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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양 Mar 25. 2024

백화점 C 양 체험판_39

39화_고객이 돈을 안 갚아요.

-본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faction이며 구독자 분들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없었던 일을 꾸며내지 않습니다.  


어제저녁시간대에 첫끼로 한잔 마신 말차라테 때문인가, 잠을 못 자고 동이 트고 나서야 겨우 잠이 들었어요.

피곤한 눈을 하고 지하철을 탔을 때 손녀를 안은 노부부 앞에 서게 되었는데, 그 손녀는 지하철의 모든 타고 내리는 사람들에게 손인사를 하며 까르르까르르 웃었고, 햇살이 비출 때마다 얇고 부드러운 갈색 머리카락이 민들레 홀씨처럼 흩날렸어요. 이런 아기들을 볼 때마다 말이라도 한마디 붙여보고 싶어 들고 다니던 아기 영양제를 두 개 쥐어주고 마음껏 구경했네요.

아가의 밥풀 같은 치아처럼 하찮지만 너무 소중하고 귀여운 월요일 아침입니다.

오늘도 저와 함께 출근해요!


39화 고객이 돈을 안 갚아요.

고객님들은 평소 사고 싶었던 물건이나 사야 하는 물건 등을 구매하실 때 백화점 행사를 잘 확인하시어 사은 행사가 좋은 주에 구매를 하십니다.

시기가 잘 맞으면, 백화점 자체 행사와 매장에서 진행하는 행사가 따로 있어 중복 혜택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그중 가장 예민하게 관리하는 것이 상품권 행사인데 아무래도 현금이다 보니 고객 정보나 진행 여부등을 본사와 실시간으로 공유합니다.

수기 장부도 적고, POS로도 관리하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고객 관리에 힘쓰지만 가끔 고객과의 문제가 생길 때가 있습니다.


환불하는데 상품권이 왜 필요해?

제품 교환이나 환불 시 상품권이 회수가 되어야 하는데, 고객이 결제 시 상품권을 지류로 받지 않고 바로 사용하시곤, 상품권을 받은 적이 없다 하시는 경우입니다.


“나 그날 상품권 안 받았는데 무슨 소리세요? 그리고 환불하는데 상품권이 무슨 상관이에요.”


“네 고객님 지류로 받아가시진 않으셨고, 결제하실 때 바로 사용하셔서 금액 차감으로 이용하신 걸로 확인됩니다. 영수증에 기재되어 있는데 영수증 확인 한번 해봐 드려도 되겠습니까?”


“영수증이 어디 있어요 산 게 언젠데. “


“백화점 어플 사용하신다면 모바일 영수증 확인 가능하신데 어플 사용하고 계신가요?”


“아니요. 모르겠고요. 환불하려는데 상품권 얘기가 왜 나오는데요.”


“아시다시피 저희도 고객님께서 제품을 구매해 주셔서 증정되는 금액대별 증정품이기 때문에 모두 회수되어야 합니다. 저희도 최대한 도와드리고 싶지만 교환 환불이 조금 어려우실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


물론 기억을 못 하시는 분들도 있고 악의적으로 잡아떼시는 고객도 있으며, 결국 영수증에 상품권이 얼마 쓰였는지 나오긴 하지만 대부분 이런 고객님들은 영수증 지참하지 않으시고 교환환불정책이 훨씬 지난 일자에 방문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난감합니다. 대부분 결국 인정하시고 환불해 가시지만, 그 과정이 힘든 법……. 아무래도 고객님도 예민할 수밖에 없는 돈문제이기 때문에 정말 <두뇌풀가동>이라는 말이 이때 쓰이는 것 같습니다. (VOC 절대 안 돼….)


상품권 받은 적 없어요 2

구매 시 상품권을 지류로 수령 후 상품권을 받은 적 없다는 고객님입니다.

이 경우 영수증에도 상품권 내역이 찍혀있지 않아 고객님이 직접 확인하실 방법이 없으나, 저희 쪽 전산 기록이 있어 며칠에 얼마가 지급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상품권 받은 적 없어요. 그때 샘플만 받았어요. 그래서 샘플 그대로 들고 왔잖아요. “


혹은


“상품권은 엄마 쓰시라고 드려서 저한테 없어요.”


심지어 고객이 ‘너희가 상품권 안 줬으면서 임의로 내 정보를 입력한 건지 내가 어떻게 아냐?‘라고 막무가내로 나오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품권 증정 전 고객가입은 고객님께서 매장에서 직접 하시는 거라 여기까지 안내해 드리면 소통이 확 수월해지긴 합니다.

하지만  이런 적나라한 방법은 정말 마지막에 실행되어야 합니다.

<오늘의 퇴근길>



엊그제만 해도 이번엔 정말로 봄이 왔구나 했는데 다시금 몰아치는 비바람에 몸이 한껏 움츠러들었습니다. 휴대폰 알람으로 알게 된 몇 년 전 오늘 사진에는 재킷을 입고 있더군요.

추운 날 맞이한 따뜻한 햇살은 너무나 반갑고 사랑스러워 한껏 온몸으로 껴안아 사랑하였고 날 녹여주었는데, 그러다가도 금세 그를 보내주었습니다.

헛헛한 마음은 달랠 길이 없고,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보고 싶고, 다신 오지 않을 것만 같은 초조함에 자꾸만 아침이 오는 소리를 기다렸습니다.

햇살이 부서지며 내는 파열음은 얼마나 높고 낮은지, 새들이 신나 노래할 때 어떤 노랫말을 읊조리는지 등에 대한 것들에 더 관심이 갔습니다.

이토록 속절없는 것들에도 마음이 쉬이 흔들리는 저인데, 더 큰일이 있을 때는 어찌하려나 막막하다가도, 세상이 이치대로 움직이는 것보다 더 큰 것이 뭐가 있으랴 싶어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아 참, 그러니까 “속절없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거겠죠?


디자인이 꼭 내 것같이 마음에 들어 좋아하지만 재질이 까끌거려 손이 잘 가지 않던 니트를 몇 계절 지난 뒤 까끌거림을 잊고 신나게 입고 나와 온종일 온몸을 긁적였어요.

몸이 간지럽고 발갛게 부어올라 “작년에도 고생했으면서 또 입고 나와버렸네.” 하게 됐죠.

이런 것도 속절없는 사랑 아닐까요?

‘까끌거리고 불편하고 온종일 날 예민하게 굴게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널 사랑하겠지?’하면서요.

속절없는 사랑은 가끔 인생을 로맨틱하게 만들어주네요.


기다림에 익숙할 줄 아는 사람이 되자
초조해하지 말고, 평온한 마음으로 밤길을 산책하다
빛나는 아침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랑을 사랑으로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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