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양 Apr 08. 2024

백화점 C양 체험판_41

41화_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본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faction이며 구독자 분들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없었던 일을 꾸며내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드디어 벚꽃이 만개했습니다.

다들 꽃구경 다녀오셨나요? 지방은 일찌감치 벚꽃놀이 축제가 시작되었고 이곳 한강에도 사람들이 즐비해요.

많은 사람들이 벚꽃을 구경하며 사랑을 나누고 마음에 행복함을 하나씩 담아가는 중이네요.

일에 치여 꽃을 보지 못한다 해도 햇살이 따스하고, 꽃들은 휘날리고 , 색이 많아진 사람들의 옷차림이 봄을 한껏 느낄 수 있게 해 주니, 입가에 노래 한 소절 담고 출근해 볼까요?

오늘도 출근입니다.


41화_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고객이 얼추 빠진 것 같은 6시쯤의 한적한 시간,

앞쪽을 바라보고 있는 매장에서부터 뭔가 직원들이 경직되어 있음이 보입니다.

직원 모두는 매장 앞에 나와 공손히 맞이 인사를 하며 준비 자세를 하고 있지만, 눈빛으로 사인을 보내기 바쁩니다.

바로 직원들에게 시비를 걸고 고객들에게 위험한 느낌을 주는 한 고객 때문인데요,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이 손님이 등장함으로써 기류는

완전히 뒤바뀝니다.

직원들은 약간 경직되어 있고, 큰소리가 나지 않아도 직원들끼리 눈빛으로 건너편 매장에게 사인을 보냅니다.


‘유의해야 할 고객입니다 조심하세요. ’


친하지 않은 직원이지만 이럴 때만큼은 일심동체입니다. 사무실 직원들이 내려와 명찰을 떼고 매장을 돌며 동태를 살핍니다.

고객이 지나고 나면 딴짓하는 척하며 다른 매장으로 가 무슨 일인지 파악합니다.

직원들은 대기자세로 매장 앞에 공손히 대기 중이지만 그 고객의 눈에 띄지 않게 시선은 바닥을 보거나 다른 곳을 보고 있고,

그 고객이 들어선 매장에서는 1:1 응대 직원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들이 붙박이처럼 매장 뒤편에 딱 붙어 서서 무언가 신호를 주며 매니저에게 불안한 눈빛을 보내고 매니저는 몰래몰래 손동작으로 뭔가 설명하기 바쁩니다. 저는 괜히 보안팀들이 주위에 있나 둘러보곤 CCTV가 잘 보이는 곳으로 가 서있습니다.


매번 테스트만 잔뜩 하며 직원들을 놓아주지 않다가 제품에 대해 불평을 쏟아내다 말이 험해지고 직원들에게 소리치고 욕을 내뱉으며 매장을 벗어나거나,

세일을 해주지 않아 왜 세일해주지 않냐며 소리를 지르거나,

지나가며 혼잣말로 욕을 크게 크게 소리치거나,

직원들에게 알 수 없는 질문을 하며 일부러 시비를 걸거나,

여자 직원들에게만 다가가 정면에서 뚫어져라 한참을 쳐다본다거나,

여자 직원들만 있는 매장에 안쪽 좁은 데스크로 일부러 지나다니며 1층을 쭉 돈다거나,

거의 매주 방문 해 버스 노선을 물어보고 대답하지 못하면 짜증을 내거나,

생활 쓰레기를 잔뜩 모아 와 버려 달라고 하거나,

물건을 훔친 전적이 있거나.

이런 분들은 수십대의 CCTV(직원) 안에서 쇼핑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제일 피하고 싶어 하는 분들은,

직원들에게 이유 없이 화풀이를 하거나 욕을 하고 위협적 행동을 하는 고객입니다. 이런 고객님은 여러 직원들의 기피대상이 됩니다.

어쩌다 이렇게 아픈 사회가 되었을까요. 이해해 보려 해도 슬픈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의 퇴근길>



추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고, 그래서 겨울을 잘 버텨내어야 한다지요.

이번에도 여전히 봄은 올락 말락 하더니 갑자기 다가왔고,

사람들은 또 언제 갑자기 와서 더위로 괴롭힐지도 모르는 여름을 생각하며 눈치 보듯 봄을 맞았어요.


친한 언니의 임식 소식을 안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아이는 벌써 “엄마, 아빠”라고 해 SNS 피드에 올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힘들어하던 친구의 스타트업은 이제 어엿하게 자리를 잡아, 사람 관리가 더 힘들다고 웃으며 말하는 친구의 얼굴이 자랑스럽고,

익숙한 공간에서 혼자 시간을 오래 보내던 그는  퇴사 후 혼자 전국 여행을 떠나게 되었고, 날아오는 사진들은 저까지 여행지에 데려다 놓았습니다.

꽃 분홍 옷을 입은 저 나무는 한강이 바쁘게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며 가만히 서있는 나처럼 생각 많은 나무인 줄 알았더니, 저렇게 꽃을 피워 무엇보다 예쁘게 웃을 수 있는 나무였다니!

모든 것들이 대견하고 사랑스러운 날입니다.

이 글을 쓰며 그동안 나는 무엇을 했을까? 생각했더니 저도 못지않은 많은 꽃들을  피웠었네요.

우리 모두 아름다운 벚나무.


벚꽃은 잠깐이라 눈부시게 아름답다지만,
그것만으로 사람들에게 눈부신 봄을 선물해 준다.
그 잠깐이 모여 평생의 기억이 되는 걸 보니,
결국 지금의 힘듦은 빛나는 잠깐.
열심히 빛나는 우리가 봄이다.








작가의 이전글 백화점 C양체험판_4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