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이 사라져도 웃음은 남아있다. 오래된 사진이 그것을 증명해 주었다.
이사 짐을 정리하던 날, 서랍 속 넣어두었던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 찍은 건지 모를 만큼 색은 이미 사라져 있었지만, 그때의 공기와 마음은 이상할 만큼 선명했다. 사진 속 어린 나는, 오래된 종이 위에서 조용히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은 지금의 나보다 조금 굳어 있었다. 카메라 앞에서는 어떻게 웃어야 할지 몰라 어린 티가 나는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 그럼에도 어딘가 따뜻함이 남아 있었다.
흑백이란 그런 것 같다. 가려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또렷해지는 순간을 남기는 방식인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희미해진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틀린 말일지도 모른다. 색을 잃었기 때문에 마음이 더 선명해지고, 오래된 사진은 때때로 내가 놓쳐버린 나를 다시 보여주기도 한다.
사진을 손에 들고 한참을 바라보다 문득 그때의 나에게 말을 걸게 된다. "괜찮아, 너는 여전히 웃을 수 있어"
색이 사라져도, 시간이 멀어져도 웃음은 이렇게 사진 속에 남아 있었다. 흑백이라서 가능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바랜 필름 속 묻어둔 나의 웃음은 조용히 지금의 나에게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