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처음이라는 단어는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내 경험 속 처음을 기억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 두려움을 무릅쓰고 내가 정말 잘했다고
기억하는 처음은
아이를 낳은 일이다.
말보다 감정을 더 잘 기억하는 내게
그날의 기분, 그날의 날씨, 그날의 내 마음 상태는
지금도 내 눈앞에 펼쳐진 듯 선명하다.
아이와 함께 유도 분만을 했던 나는 아프지 않은 배를 아프게 만들어 아이를 낳았어야 했는데 이상하게 그거에 대한 두려움은 생기지 않았다.
첫 아이였고 나의 마지막 출산이었던,
초산이니 우여곡절이 있을까 염려했던 목소리는 내가 순산을 한 덕분에 사라졌다.
아이를 낳은 이른 아침에는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슬프지 않았는데 하늘에서 비가 내린 탓인지
눈물이 났다.
참, 이상하고 묘한 마음이었다.
가을비가 내리는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