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힘든 일이 없었는데도 하루가 유난히 길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마 지금 같은 겨울이어 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날엔 의자를 끌어당겨 앉아 있으면서도 마음은 자꾸 다른 곳으로 흘러간다. 시간은 분명 흘러가고 있는데 나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않기로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불안해하지 않기 위해, 뒤쳐졌다고 느끼지 않기 위해 괜히 무언가를 붙잡고 싶어지는 마음을 가만히 내려놓아야 하니까.
오늘은 일부러 하루를 간단히 정리하기로 했다.
잘한 일도,
못한 일도
굳이 구분하지 않은 채 그냥 오늘로 남겨두기로.
해야 할 말을 남기지 않아도,
마음을 문장으로 묶지 않아도
하루는 스스로 끝을 향해 간다.
그 사실이 조금은 안심처럼 다가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하루는 비어 있는 게 아니라, 아직 말하지 않은 이야기들로 조용히 채워져 있다.
아마도 내일은 이 하루의 여백 위에서 다시 무언가를 써 내려가게 되겠지. 오늘은 그저, 그 여백을 그대로 두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