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환상] 투명하고, 미끌미끌한 것 (2)

어른이 읽는 동화책

by 요세빈

수현의 동공이 멈추었다. 하얗고 미끌한 다리가 물 위로 올라왔다가 사라진다. 여자 얼굴 같은 게 희미하게 강물 위에 동동 떠올랐다. 흰자는 없고 검은 자만 가득한 두 눈. 숨이 턱 막히고 심장이 싸늘하게 식는다. 그 반투명한 얼굴이 배시시 웃었다. 다리 위 버스는 여전히 평화로이 도로를 달린다. 그러나 그 안에는 잿빛 얼굴을 한 수현의 눈동자가, 창문에 얼어붙어있다.


“내 얼굴을 하고 있어.” 나지막이 읊조렸다.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온몸에 한기가 도는 것 같았다.


“아니야. 이건 내 얼굴이기도 하지.” 그 허연 물체가 수현의 귀에 직접 말하고 있었다.


“뭐.. 뭐라고? 그게 어떻게..”


“네가 저번에 여기 와서 말했잖아. 한강에 사는 물고기가 몇 마리나 될까? 이 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거 아니야? 그 물고기가 시체를 먹었을 수도 있잖아. 그 환영이 물고기가 되어 유영하고 있다면? 낚시꾼들은 왜 여기서 낚시를 할까? 하고 읊조렸지.”


수현은 아연실색했다. 그건 전에 잠수교 밑을 뛰다가 혼자 강을 바라보며 되뇐 혼잣말에 불과했다. 정말 아무 말이나 지껄였을 뿐이다.


“그게 뭐? 그게 내가 너와 마주하는 이유라도 된다는 건가? 날 어떻게 찾은 거지?” 수현이 약간 짜증 섞인 말로 질문했다. 밤 12시. 버스는 신사역에 다다르고 있었다.


“나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물 가까이 와도 좋아.”


여자의 다리가 물밑으로 사라지고 그 얼굴 같은 미끄덩한 부분도 물밑으로 꺼졌다. 버스는 한강을 벗어나 신사역에 정차했다. 수현은 가방을 여미고, 어두운 표정으로 문에서 내린다. 수현의 자리로부터 세 번째 앞자리에 앉아있던 사람이 고개를 돌려 수현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나 아주 잠깐이었을 뿐, 별 의미는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수현은 왠지 이상한 사람이 된 기분이 들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황급히 내리다가 아스팔트 길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빌어먹을, 무릎이 까졌네. 아우 아파. 으이씨, 뭔 개소리에 넋이 나갔던 거야?”


수현은 방금 한강에서 봤던 것은 그저 자신이 야근에 지쳐 헛것을 봤겠거니 하는 생각에 점점 확신이 들고, 초등학교 이후로 넘어진 적이 없는 것을 깨달으며 오늘 일진이 사나운 것에 너무 화가 나서, 재빠르게 걸음을 옮겨 집으로 향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화가 더 치솟기만 했다. 처음에는 운 없게 넘어진 것에 대한 화였는데, 왜 나는 넘어진 것일까, 왜 내릴 때 앞을 잘 안 봤던 것일까, 오늘 왜 이 구두를 신었을까부터 시작해서 결국 내가 이 회사에 들어온 날부터 이런 일이 예견되었다는 결론에 빠져들게 되었다. 넘어졌다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사실에서 벗어나, 그녀 자신의 인생에 대한 메타포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넘어진 인생.

그게 오늘 하늘에서 내리는 계시처럼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계단을 쿵쿵 올라 옥탑방 열쇠를 힘들게 돌려 현관문을 철컥 열고 닫는다. 캄캄한 방, 현관에 털썩 주저앉은 수현은 신발도 벗지 않고 그대로 방바닥에 몸을 뉘었다.


“아후, 진짜 거지 같네. 다 때려치우고 싶다. 어디로 도망이라도 가고 싶어.” 두 손 가득 얼굴을 부여잡고, 눈물을 삼키며 말했다. 울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마음과 상관없이 두 눈에서 눈물이 방바닥에 널브러진 머리카락 위로 흐른다. 눈을 부릅뜨며 생각한다. 울지 않기로. 울어도 달라지는 건 없어. 하고.


“삐비비비~” 요란하게 울리는 알람 소리.


“참내.” 헛헛하게 웃어 보이는 수현. “슬퍼할 시간도 없어. 빨래나 하라네.”


버스에서 맞춰둔 알람이 울리는 것이었다. 빨래를 해야 한다. 이불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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