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을 갈망하는 트레이너의 자기계발 이야기
12월 25일 약속 때문에 12월 16일에 운동을 미뤘던 사람이, 12월 31일 여행 때문에 12월 27일에 운동을 미뤘던 사람이 이번엔 다를 거라 다짐하며 다 함께 오는 날이다. 이 열기는 3 주면 다 식는다.
'여름은 끝났고 이번 달 어차피 추석 연휴가 껴있으니 다음 달부터 시작하자'라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9~10월은 헬스장이 가장 한가한 시즌이다.
헬스장의 1년 주기는 정말 놀랍게도 매년 똑같다. 연초에서 연말로, 월초에서 월 말로, 주초에서 주말로 갈수록 헬스장은 한가해진다.
이 사이클은 매년 반복된다. 마치 헬스장의 운영 로직이 원래부터 그렇게 프로그래밍된 듯 관성이 작용한다. 이러한 관성을 깬 소수만이 자신의 몸을 멋지게 변화시킨다.
어젯밤 치킨을 못 참은 자신을 탓하도록 회원을 내버려 두거나, 그들의 약점을 지적하는 게 아닌, 마인드 셋을 해줘야 하는 게 이들의 변화를 바라는 트레이너가 할 일이다.
문제의식과 개선 의지는 누구나 갖고 있다. 난 늘 그들의 다짐을 들어왔다. 다만 '다짐'이라는 행위는 너무 쉽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
다짐은 앉은자리에서 그 즉시 머릿속으로 할 수 있다. 1초도 걸리지 않는다. 비용도 들지 않는다. 날로 저렴해지는 헬스장 비용에 월 5만 원도 안 하는 곳도 많은데 그 돈이 다짐의 비용이라면 비용이겠다.
겨우내 늘어져 있던 몸은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스스로를 힘들게 만든다. 이내 다짐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관성을 깨기 위한 노력의 고통을 겪는 것보다 헛된 다짐을 한 대가로 그 돈을 포기하는 게 훨씬 편한 선택지로 보인다.
왜 매년 이 악순환을 끊어내지 못할까?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정말 열렬히 갖고 싶은 몸이 있는가?'
막연했던 건지 진짜로 강렬한 염원이 있는 건지. 진짜라면 시키지 않아도 기상 시간부터 달라질 거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 설정이다.
목표가 없으면 나의 열망은 기존 삶의 관성에 의해 점차 옅어진다. 터무니없어 보이는 목표도 괜찮다.
다만, 현실적이고 더 선명한 목표일수록 관성을 이겨낼 열망을 유지하기 쉽다.
'설현의 몸매처럼 되고 싶다.'라는 목표를 세웠다고 가정하자. 목표를 세웠다면 그에 대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
계획대로 실행하다 보면 계속해서 고비가 올 것이다 그때마다 흔들리지 않도록 목표를 더 단단하고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들을 확인해봐야 한다.
기한 설정이 없다면 목표가 점차 막연해지고 멀게 느껴지며 관성에 젖어든다. 군것질이 눈에 안 보이도록 다 치워두었는지, 저녁 먹은 뒤 곧바로 양치를 하여 입 맛이 가시도록 칫솔을 손 닿는 위치에 둔다던지 이런 식으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환경 유지를 위해 수시로 확인한다. 고비가 와서 흔들릴 땐 내가 왜 이 목표를 세웠는지 계속해서 물으며 목표를 선명히 만들어야 하고, 목표 달성 후의 내 모습을 상상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대체 언제까지?
그 이후론 쉽다 관성의 방향이 서서히 바뀌며 달라진 생활 패턴이 그리 힘들지 않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어느새 근육이 붙고 살이 빠져 라인이 보이기 시작하는 내 몸이 두 눈으로 확인되는 순간 느껴지는 희열은 도파민을 분비시켜 나의 삶의 질을 향상한다. 삶의 질 향상은 특별한 게 아니다 내가 만족하면 내 삶의 질은 향상된다. 그걸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수단 중 하나가 다이어트다.
이렇게 한번 성공했던 기억은 어떠한 환경, 이슈로 인하여 내 몸이 망가지더라도 다시 앞으로 향할 수 있는 강력한 동력이 되어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쓴 건 다이어트 방법인가 자기 계발서인가?' 사회적 성공을 위한 본격적 자기 계발을 시작한 뒤 내가 느낀 것이 이것이다.
1월 1일마다 다이어트 비법을 찾아 나설 필요 없다. 성공하는 비법을 찾아 나설 필요도 없다. 이미 누구나 그 비법은 다 알고 있다. 알고 있는 그것을 행하기만 하면 된다.
이 세계의 룰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려 노력하는 나는 오늘도 내 인생의 군살을 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트레이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