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배우여서, 퇴사합니다. 240901
20대를 가르쳐준 8년 다닌 백화점,퇴사까지 한 달.
안녕하세요. 백화점 C 양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를 드립니다.
신작 준비로 이런저런 구성을 짜다가 “지금 가장 머릿속에 많이 떠도는 이야기부터 발행하자. 그리고 난 백화점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란 생각에 정확히 퇴사를 한 달 앞둔 오늘부터 머릿속 생각 정리 겸 그동안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업로드 일은 출근일을 기점으로 합니다.)
오늘도 저랑 같이 출근해요!
단지 먹고사는 생계유지의 목적으로 입사한 이곳에서 생각보다 많은 배움을 얻었고 의아하리만큼 많이 행복했다.
20대가 다 흐르고, 머리에 피가 좀 마른 상태에서 목표에 대해 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 (이걸 어릴 때도 알았더라면.) 마냥 어른이고 아줌마 일 줄 알았던 나이 앞자리 숫자 3의 압박감으로 우울한 시간도 잠시 있었다. 난 여전히 정신연령이 중고등학생에 머물러있었고 더 이상 늦으면 안 될 것 같은 조바심이 들며 은연중에 퇴사 생각을 한 것 같다.
물론 20대에도 중간중간 퇴사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아주 영악하고 못된 직원에게 데이는 일이 반복될 때, 고객에게 이유 없이 욕먹을 때, 고객이 너무 없어 매장에 정승처럼 서있는 날들이 반복될 때, 허리디스크가 악화돼 서랍장조차 열지 못할 때, 그리고 출근 때문에 오디션장에 가지 못하는 일이 왕왕 생길 때.
그러면서도 망설였다. 회사가 나 없으면 안 돌아가는 것도 아닌데, 스케줄표를 보며 한 달의 이슈를 톺아보기 바빴고 이땐 대목이니 안되고, 다음 달은 행사라서 안되고... 하며 퇴사하기 좋은 안정적인 달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유야무야 다닌 회사에서 자꾸만 브레이크가 턱턱 걸려왔고 그게 회사라는 걸 알면서도 다른 배우들처럼 아르바이트로 겨우 연명하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그 친구들이 잔고에 한숨 푹푹 쉬며 사는 삶이 싫었다. 그 모습이 뜨겁도록 멋있으면서도, 난 저렇게는 절대 못살아 라는 못된 양가감정이었다.
꼬박꼬박 매월 10일 통장에 꽂히는 안정적인 돈이 내게는 한 달을 달릴 수 있는 기름이었다. 한 달마다 연소하고, 다시 채워 넣는.
그 친구들이 꿈을 향해 계속 뛰고 있을 때 나는 그 친구들보다 확실히 어긋난 방향으로 느리게 삶을 태워가고 있다. 사이드브레이크를 채운 체 풀액셀을 밟듯.
그러던 와중 대리님이 내게 말했다.
“한 곳에 너무 오래 있었잖아. 이제 큰 데로 가야지.”
위기를 기회로.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지금이 그토록 바라던 그 타이밍일까?
그래서 나는 이제 퇴사를 하려고.
24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