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나는 강한 줄 알았다

강한 척을 하며 살아온 나, 그 모든 순간 뒤에 엄마가 있었다.

by 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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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인한 사람인 줄 알았다.

한없이 강하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왜냐하면,

일곱 살 때부터 그림이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집안 사정을 알기에,

그 어린 시절,

미술학원을 보내달라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중학생이 되어 공모전에서 상을 받았고,

상과 문화상품권을 들고 집에 오자

부모님은 아이처럼 기뻐하셨다.


그날 이후, 나는 더 열심히 상을 타왔다.

글짓기, 그림, 각종 대회.

상품권을 가져다드릴 수 있다는 그 이유 하나로

몇 년을 악착같이 달렸다.


고등학생이 되어,

며칠을 고민한 끝에 처음으로 엄마께

미술학원을 보내달라고 말씀드렸다.

다행히 허락을 받았고 학원을 다녔다.


하지만 예술고 아이들과 일반고인 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있었다.

스승의 날마다 한우를 건네는 부모들 사이에서

나는 조용히, 아무 말 없이

‘그냥 기분 탓이겠지’ 하며 2년을 다녔다.


입시 두 달 전엔 300만 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다.

말하지 못했다.

그저 조용히, 죄송한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다.


스무 살이 되자

더 이상 부모님께 손을 뻗을 수 없었다.


죄송해서.


그때부터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했다.

대학 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으로, 작업실로.

주말에는 일하고, 남는 시간에는 공부를 하며

매일을 바쁘게 살아냈다.


하고싶은 공부가 생기며

서울로 대학원을 진학했을 땐

자취할 형편이 되지 않아

최대한 시간표를 몰았고

저가 항공 비행기로 통학을 했다.

왕복 몇 시간의 시간을 감내하며,

2년 반을 그렇게 지냈다.


그리고 회사에 취직하고 몇달 뒤,

우리는 처음으로 아파트로 이사했다.

그때 모은 돈을 털어

TV, 냉장고, 건조기, 소파, 식탁 등

모든 가전을 엄마에게 선물했다.


나는 그때까지도

내가 강인한 사람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 모든 시간,

나보다 더 단단했던 사람은

엄마였다.




엄마는 나보다 더 잘 알고 계셨다.


어릴 적부터 내가 그림을 좋아하고

잘 그린다는 걸.


그래서 그 어려운 시절

고등학생이 된 내게 학원을 보내주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하셨고,

말없이 나를 지지해주셨다.

왕복 두 시간 거리의 학원을 매일 같이 다닐 때도,

시간이 나면 함께 동행해주셨다.


대학을 졸업하고 계약직 일을 마쳤을 때,

엄마는 조용히 용돈을 주며 말씀하셨다.


"우리 딸 믿어.

우리 딸이 가는 길이 정답이야.

직업에도 인연이 있어.

너를 알아주는 곳이 올 거야."


나는 강한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그저 강한 척,

어른인 척하며 살아가는

어린아이였을 뿐이었다.


지금은 안다.


진짜 강인했던 사람은

늘 곁에서 묵묵히 나를 바라보던 부모님이었다는 걸.


살다 보면 누구나 자신이 강하다고 믿는다.

그 믿음으로 하루를 버티기도 하고.


하지만,

정작 우리를 지켜낸 건

우리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KakaoTalk_20250712_235102643.jpg 그 시절, 부모님의 미소가 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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