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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양 Apr 15. 2024

백화점 C양 체험판_42

42화_먹을 복 많은 나란 직원

-본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faction이며 구독자 분들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없었던 일을 꾸며내지 않습니다.  


날이 더워졌지만 매장에 에어컨이 나오지 않아 동복을 껴입은 저희는 손선풍기에 의지해 한 주를 보냈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보면 여름옷부터 겨울 옷까지 보이고, 낮엔 더워하다가 퇴근길엔 꽁꽁 싸맸어요.

이랬다 저랬다 변덕을 부렸고, 오늘은 기어이 비가 쏟아져내리네요?

누군가에겐 반가울 수도, 슬플 수도 있는 날이겠네요?

오늘은 백화점 정휴입니다.

그래도 소소한 얘기 나누어봐요.


42화_먹을 복 많은 나란 직원


가끔 그런 날이 있습니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 제가 ‘오늘은 갑자기 시원한 라테가 마시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드는 날.

아침에 오픈을 해 조금 무거운 몸을 이끌고 있자면 점심시간에 라테를 마셔야겠다 하고 다짐을 하죠.

그런데 그때 단골 고객님 응대를 하게 되고, 그 고객님이 라테를 사 오시는 경험이 있었습니다.

신기하고 기분도 좋고 감사하게 마시게 되죠.


어제는 이런 일이 있었어요.

엊그제 전화로 어떤 고객이 제 이름을 명확히 말씀하시며 제 출근 일을 묻더래요.

근래에 구매하신 고객님들 중에서 특별히 대화를 나누거나 이름을 묻고 가신 고객이 없는터라 ‘누구지?’하면서 궁금해하고 있었어요.

아침에 오픈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대를 하려는데 낯익은 고객님께서 웃으시며 다가오셨어요.

아가처럼 곱실거리는 사랑스러운 잔머리를 가진 고객님이셔서 기억을 하는데,

그 곱슬 잔머리를 뽐내시며 예쁘게 포니테일을 하시고 오셨더라고요.

두 번 본 얼굴이라고 반가움이 들면서, 어제 전화의 주인공이 이 고객님임을 느껴서


“어제 전화 주셨죠?”하며 물었어요.


“네. 제가 그때 사간 향수 사람들이 다 너무 좋다고 했어요. 너무 감사해서 남자친구 선물 사려하는데 안 계실까 봐 전화로 먼저 물어봤었어요. 이름을 봐두길 잘했어요.”


어쩜 말도 이렇게 조곤조곤 예쁘게 하실까 라는 생각이 들며 감사한 마음이 더 들었습니다.


고객님께서 매대 위로 건네는 손에는 스콘이 들려있었고,


“얼그레이 좋아하세요? 입맛에 맞으실진 모르겠지만, 저희 동네에서 맛있다고 유명한 데에서 사 왔어요. 샌드위치 살까 고민했는데 백화점엔 샌드위치 많을 것 같아서…”


배려 섞인 감사한 말에 마음이 따뜻해져서 스콘을 냉큼 받아 들곤,


“저 스콘 너무 좋아해요! 감사합니다!”


하고 남자친구분 선물 응대를 이어갔습니다.

찾으시는 고객님이 많아서 힘들겠다는 고객님의 말과, 전화로 저를 찾는 것이 부담될까 봐할까 말까 망설였다는 말에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했습니다.

개인 명함은 없는터라, 매장 명함에 이름을 적어달라시는 고객님의 말에 이름과 직함을 적어 건네어드렸습니다.

그렇게 마음에 드는 선물용 향수를 구매하시고 매장을 떠나셨습니다.


맛있는 스콘을 보고 있자니 배가 갑자기 고파지면서, 이따가 아메리카노를 한잔 사서 함께 먹어야겠다!라고 생각했죠.


다음 고객님은 남자 고객님이셨습니다.

원래 제가 얼굴을 정말 기억 못 하는데 그 고객님은 제 지인을 너무 닮으셔서 얼굴을 명확하게 기억했거든요?

그분이 매장에 오시자마자 저도 모르게 활짝 웃으며


“안녕하세요 고객님~ 오랜만에 오셨네요!”

“아! 저 기억하세요?”

“그럼요 고객님 저 다 기억해요!”

“못 온 지 오래됐는데 기억하시는구나~”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고객정보를 조회해 보니 2년 전에 오셨더라고요.

고객님은 사용하시던 향수와 다른 향수까지 얹어서 2개 구매하시고 다음에 또 오겠다는 말과 함께 매장을 벗어나셨는데,

몇 분 뒤 손에 커피 캐리어를 들고 오셔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건네시며


“뭐 드시겠어요? 혹시 몰라 두 잔 다 샀어요.”

“그럼 저는 아이스요!”

“하하 그러실 것 같았어요. “

“감사히 잘 마시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고객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그렇게 저는 먹고 싶은걸 다 가졌고, 그날 점심은 스콘과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였습니다.

고객님의 마음이 담긴 음식들이 그날 저의 기분을 포근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가끔 이렇게 먹고 싶은 음식을 생각했는데 우연히 생긴다거나,

하루 삼시 세 끼를 고객님이 주신 음식들로 때우는 경우는 신기한 날입니다.

가끔 있는 그런 날들은 참 재미있는 날인 것 같습니다.


고객님의 커피 한잔, 케이크 한 조각들이 지친 저에겐 엄청 큰 힘이 되었달까요?


<오늘의 퇴근길>

너무 우울해서, 뻔한 헤어스타일을 바꾸면 좀 기분이 나아질까 하고 일 년 만에 들른 미용실에서 선생님을 통해 좋은 얘기를 듣게 됩니다.

세 아이를 둔 가장인 선생님은 늘 저녁에 아이를 위해 기도 하신댔는데,

“저번에 잠 못 잔대서 내가 기도 한번 했는데 좀 잤나?” 하고 물으셨어요.

작은 기도들이 절 움직이게 한 걸까요?

일 년에 한 번 보는 선생님도 절 챙겨주셨는데, 나도 나를 챙겨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요즘 저의 새로 생긴 습관은 아침에 일어나 오늘의 기분을 좌우할 건강한 말들을 내뱉어보는 겁니다.

잠이 덜 깬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며,


“오늘은 행복한 일이 생길 거야! 오늘은 어제보다 더 웃을 거야! 허리도 안 아프고 슬프지 않을 거야!”

라고요.


글로 적으니 조금은 억지스러운 느낌이 있지만, 저렇게 내뱉고 나면 정말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마음이 된달까요?


작은 행복이 모여 큰 행복이 되고,
행복은 그날을 기억하게 만들고,
기억이 모여 일생이 되고,
그것이 곧 행복한 내가 되어줄테니까.


조금은 부끄럽고 입속에서 빙빙 도는 말일지 몰라도 아침에 몇 초 투자로 행복한 날들을 가져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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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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