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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양 Nov 20. 2023

백화점 C 양 체험판_21

21화_백화점 직원들의 직업병

-본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faction이며 구독자 분들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없었던 일을 꾸며내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한 주간 안녕하셨나요?

저번주는 서울에 첫눈이 날렸습니다. 저 역시 백화점에서 첫눈을 맞이하였는데, 직원들이 정문으로 나와 첫눈을 보며 즐거워했어요.

선배들의 눈치를 보느라 항상 말라있는 막내들도, 늘 피곤함을 가득 담은 매니저님들도 함께 웃었어요.

그 의외의 순수함과 밝음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날이었습니다.


오늘은 백화점 직원들의 직업병을 적어보았어요. 항상 웃는 미소 뒤편엔 어떤 직업병이 있을까요?



23화_백화점 직원들의 직업병

하지정맥

구두를 신고 오래 서있어서 심해집니다. 아침 출근 때 입은 바지가 저녁 퇴근 때 꼭 낄 정도로 붓습니다. 휴게실 가면 직원들 대부분이 다리를 거꾸로 올리고 누워있어요. 밤에 다리가 저리고 땅겨서 잠을 못 자서 압박스타킹과 발에 붙이는 파스, 하지정맥 개선 약 등 필수아이템입니다.

감사하게도 저희 매니저님이 일본 여행 다녀오실 때 파스를 사다 주셨어요.


족저근막염

위와 같이 구두 신고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구두를 신고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일도 많아 족저근막염이 있습니다. 그 덕에 운동화는 비싼 돈 주고라도 디자인보다 편안함을 우선으로 두게 되었고, 앞코가 답답한 구두 때문에 여름엔 그냥 쪼리신고 출근해서 갈아 신습니다. 서있기만 해도 압정 위를 걷는 것 같은 짜릿한 통증 때문에 집에서는 지압슬리퍼를 항상 신고 다녀요. 퇴근 후 바로 누워버리고 싶다가도 발바닥이 너무 아파 골프공 마사지를 하거나 폼롤러 마사지를 꼭 해줍니다. 안 그럼 다음날 또 압정 위를 걷는 고통으로 일해야 해요.


내성발톱

대부분 유니폼과 신는 유니화는 앞코가 좁은 구두가 많은데, 저는 칼발(엄지발가락이 유난히 긴)인지라 엄지발톱에 내성발톱이 생겼어요.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막내 시절 내성발톱 수술을 했죠. 정말 발가락이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엄청 크게 부풀어 올랐고 깁스를 한 체로 일을 했습니다. 발을 디딜 수 없을 만큼 아팠는데 깁스한 체로 고개들에게 시향지를 나눠주는 행사를 진행했고, 그때 당시 실밥 풀러 잠시 외출하고 들어왔는데 1분 늦었다고 선배한테 혼나서 서러웠던 기억이…..

그러고도 계속 발병되었고 저는 내성발톱에 대해 온갖 자료들을 다 찾아봤고, 지금은 혼자서 관리하고 있어요. 지금도 발끝이 조금 아리네요.


각종 위장병

식사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고객 응대가 늦게 끝나거나, 예약 서비스를 하시는 고객이시라면 시간이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는데요, 11시간을 근무하기 때문에 저는 거의 2끼는 회사에서 먹는데, 불규칙한 식사시간 때문에 위장병이 생겼고, 너무 오래 서있어서 다리와 허리가 아프다 보니 밥 먹고 조금 남는 시간에 자꾸 눕게돼서 역류성 식도염이 생겼고, 저녁밥을 못 챙겨 먹은 날엔 집에서 먹게 되니 너무 늦은 시간에 식사를 해서 다시 역류성 식도염으로 이어졌어요. 기침을 1년 가까이했는데 원인을 못 찾다가 역류성 식도염이었어요. 기침도 자주 하고 목소리도 자주 갈렸습니다.

유산균, 효소, 위염약 등 파우치 필수품입니다.


냉방병

한 여름에 백화점 들어가면 시원하시잖아요?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려고 온도를 맞춰두는데, 저는 원래 추위를 많이타 늘 손발이 차서 여름에도 오랜 시간 맞는 에어컨 바람 때문에 핫팩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요,  또 반대로 히터바람이 너무 뜨거워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기도 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몸살 걸렸냐며 많이 걱정해 주십니다. 하지만 그저 뜨거워서일 뿐…..

직원들이 여름 감기를 많이 걸립니다.


호흡기질환

저는 남성향수에 주로 사용되는 우디향조나 따듯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연출해 주는 파우더리향조에 반응하는데, 이런 류의 향을 많이 맡으면 알레르기 반응처럼 마른기침이 자꾸 나고 목에서 쇳소리가 납니다.

시향회처럼 지속적으로 뿌려야 하는 날에는 목소리가 완전 잠겨버리고, 고객과 함께 시향 할 일이 많으면 되도록 저는 맡는 시늉만 하고 응대하기도 합니다.


무릎 통증

이 또한 구두를 신고 사방팔방 뛰어다니고, 오래 서있다 보니 무릎관절도 안 좋아졌습니다. 통증이 너무 심해서 걷는 것이 힘들었고, 좋아하는 등산도 못했고, 무릎에 물이 차서 물 빼러 다녔어요.


허리디스크

위와 같은 말이지만, 구두 신고 오래 서있고, 가끔 무거운 물건을 나르기도 해서 무리가 갔습니다. 키가 크고 구두까지 신은 저는 매대 데스크가 낮아 노트북 작업 시 자꾸 짝다리를 짚고 어정쩡하게 숙이게 되는데 그 바람에 더 악화된 것 같기도 합니다.

작년 여름에 처음 발병한 허리디스크는 제가 2주 동안 꼼짝없이 누워있었는데 아직도 치료 중입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저번주 진료 때 말씀하시기를, “원래 인간이 통증이 길어지면 좀 다운된다. 환자분만 그런 게 아니니 혹시나 걱정하고 있다면 걱정하지 말라”는 따뜻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위안이 조금 되었습니다. (사람마다 완벽하게 곧은 사람은 없고, 통증이 덜하다 심하다의 차이이니 걱정 말란 말도 위안이 되었어요.)

의사 선생님과 필라테스 선생님이 정말 많이 도와주고 계세요.

정보의 바다에서 주웠어요

그리고 신나(보이는)는 나..... (좋은 거 아닙니다.)



그 외 정신적 상해들

감정 노동자인 저희는 항상 사람을 마주하고 생각지 못한 환경에 노출되기 때문에 멘털과 스트레스 관리에  힘쓰라고 교육을 듣지만, 그에 대한 해결책은 딱히 내려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많으면 많은 대로 사람에게 치이고, 없으면 또 없는 대로 매출 스트레스로 오게 되어 직원들 퇴사율 중 꽤나 많은 부분이 우울증과 번아웃인 경우가 높습니다.





<오늘의 퇴근길>


어떤 오랜 일들의 반복으로 굳은살이 생길 때 그땐 뿌듯한 마음과 어딘지 모르게 서글픈 마음이 공존할 때가 있죠.

사랑하는 일을 하며 얻은 상처는 훈장 같아 뿌듯하고

그렇지 않은 일엔 외면하기 바빴어요. “왜 뜬금없는 곳에 굳은살이 박이지? 속상하다.” 하고요.

하지만 그 굳은살은, 머지않아 시작하게 될 사랑하는 일 중 어쩔 수 없는 아픔이 다가왔을 때 너무 아프지 않게 날 막아줄 겁니다.

많이 아프다가, 무뎌졌다 나중엔 굳은살이 떨어져 나가 처음보다 더 쓰라릴 수도 있어요. 그럼 많이 낙심할 테죠.


다만, 세상이 나만 미워하는 것 같을 때에 너무 노하지 말고, 너무 아파하지 말고, 금세 잔잔해질 수 있기를.
저 푸르던 것들이 갈색이 되고 서리를 맞아 하얗게 되고 다시 녹아들어 푸르게 되듯이 다시 푸르게 꽃 필 그날을 기다립니다.
그저 찬 달을 노려보다 보면 찬 기운 도망가고 해사한 날이 올 테니.



예전에 입시생 시절, 학원비를 벌려고 아이스크림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기계가 오류 나서 뛰어가다가 천장에 달린 레일에 눈 주위를 부딪혔고 피가 조금 났는데, 아픈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이렇게까지 돈을 버는 현실이 서러워 눈물이 났죠.

몇 년 뒤, 백화점에서 일하면서 디스크가 처음 발병한 날에는 회사에서 유니폼을 입는데 하의는 어찌어찌 입었는데 양말을 도저히 못 신겠더라고요? 근데 이 나이 먹고 양말 하나 제대로 못 신는 내가 너무 바보 같고 서러워서 창고에서 펑펑 울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세면대에서 허리를 숙이지 못해 눈뜨자마자 욕실 바닥에 주저앉아 울었던 날도, 지하철에서 허리가 너무 아파 움직이지 못하고 손잡이에 매달려 눈물 훔쳤던 날도 많았어요. 아이스크림 공장에서 일하던 때가 다시 생각났죠. 그때마다 퇴사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살면서 항상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시작한 <해야만 하는 일>이 나를 해친다면 결국 옳은 일은 아니지 않을까?’ 하고.

아직도 그것에 대한 답은 찾지 못하였지만, 그 속에서 오는 배움을 받아들이며, 이렇게 사는 것 또한 빛 볼 날 오리니… 하고 사는 저입니다.




오늘도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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