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엄마는 여전히 꽃이다.

꽃은 져도, 꽃이다

by 이연



엄마가 내 눈을 바라보며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내가 예순이라는 게 믿기지 않아.
마음은 그대로인데, 겉만 늙어간다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아니?”


잠시 말을 멈추고 창밖을 바라보던 엄마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도 빅뱅 좋아하고, 콘서트도 좋아해.

근데 이제는 이 나이에
아이돌 공연장도 혼자선 못 가는 게
조금 속상하더라.”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엄마를 오래 바라보았다.





우리 엄마는,
마음이 늙지 않은 사람이다.


여전히 새로운 곳을 여행하고,
맛있는 걸 찾아다니며,
웃을 때는 누구보다 청량하다.


내 또래보다 더 생기가 넘치고
무언가에 설렐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엄마는 말했다.


“서러워.
이제 늙어간다는 게 너무 서러워.

하느님은 왜 마음도 같이 늙게 해주시지 않았을까.
몸만 이렇게 가는 게,
왠지 억울해.”


그리고 잠시 침묵한 뒤
이렇게 덧붙이셨다.


“아직도 삶이 뭔지 잘 모르겠고,
못 해본 게 많고,
처음 겪는 일도 여전히 많은데...
내 청춘이 지고 있다는 게
참 슬퍼.”


나는 그 말을 조용히 듣다가
작게, 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엄마는 여전히 꽃이야.”




꽃은 피고 진다고
그 의미가 사라지지 않는다.


엄마는
누구보다 찬란하게 피어났고,
지금도 아름답게 피어 있는 중이다.




나는 엄마의 20대를 보진 못했다.
하지만 엄마가 얼마나 단단히 견디며 살아왔는지는
지금의 시간을 보면 안다.


아빠가 가장 힘들던 시절,
엄마는 스스로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40대에 부동산 자격증을 땄고,

50이 넘어서 다시 펜을 들었다.

꿈이었던 일본어 통역사에 가까이 가고 싶다고,
매일 1시간씩 혼자 책상에 앉았다.


그때 우리는 장난처럼 말했다.


“엄마, 3급 따면 일본 보내줄게~”


그런데 엄마는 두 달 만에 합격했다.

놀란 우리는 또 말했다.


“그럼 2급 합격하면 유럽 보내줄게!”


그 후 다섯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공부한 엄마는

그해에
진짜로 2급에 합격했다.




엄마의 그 모습은
시험의 결과보다 훨씬 더 빛났다.


나이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열정은 나이와 무관했고,
새로운 도전 앞에서 엄마는 여전히
청춘이었다.




엄마는 종종 말한다.


“내 청춘은 끝났지만,
너희가 이렇게 빛나는 걸 보니까
괜히 다 기쁘다.”


하지만 나는 안다.
엄마의 청춘은 끝난 적 없다.


그건 지금도
다른 모습으로, 다른 결로,
계속 피고 있는 중이다.




엄마는
청춘을 닮은 사람이다.


견뎌온 시간만큼 단단하고,
아직 배우려는 마음만큼 젊고,
누군가의 빛이 되어주기에
지금도 충분히 아름답다.


엄마는,
지금도 여전히
단단하게 피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나만의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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