지 않는 말투로 말하기에 저는

더 아이스브레이킹을 위해 활기차집니다.


“그러시면 제가 추천 한번 해봐 드려도 될까요? 고객님과 딱 맞는 향을 제가 아는 것 같은데! 그전에 고객님께서 특별히 좋아하시는 향이 있으신가요? “

“....”

“크게 부드럽고 깔끔한, 시원한, 달콤한, 캐주얼한 느낌으로 보신다면 어떤 게 좋으세요? “


이번 고객 쉽지 않네요. 선택지를 드려도 답이 없네요.

그렇다면 더 친근하게 다가가야 해요.


“전형적인 터프한 남성적인 향과 반대로 댄디하고 부드러운 향으로 보실 수도 있겠어요! “


다시 대답이 없습니다. 정말 어렵네요.

고객 니즈 파악이 전혀 안 되고 있습니다.

내 연인이 나에게 화가 났는데 뭣 때문에 화가 났는지 말해주지 않고 입 꾹 다물고 있는 거예요 지금.


“저희 매장에서 남성분들이 가장 만족하시는 모델 몇 가지 보여드려도 될까요? “


아.. 쉽지 않아요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아요.

고객의 표정과 반응을 보고 고객의 취향을 파악하는데 전혀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충분히 향을 느낄 시간을 줍니다. 앞에서 충분히 몰아치는 전략을 펼쳤기에 지금은 잠시 대기상태해야 합니다. 고객이 피곤해서 매장을 이탈하면 안 되니까요.


힐긋 눈치 살피는 시늉을 하며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고객님, 제가 고객님과 딱 어울리는 향을 찾았는데 보여드릴까요? “

고객이 눈을 맞춥니다. 반응이 있어요!

이 고객은 지금 새삼 귀찮아하시는 중이니 오히려 전문적인 응대는 피로감을 줄 수 있어요.


“이걸로 주세요. 그리고 까주세요 가방에 넣어갈 거라. “


” 고객님 개봉하시면 교환, 환불 어려운데 괜찮으신가요? “


“괜찮아요. 어차피 제가 쓸거라. 영수증도 버려주세요.”


“네 그러면 개봉해서 담아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응대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런데, 일은 지금부터입니다.


약 20분 뒤


에스컬레이터에서부터 그 고객이 눈에 띄었어요. 느낌이 왔어요 “저분 다시 우리 매장 온다.”

응대 때는 힘들었지만, 마지막은 나이스한 고객이어서, 선물용을 하나 더 사시려나 생각했는데, 가방을 열더니 아까 그 향수를 꺼냅니다.


“제 와이프가 이 제품을 인터넷에서 이만 원 싸게 샀대요. 환불해 주세요.”


“아 그러셨군요 고객님 속상하셨겠어요, 그런데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이미 개봉하신 제품이라 교환, 환불이 어려우십니다. “


“그래 아는데, 그럼 어떡해요?”


(그럼 전 뭘 어떡해요……………….?)


“내가 알고 산 것도 아니고 와이프가 왜 샀냐고 자기가 먼저 샀다고 하는데 심지어 더 싸게 샀다는데 제가 여기서 살 이유가 없잖아요? “


이 고객님.. 말을 굉장히 잘하시는 분이었어요.

억울한 마음 알겠는데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왜냐고요?


그 제품은 저희 매장에서 아까 저에게 구매한 제품이 아니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같은 제품이었으나, 모델이 같을 뿐 저희 매장에서 구매하신 새 향수가 아니라 구매처가 불분명한 중고 향수였습니다.

향수의 보틀이 흰색 무광이라 때가 잘 타는 제품이어서 매장에서도 디피제품을 관리할 때 유달리 신경 쓰는 제품인데, 고객이 바꿔달라고 한 그 제품은 누가 봐도 흙바닥에 구른듯한 상태였습니다.

약 20분 동안 고객이 이 향수를 들고 맨몸으로 강릉 앞바다를 구르지 않는 이상 하얀 조약돌을 닮은 제품이 저렇게 될 리가 없었습니다.

차마 “어디서 다른 제품 가지고 오셔서 바꿔치기하시려 하시냐” 말은 못 하고, 제품 밑에 라벨을 살핍니다.

제품 코드가 달라요. 이건 인터넷이나 어딘가 이름 모를 가게에서 구매한 가품입니다.


점점 언성이 높아집니다. 반말도 튀어나옵니다. 또다시 시작된 “매니저 불러와”

지겨워요 저 말이.

7년쯤 근무하면 이제는 어떤 타이밍에 저 말이 나올지도 훤히 알게 된답니다.


“고객님, 제가 이 매장 담당자입니다. 저한테 말씀하시면 됩니다.”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어르고 달래 보려는 시도를 해봅니다. 전혀 듣지 않습니다.


”그래? 그럼 여기 백화점 팀장 불러와. 내가 여기서 산지 며칠이 지난 것도 아니고 금방 산걸 다시 갖고 와서 환불해 달라는데 왜 안 해주는데? “


언성은 높아지고 주위 매장들이 쳐다보기 시작했네요. 이건 일이 커짐을 나타내는 전조증상입니다.

백화점 파트리더에게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날카롭고 귀찮은 듯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옵니다.


“교환 환불 안된다고 얘기했어요? 후.. 알겠어요 내려갈게요. “


‘왜 난리냐’라고 말하는 듯한 말투에 상한 기분을 떠안고 조금 굳은 표정으로 파트리더를 기다립니다.


파트리더가 여유롭게 걸어오다가 십 미터쯤부터 달려오는 시늉을 하며 고객 앞에 섭니다. 저는 멀뚱히 앞에 섰습니다.

난 잘못한 것도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란 방법은 다 했기 때문에 더 나설 수 없었습니다. 거기서 말을 더 얹으면 상황이 더 악화될 것 같아 조용히 있었습니다.


고객의 거짓말이 시작됐습니다.

“나는 교환 환불이 안된다는 말도 들은 적이 없고, 금방 사고 주차장 내려갔더니 와이프가 샀다고 환불해 오래서 환불해 달라고 하는 건데, 왜 안 해주냐고.”


담당자는 나를 쳐다보며


“ 교환, 환불 안내 안 했나요?” 쏘아붙입니다.


그 와중에 고객은 열이 받아 파트리더에게 계속해서 열변 중이었고 나는 고객이 안보는 순간 억울한 표정과 입모양으로 “했어요!!!”라고 말합니다.


“고객님 제가 아까 분명히 고객님께서 영수증 버려달라 하실 때 케이스 까면서 영수증 없으시고, 제품 여시면 교환, 환불 어려우시다고 명확히 안내드렸습니다.”


“언제요? 전 못 들었는데요?”


“아”

짧은 탄식이 튀어나옵니다. 초등생들이 저렇게 말하며 싸운다던데 성인이 저런 말을 하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같은 말을 계속해서 하는 걸 보니 이건 끝나지 않는 장기전의 느낌이 왔습니다. 담당자는 연신 고개 숙이며 사과하더니 “해드리세요.”합니다.


‘어떡하라고? 어쩌려고 해 주라는 거야? 뒷감당은 또 내가 해야 하잖아! 당신이 봐도 이건 새 제품 아니잖아!!’


고구마를 입안 가득 머금은 기분으로 본사에 전화를 겁니다.

고객이 파트리더에게 열변을 토하는 동안 매장구석에 빠져서 전화로 상황 설명을 합니다.

본사 대리님은 “어머, 어머”하시는 와중에도 수화기 뒤로 들리는 남자의 성난 목소리에

“해드려요 부매니저님, 어쩔 수 없다. 지금 난리네 매장. 그냥 해드려요. “


그렇게 고객은 중고 향수를 던져주고 새 향수를 받아갔습니다.


직원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는데,

“원래 우기면 다 돼. 목소리크면 이기는 거야. 자꾸 저렇게 해주니까 저런 고객이 날이 갈수록 많아지는 거고.”

인데, 오늘 그 일을 제가 겪었네요.


안 되는 일을 안된다고 몇 시간 동안 실랑이한 나의 시간이 아까웠고, 누가 봐도 환불 규정에 해당되는 게 없는데 소리치고 욕해서 환불이 된 이 상황이 웃겼지만,

하긴, 해주지 않고는 어쩔 수 없었던 백화점 측의 입장도 이해가 갔습니다. 계속해서 이 고객이 화가 나서 영업 방해를 하게 둘 순 없으니까요.


<오늘의 퇴근길> 외롭고 조그만 손톱달


안 되는 걸 알면서 부정하고 싶은 감정들은 괴로운 것 같아요.

야식의 유혹 뿌리치기,

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헤어지지 못하는 연인,

정말 운동 가기 싫은 데 가야 하는 것,

그리고 출근하기 싫은데 출근하는 것.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부정하고 싶은 이 감정들, 이런 것들도 우겨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냅다 울어버리는 아기들. 그런 아기들을 보며 속 시원하겠다. 싶으면서도 할 줄 아는 말이 없어 우는 것 밖에 하지 못하는 아기들이 한편으로 얼마나 답답할까 생각합니다.


살아가면서 생각과 감정이 따로 노는 경우는 허다하게 와요.

힘들지만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할 때가 있고, 이성에게 져버리고 마음 가는 대로 몰아쳐버리는 때가 있는데, 지나갔다면 후회하지 말아 보아요.

그때의 결정은 그때의 내가 할 수 있었던 가장 최고의 선택이었을 거예요.


오늘 아침 세수를 하며, 오늘 해야 할 일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다가, 오늘까지 모든 프로젝트를 끝내고 내일은 망나니처럼 놀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저만의 일상의 균형을 맞추는 방식이거든요.

저에게 이런 방식은 힘들 때 이겨내려고 하는 것보다 져버리는 거라 할 수 있겠지만, 이게 결국 다시 이겨내는 방법이에요.


지나가버린 일이라면 그때의 나는 그때의 생각이 있었으니 그렇게 했을 거야

내가 생각 없이 저질러버릴 사람은 아니잖아? 하고

그때의 나의 결정에도 존중을 해주기. 그것이 가장 중요한 살아감의 힘 아닐까요?




남을 존중하는 만큼 나에게도 존중과 예의를 표해주기
영원히 남아있는 것은 온전한 나이고
날 넘어지지 않게 지탱해 주는 것도 오롯이 나이기에.
그렇게 살아가는 거야.








오늘도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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