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다이어리의 첫 장

손때 묻은 표지를 열자, 나의 지난날이 조용히 눈을 떴다.

by 리온

4년이 넘은 시간.


이사를 끝 마치고 짐을 정리하던 중, 상자 안에 넣어두었던 오래된 다이어리를 꺼냈다. 색이 바랜 표지에는 그 시절의 시간이 고스란히 눌러앉아 있었다.


첫 장을 넘기자 빼곡한 글씨와 함께 서툰 마음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그땐 많은 걸 기록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보다 덜 단단했지만, 그래서 더 솔직했던 날들.


어떤 날의 나는 작은 말 한마디에 하루를 무너뜨렸고, 어떤 날의 나는 괜찮다는 말로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었다.


밖에서는 말이 없던 나는 다이어리 앞에만 서면 유난히 말이 많아졌다. 그 침묵 속에 나는 꽤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다시 읽는 문장들은 조금 낯설고, 조금은 애틋했다. 이미 지나간 날들이지만 그날의 마음만큼은 여전히 숨을 쉬고 있다. 마치 "여기 있어" 하고 조용히 손을 흔드는 것처럼.


하루가 끝나기 전에 이렇게 과거의 나를 마주하는 일은 지금을 사는 나에게 작은 쉼표가 되어준다.


잘 해냈다고, 그때의 나도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말해줄 수 있는 시간이니까.


다이어리를 덮으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오늘의 이 하루도 언젠가 또 다른 '첫 장'으로 남을 거라는 걸. 그래서 오늘도 하루가 끝나기 전, 나는 조용히 기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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