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시간

끝이라는 말은 늘 조용히 다가온다

by 리온

11월의 마지막 다이어리를 채우고 나니 책의 마지막 장만 남겨둔 것처럼 마음이 조용해졌다.


단 한 장.


12월이 눈앞에 얇게 남아있는 느낌도,
달력 또한 얇아졌다는 사실도,
이제는 정말 올해의 끝이 보이는 것 같다.

분명 어제도 하루를 버티고, 오늘도 비슷한 마음으로 숨을 골랐을 뿐인데 주변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가득했다. 시간은 늘 나보다 한 발 먼저 앞서가고 있다.




끝이라는 건 늘 그렇다.
크게 흔들지도, 소리치지도 않은 채
그저 스쳐 지나가듯 우리 곁을 비운다.

우리는 그 빈자리 앞에서 잠시 멈추어
마지막 한 달을 어떻게 채울지 조용히 생각하게 된다.

아직 적지 못한 마음들, 마저 쓰지 못한 문장들,
그리고 올해에 남겨둔 작은 아쉬움들까지
모두 그 한 페이지 안으로 천천히 모인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마지막 장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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