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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양 Nov 27. 2023

백화점 C 양 체험판_22

22화_백화점은 만남을 선물한다.

-본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faction이며 구독자 분들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없었던 일을 꾸며내지 않습니다.  


한 주 무탈하셨나요.

저는 요새 조금 슬프고 조금 아파서 시간을 낭비 중입니다. 날이 추워지니 안 아픈 사람들이 없는 것 같아요. 건강관리에 더 힘쓰세요. 건강한 게 최고입니다.

날이 갑자기 추웠다 풀렸다 변덕을 부리고, 아까 초 저녁에는 비가 내려 기온이 뚝 떨어지기도 했어요.

드디어 유니폼이 동복으로 바뀌었고 핫팩을 창고에 두둑이 쌓아두었습니다.

연말을 준비하는 백화점에선 제가 또 어떤 사람들을 만났을까요? 저와 함께 출근하러 가봐요.



22화_백화점은 만남을 선물한다.


백화점 정문은 큰 의미를 가집니다. 백화점의 첫 얼굴, 화려한 모습과 모든 고객을 성대하게 맞아주는 빛나는 조명과 향기.

많은 사람들이 백화점 정문에서 설렘을 갖고 서로를 기다립니다.

“몇 층 어디”라고 설명해도 되지만 말하기 딱 편한 게 백화점 정문입니다. 딱 하나니까 엇갈릴 일이 없죠.

이곳에서 많이 만나고 또 헤어집니다. 저는 하루에도 수십 번 반가운 환호와 헤어짐의 아쉬움을 듣습니다.

“이야 얼마만이야 보고 싶었어” , “잘 가 연락해, 보고 싶을 거야”

같은 인사말에도 확연히 느껴지는 온도차에 지켜보는 저마저도 덩달아 반가워졌다가, 아쉬워집니다.


서로의 일상을 바쁘게 보내다 아이와 함께 마주하는 애틋한 주말 부부, 오랫동안 보고 싶었던 지인을 드디어 만나게 되어 부둥켜안고 인사하는 어머님들, 두 눈에 사랑이 가득한 서로를 묘하게 닮은 커플들, 몇 번의 전화통화 끝에 만남이 성사된 죽마고우 아버님들, 낙엽만 굴러가도 까르르 웃으며 모든 게 재미나는 교복을 갖춰 입은 햇살 같은 학생들까지.

그렇게 만난 이들은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쇼핑을 하거나 영화를 보겠지요. 이런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다시 정문에서 헤어지는 그들은 아쉬움을 남기고 인사를 합니다.


오늘도 젊었을 적 세상을 호령했을 법한 두 노인의 뜨거운 우정의 반가움을 함께 느꼈습니다.

저분들은 어떤 사연을 갖고 계시길래, 어떻게 아직도 젊었던 그 시절 청년의 뜨거운 눈빛을 백발이 되어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일까요?

존경스럽기도, 부럽기도 한 장면이었습니다. 제가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가 되었을 때 저의 곁에서 소녀의 눈빛을 주고받을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오늘의 퇴근길>

만남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다가 어떠한 연유로 마주해 이어나갑니다.

생활 반경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이 바뀐다거나,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과 모이고 어울리게 되겠죠. 그때는 맞았던 그 사람들이 이제는 맞지 않아 생뚱맞은 길을 서로가 갈 때 저는 조금 슬픔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 사이에 어떤 것들이 작용하여 이렇게 된 걸까 싶은 마음은 그 인연이 좋았던 것이든, 나빴던 것이든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그만큼 또 새로운 공간, 새로운 사람들은 계속해서 생기고 함께 사랑을 나누게 됩니다.


저는 특이하게도 어릴 때부터 부모님 뻘 어른들과 일하는 일이 많기도 했고, 그 덕에 어려운 일에 맞닥뜨려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마다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소중한 인연에 감사하며 제가 항상 “여러분들을 위해 성공하겠다”라고 입에 달고 살던 패기 넘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처음 나온 사회에서 마냥 귀염 받고 자라긴 했던 것 같습니다. 어딜 가나 막내 정도가 아니라 그들의 딸, 손녀였으니까요. 살면서 수십 명의 엄마와 아빠 삼촌들이 있었어요.

늘 그분들께 감사한 마음으로 약속을 지켜야 하니 열심히 살아야 하겠지요.

잠시 잊고 살다가도 제가 어두운 상황일 때 곁을 지켜주고, 무언가를 이루었을 때 나보다 더 행복해해 주시니 그분들을 생각하면 저에게도 보석보다 소중한 인연이 있다는 것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살다가 머리가 복잡해질 때 한 번에 치유할 수 있는 저만의 팁하나 알려드릴까요?

문득문득 그리워지는 인사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용기 내어 전화를 거는 겁니다. 메시지 말고 꼭 목소리를 들어야 해요. 그 반가움과 떨림에서 오는 위로는 절대 텍스트로는 받을 수 없거든요.

짧은 전화 한 통에 사랑하는 마음은 더 크게 차오릅니다. 그들은 내가 언제 전화를 해도 늘 반갑게 맞아주어서 슬픈 시간들이 녹아내립니다.

꼭 뵈러 갈게요. 라며 조금은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하고 아쉽게 전화를 끊는데, 정말 반가운 누군가를 만나 속 시원하게 웃어본 게 얼마만인지…. 그런 시간들이 그리워지는 날입니다.



<타지로 떠나온 나를 위해 삼촌이 전해준 멋진 갈대 사진과, 함께 온 더 멋진 그의 온기>


만남이라는 단어에 경중을 따질 순 없겠지만, 내 세상이 바쁠 때 자연스럽게 챙기지 못한 내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이 커져서 어느 날 갑자기 속상함이 밀려오는 날이 있습니다.

그저 내 앞길이 바빠서, 그리고 그 사람도 그럴 거 기에…라는 나만 아는 배려로 미루었다면, 이제는 그 사람에게 먼저 손 내밀어 주세요.

그 사람도 같은 생각으로 미안함을 안고 작은 틈을 열어두고 있을 겁니다.


누군가의 시간 속에 따뜻함으로 자리 잡아 한겨울의 눈을 녹이는 햇살이 되고 싶어요.
사랑을 나누고, 함께 느끼고,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길 노력할게요.
그리고 당신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오늘도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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