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세월이라는 이름의 길 위에서

시간은 발자국으로 남는다

by 이연


세월이 간다는 건

누군가의 발자국을 따라 걷는 길이 아닐까.


우리 집은 삼남매였다.

철없던 우리는 서로 다투기도 하고,

소리 내어 울기도 하며 컸다.


그중에서도 팔삭둥이였던 작은오빠는

세상의 문을 너무 일찍 두드려

가족을 놀라게 했던 아이였다.


그런 오빠가,

어느새 뒤돌아보니

우리 모습을 빼닮은 세 아이의 아빠가 되어 있었다.


울음 많던 오빠가

이제는 가장 먼저 아침을 열고

가장 늦게 하루를 닫는

단단한 아빠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 삼남매 중

가장 말이 없고 조용히 어른 같았던 큰오빠는

지금은 불길 속에서 생명을 지키는

소방관이 되어 있었다.


누구보다 의젓하게,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가는 사람.


그리고 나는…

영원히 철들지 않을 줄 알았던 나는

벌써 20대의 마지막을 걷고 있다.


그렇게, 세월은 흘렀다.


언제나 커다란 산 같았던 아빠는

이제 손주의 이름을 부르며 웃는

다정한 할아버지가 되었고,


영원히 소녀 같을 줄만 알았던 엄마는

손자들의 사진으로 가득한 휴대폰을 들고

가끔 눈물을 삼키는

할머니가 되었다.


세월은 그렇게

조용히 우리 곁을 지나가면서,

닮은 발자국 하나씩

남겨두고 가는지도 모른다.


그게 가족이고,

그게 인생이라는 걸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 발자국을 따라

나만의 걸음을 딛고 있다.


엄마가 걸어온 길을 기억하며,

아빠의 묵묵한 어깨를 떠올리며,

형제들과 나눴던 울음과 웃음을 마음에 품고,


나는 지금, 또 하나의 발자국을 남긴다.


언젠가 누군가가

내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해주기를 바란다.


“너는 따뜻한 사람이었어.

누군가의 꿈을 기억했고,

그 마음을 삶 속에 지켜낸 사람이었어.”


그 말을 듣기 위해,

오늘도 나는

이 작고 평범한 하루를

사랑하듯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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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그렇게 시간을 건너

다시 피어나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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