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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양 Mar 04. 2024

백화점 C 양 체험판_36

36화_그대 기억 속 생애 첫 향수

-본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faction이며 구독자 분들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없었던 일을 꾸며내지 않습니다.  


놀랍도록 날씨는 하루새에 겨울을 보여주고, 놀리듯이 봄을 불러왔습니다.

봄이 오면 모두가 설레고 즐겁다는데, 저는 반대로 슬퍼짐을 체감하는 계절입니다.

점점 가라앉는 몸뚱이와 정신이 애석해 억지로 웃어보기도 하지만 쉬이 행복해지지 않는데요,

하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굉장히 상쾌했어요. 일찍 일어나 영양제를 챙겨 먹고, 출근 때도 잘 먹지 않는 아침 식사도 잘 차려먹고, 밀린 일을 하고, 허리 치료도 다녀왔습니다.

소중한 나를 챙기는 일은, 나를 좋은 사람이라 해주는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36화_그대 기억 속 생애 첫 향수


향수 매장에서 일하다 보면 정말 많은 고객님들의 에피소드를 듣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나도 모르게 오랜만에 손주들을 만난 할머니처럼 이것저것 샘플과 사은품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그건 바로


'처음 사용하는 향수'

입니다.


부모님이, 혹은 부모님 중 한 분이, 자녀의 선물 구매로 오시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 고객님들의 고민거리는 주로


‘향수가 주는 너무 성숙한 듯한 분위기'입니다.


대부분 이런 경우는 비누향이나 샴푸향, 섬유 유연제향처럼 부담 없는 향들 위주로 응대를 합니다.

향수가 아무리 취향을 탄다 해도 나이대별로 선호하는 라인들이 조금씩 나뉘기 때문에,

향으로 먼저 선별 후, 유행에 민감한 연령대이니만큼 요즘SNS에서 주목하는 제품, 잡지에 실린 제품, 셀럽 추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추천을 하게 됩니다.


“학생이니까 너무 어른스러운 향보다는 은은한 향이 좋을 것 같아요.”


“네, 고객님, 제가 몇 가지 추천해 드릴게요.”


그렇게 몇 분의 응대가 마무리되고,


“아무래도 처음 사용하신다고 하시니까 이러한 향들로 추려보았는데 자녀분 마음에 꼭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또 막상 사용하셨을 때 취향에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 일단 가장 작은 사이즈 먼저 사용해 보시기를 추천드려요. 그리고 각기 다른 종류의 샘플을 넣어드릴 테니 하나씩 뿌려보시고 마음에 드신다면 다음에 또 저희 매장으로 방문해 주세요. 제가 꼭! 기억하고 있다가 더 만족하실만한 제품으로 찾아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아이가 좋아할 것 같네요.”


“좋은 선물되세요 고객님.”

 

성년의 날 같은 특별한 날에도 이런 고객님들을 만나게 되지만,

예상치 못한 날에 만나는 이런 고객님들을 보며 처음으로 향수를 사용하게 될, 아직 부모님 눈에는 귀여운 아가일 뿐인 자녀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보여 덩달아 몽글몽글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런 첫 향수를 좋은 기억으로 남겨주고 싶은 욕심이 드는 저는 평소보다 조금 더 들뜬 마음으로 열심히 응대를 하게 된달까요.


여러분은 여러분의 첫 향수를 기억하시나요?


<오늘의 퇴근길>


어릴 적 아빠에게 안길 때마다 나를 감싸주던 불 x 리 향수의 향을 기억합니다.

이토록 향수는 순식간에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놀라운 매개체이기에 그 사람의 첫 향수는 더 특별한 기억으로 남겨주고 싶은 욕심이 드는가 봅니다.


저 또한 처음 향수를 사용할 때가 있었고, 저는 저의 첫 향수의 이름을 명확히 기억하진 못하지만,

교복을 입던 학생 시절, 졸린 눈으로 신발에 발을 구겨 넣으며 책가방을 맬 때 아빠가 제 교복에 칙칙 뿌려주셨던 이름 모를 향수. 그 향과 그 시절의 젊었던 아빠만큼은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어느 사이트에서 헤어진 연인이 뿌리던 향수를 맡게 되면, 갑자기 몰려오는 추억들에 슬퍼진다는 글을 보았는데, 댓글에 너무나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여러분이 잊고 지내던 소중한 기억을 문득 꺼내보는 그 순간에는 행복한 기억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래된 기억은 빛바랬을지 몰라도
언젠가 불현듯 툭 그 기억이 튀어나왔을 때
나도 모르게 그날 참 행복했다고
미소 지으며 곱씹을 수 있는 기억이 많아지길.
미래의 오늘이 그런 날이 되기를.  




봄이 온 것 같은 날이네요. 그리고 오늘의 저도 꼭 그런 날입니다. 행복한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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