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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양 Apr 01. 2024

백화점 C양체험판_40

40화 9to6 근무가 아닌 근무에서 오는 특별함들

-본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faction이며 구독자 분들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없었던 일을 꾸며내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제 햇살이 눈부시고 길가에 꽃들도 하나 둘 고개를

내미는 걸 보니 정말 봄이 오나 봅니다.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생기로 차오르고, 따스해진

날씨만큼 가슴속 설렘이 차오르나 봅니다.

사랑을 시작하기 좋은 날이라는 봄. 봄 속에서 일상의

소중함을 하나하나 찾아보며 이 봄도 무사히 지내야겠습니다.

오늘도 저와 함께 출근해요!


40화_9to6 근무가 아닌 근무에서 오는 특별함들


오전 시차

근무를 한지 꽤 되었지만, 9시에 출근하는 다른 회사에 비해 출근 시간이 30분이나 늦어서 좋았고, 심지어 출근 후 1시간이나 그루밍 타임이 있어서 좋았고, (집에서 화장 안 하고 매장에서 그루밍하는 시간. 그때 수다 겸 회의, 직원들과의 티타임이 덕분에 자연스럽게 매장이 활기차고 밝아졌습니다.)

그 출근 시간에 익숙해지고 나서는 가끔 있는 <늦은 출근>과, <일찍 퇴근>이 너무 달콤했습니다.


“오늘 C 양 시차야?”


“네 오전 시차입니다~/오후 시차입니다~”


오전 시차 : 11시까지 출근입니다.

출근 시간이 늦으니 지하철이 붐비지 않아요. 빈자리가 없더라도 금방 자리가 나고요. 앉아서는 지하철의 백색 소음을 들으며 좋아하는 책을 읽고, 전날 많이 고되었다면 잠깐 눈도 붙일 수 있고요, 그게 아니라면 창가 쪽에 서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밝은 햇살을 구경합니다. 좋아하는 음악과, 빠른 배경이지만 한 없이 여유롭게 느껴지는 간간이 보이는 초록과 파랑들이 어찌나 아름답게 다가오는지.

미뤄두었던 은행이나 주민센터같이 일찍 문 닫아 가기 어려웠던 곳에서 업무를 볼 수도 있고요, 아침에 일어나 세탁기와 청소기를 돌리기도 하고요. (출근 전 열심히 집안일을 해두고 출근하는 여성이라니! 완전 어른 같고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된 기분)

느지막이 일어나 매일 먹는 구내식당 밥이 아닌 저만의 특별식을 차려먹고 나가기도 합니다. 식대도 아낄 수 있고, 캡처해 두었던 맛있어 보이는 요리를 시도해 볼 수 있어요.

그중에서 제일은 잠입니다. 조금 더 자고 출근할 수 있죠. 전날 밤늦게까지 여유롭게 작업을 할 수 있고, 알람 시계를 두 시간 정도 늦게 맞추며 싱글벙글하다 잠에 들어요.

가끔 자다가 화들짝 놀라며 일어나 시계를 확인하고, 오전 시차임을 알고 휴~ 하며 다시 잠드는 것도 너무 좋아요.

그리고 가끔은 백화점 친구들과 스케줄을 맞춰서 밤늦게까지 회포를 풀고, 숙취와 함께 일어나요.

단체 대화방에 “아 오늘 근무 죽었다.”라는 욕설 섞인 대화와 함께 출근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근 길이 좋은 건, 늦은 시간이라 막히지 않는 지하철, 근무를 마치고 마트에 갔을 때 딱 들어맞는 마감 세일, 야식을 시키기에 너무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시간, 집으로 가는 길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사색할 수 있는 조용한 퇴근길은 저만의 특별한 산책로가 되어줍니다.



오후 시차 : 6:30 퇴근입니다.

깜깜한 밤에 퇴근하지 않고, 노을 지는 해를 등지며 빛나는 주황색 배경 속에서 퇴근할 수 있고요, 집에 돌아와서는 퇴근하는 자동차들을 바라보며 멋진 은하수를 닮은 야경을 볼 수 있어요.

‘이번 주는 어떤 요리를 해 먹을까’ 생각하며 메모장에 쇼핑리스트를 짜두고, 회사에서 일부러 저녁을 먹지 않고 퇴근해서 주린 배를 붙잡고 집 근처 마트에 들러 저녁거리를 장 봅니다.

집으로 와 멋진 요리를 만들어먹고, 영화를 보며 반주를 하는 등 나만의 힐링 타임을 즐길 수 있고, 다른 직종의 회사원 친구들과 근처 술집에서 대화와 소주 한잔 기울일 수 있는 시간도 생기지요.

그럼에도 시간은 얼마 흐르지 않았고, 술 몇 잔에 금세 나른해진 몸이 일찍 잠자리에 들 때면 얼마나 행복한지!

<오늘의 퇴근길>




그저 궁금했던 궁금증인데,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은 봄이 오면 아쉬움을 느끼나요? 모두가 설레하고 좋아하는 이 봄을 싫어하게 되나요?

저는 무엇이든 보내주기가 어려운 사람이거든요.

살면서 되뇌는 말들 중 하나는 오르막 길이 있으면 내리막 길이 있다, 항상 좋을 수많은 없다, 잃는 것이 있어야 얻는 것이 있다, 이런 사람이 있으면 저런 사람도 있다.

등등. 다 비슷한 맥락을 지닌 말들입니다.

자칫 염세적이게 들릴 수도 있는 이 말들은 오히려 제게 삶의 희망을 주는 말이에요.

전 늘 넘어져선 “여기까지 내려왔으니 올라갈 일만 남았다.” 했어요.


아빠의 캠코더에는 양손에 닭다리를 들고 치킨을 먹는 어린 저를 보고 “하나 놓고 먹고 또 먹고 해~체한다~“라고 하셨던 장면이 떠오르네요.

늘 무엇이든 과유불급이다, 둘 중 하나를 놓아야 하나를 취할 수 있다고 강조하셨는데요.

가끔 과열된 저의 일상에 의식적으로 아빠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off를 눌러봅니다.


우리는 일도 사랑도 다 가지고 싶을 거예요.

무엇도 포기하기 싫은 우리들은 적절하게 균형을 잘 유지하며 함께 상승 그래프가 그려지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일 것 같네요.

모두 균형 있는 킵고잉을 기도합니다.


무엇도 다 가지고 싶다면
무엇도 언제든지 놓을 줄 알아야 해
행복도 사랑도 다 가지고 싶다면
나를 먼저 챙길 줄 알아야 해
당연한 말들이 주는 당연함을 쉬이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

.

.

.

한때는 근무시간이 너무 길어서 그에 따른 불만이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걸 얻었으니 하나쯤 놓아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힘들어도, 그 속에서 부지런히 힐링을 찾는 저는 백화점 C 양입니다.

.

.

.

.

그런데 반전. 이번 연도부터 우리 매장도 9to6 근무로 변경됐습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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