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화. 명품은 사고 싶지만 드럭스토어 가격으로 해 줘.
-본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faction이며 구독자 분들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없었던 일을 꾸며내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바쁜 한 주 마무리 후 다시 돌아온 월요일 밤입니다.
흔들리는 지하철 속에 몸을 싣고 피곤한 퇴근길이기도 합니다.
평소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저이지만, 날이 더워지면 티셔츠에 슬리퍼를 신고 출근할 생각에 신날 정도예요.
전에는 꼬박꼬박 락카실에서 유니폼으로 갈아입었지만, 지금은 ‘편한 게 최고’인 사람이 되었는데요.
자꾸만 편한 걸 찾게 되는 저는 게을러지는 걸까요? 편의성을 중요시하게 된 걸까요?
가끔 저의 바닥난 기력 때문에 편의성이라는 핑계로 게을러지는 것이 체감으로 크게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그럼에도 출근은 다행히 귀찮지 않네요. 오늘도 출근입니다!
지난 한 주 동안 어떤 시답잖은 일이 있었는지 되짚어봅니다.
향수가 비싸다고 면박을 주시는 분들이 유독 많았고,
내점 고객이 너무 적어 전년, 전월 대비 매출이 너무 나오지 않아 속상해했고,
본사와의 작은 트러블도 있었습니다.
온라인 교육이 있어 매장에서 교육 이수 하랴 고객 응대를 하랴 정신이 없는 날들이고,
그 사이에 틈틈이 은은하게 웃을 수 있는 작은 행복도 누리며 겨우 5월 마무리하였습니다.
6월의 출근 시작합니다!
49화. 명품은 사고 싶지만 드럭스토어 가격으로 해 줘.
백화점으로 오시는 고객들의 이유는 무엇일까요?
백화점의 서비스를 기대하고 일 겁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고객들이 저희에게 바라는 것은 의외의 것들일 때가 있습니다.
샘플과 미니어처 등 백화점에서만 누릴 수 있는 사은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하나라도 더 혜택을 받으시려 하심과 동시에 가격은 드럭스토어의 가격을 제시하십니다.
당연히 저희는 백화점 정가입니다. 하지만 여기가 재래시장도 아닌데 깎아달라고 하면 깎아줄 수 있는 것인 양, 너무나 당연한 태도에 저희는 가끔 할 말을 잃습니다.
며칠 전에는 한 손님이 응대를 받은 후 몇 시간 뒤 매장에 재방문하셨습니다. 재방문을 해주셨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해 기쁜 마음으로 응대를 하고 있는데, 그 고객은 물었습니다.
"세일 얼마까지 돼요?"
"네 고객님, 저희는 세일이 따로 없어서요. 대신 사은행사가 세일만큼 잘 되어있으니 한번 보세요.'
좋은 말로 어르고 달래도 세일은 안 되는 것이니 저희도 해드릴 게 없었습니다.
잠자코 듣고 계시던 고객님은
"그럼 언니 카드로 해줘요."
여기서 '언니 카드로 해줘요'라는 말은 무엇이냐. 백화점 임직원카드를 사용해 직원 할인 가격으로 해달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안 되거든요.
죄송하지만 어렵다며 거절의 의사를 비췄지만, 고객은 의견을 굽히지 않고 조르기 시작했고, 저희는 난감한 상황의 반복이었습니다.
어딘가 에서는 실적을 위해 그런 식의 판매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고객들이 요구를 하는 것입니다.
그 고객이 간 후 저희는 매출도 안 나오는 이 시점에서 고객이 원하는 대로 해드렸어야 했나, 하지만 이건 명백한 금지 조항이다. 등의 혼란스러운 대화를 할 뿐이었습니다.
대부분 선물용으로 방문하시는 고객님들은 대부분 어느 정도 예산을 정하시고 오십니다.
그럼 저희도 응대하기 편합니다. 고객의 명확한 니즈만 맞추면 되니까요.
그러나! 작은 사이즈여도 가격만 맞추면 되는 분들이 있고,
큰 사이즈이지만 가격이 저렴하길 바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정말 택도 없는 가격을 부르시며 큰 사이즈를 원하시는데, 드럭스토어에서 하는 세일기간이어도 그런 가격이 될까 말까 한 택도 없는 금액을 말씀 원하십니다.
영 답이 나오지 않을 때에 저희는 근처 드럭스토어로 가보시라고 응대합니다.
그러면 또 거기서 사는 건 싫다고, "선물인데 백화점에서 사야죠." 하시며 정색을 하시는데,
도대체 왜 백화점 혜택 받길 원하시며 드럭스토어보다 못한 가격으로 해달라고 하시는지,
저희는 매번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지만 오늘도 그저 죄송하다며 고개를 조아릴 뿐입니다.
"나는 저런 어른이 되지 말아야지"
"나는 저렇게 나이 헛먹지 말아야지"
에서
"그럴 수 있겠구나, 그땐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
로 바뀌기까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어린이는 내가 지나온 길이며 노인은 내가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듣고 배웠지만,
평온히 살고 싶은 제게 자꾸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을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어른들은 우리들의 세계를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생각과
"어린아이의 동심은 지키고 살고 싶어."라며 어딘가 어긋난 이 마음이 어쩌면 세대를 굴리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대로 된 생각도 하지 못하던 어린아이에서, 점차 나이를 먹고 노인이 되는 그때, 그 사이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이고, 상처와 치유를 반복했을 테지만, 만물이 여름의 향기에 취해 녹아버리듯이 여전히 더디게 자라 가고 있는 중인 저는 이제야 "그럴 수 있겠구나."하고 생각해 봅니다.
살아가며 끄트머리부터 조금씩 일어나 자꾸만 살결을 거슬리게 할퀴는 날은 반복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부드러워지고, 모두를 이해할 수 있는 바른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오늘도 노력할게요.
못 본 새에 점점 부풀어 버린 마음은
건들기만 해도 통증으로 남아 슬프게 하지만
울렁이는 설렘으로 어디든 나다니던
그날이 되기까지
이 바람에 흔들, 저 바람에 흔들
살랑살랑 춤을 추며 견뎌보겠습니다.
오늘도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