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읽는 동화책
수현은 버스 안 창가에 기대어 창밖 풍경을 바라보았다.
“오늘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군.” 수현이 한숨을 지었다.
버스는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남산 허리춤을 내려와, 한남대교를 건넌다. 수현은 깜깜해진 하늘 밑 반짝이는 도시숲을 지나며, 검은 강물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검은 강물 위로 도시숲의 불빛이 아른아른하게 비치며, 마치 점점이 수 놓인 두꺼운 이불자락 같이 느껴졌다.
“맞다. 이불을 빨아야 하는데 깜빡했구나. 알람 설정을 해야겠다.” 낮게 읊조린다:
수현이 낮게 읊조릴 때에도, 버스 안 승객들은 검은 뒷모습을 하고, 말없이 앉아있을 뿐이다. 그들의 손에는 밝은 불빛이 한없이 깜빡이는 네모난 휴대폰이 들려있을 뿐. 고요한 차 안에서 쉼 없이 움직이는 엄지 손가락. 귀에는 모두 이어폰을 꽂고, 아무도 말이 없다.
“내가 혼잣말을 하고 있었구나.” 하고 또다시 내뱉은 수현.
“혼잣말도 중독이지.” 그때였다.
깜짝 놀란 수현은 고개를 들어 누군가를 찾아보았지만, 여전히 버스 안은 고요하고, 수현의 자리에서 가장 가까이 앉은 사람을 쳐다보아도, 세 자리나 앞선 사람일 테고, 도대체 누가 말을 한 건지 알 수 없었다.
‘드디어 미쳐가는 건가.’ 수현은 요즘 들어 야근하는 일이 잦았다.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시간을 빼면, 집에 도착하자마자 잔다고 쳐도 5시간 이상 자는 일이 드물었다. 벌써 한 달째였다.
“넌 미치지 않았어. 창밖을 봐. 바로 내가 너에게 말을 걸고 있어.”
‘아, 내가 드디어 정신분열의 경지에 오른 건가. 아무렴 어때.’ 하고 수현은 입꼬리를 비틀며 창밖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