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20일

by 이잎싹


/ 오늘부터 '하루를 3일로 쪼개서 살기' 실천하기로 해서 아침에 스케줄을 정리해 보았다.

6시~12시 : 녹음 듣기, 명상, 100번 쓰기, 확언, 청소, 헬스 2시간, 외출준비

12시~18시 : 피부과 진료, 회사 가서 연극대본 제본하기, 오디션 연습,

18시~24시 : 대표님 미팅, 얼굴 피부 마사지, 오디션 연습, 독서, 일기 쓰기, 녹음, 취침

이렇게 보니 오늘 하루동안 많은 일을 했다.

내가 다니는 피부과는 집에서 왕복 3시간 정도 걸린다. 예전의 나는 피부과 다녀오려면 하루를 다 써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의 나는 이렇게나 많은 일을 했다. 아직 분주하고 서투르지만 조금씩 생활패턴을 맞춰나가면 될 것 같다. 그냥 써놓고만 봐도 뿌듯하네 괜히. (계획보다 30분 정도 늦게 잠들 것 같다.)


/ 나는 항상 헬스장 탈의실 50번을 사용한다. 근데 오늘 8시에 갔더니 어제 아침에 내가 락커키에 꽂아두고 깜빡하고 나온 집게핀이 그대로 있었다. 심지어 나는 잃어버린 줄도 몰랐는데.. 대한민국 정말 정직하다. 아침에 우연히 얻은 감동이랄까.


/ 빨래를 돌려놓고 운동을 다녀왔는데 문득 세탁기에 대한 고마움을 느꼈다. 시간의 중요성을 깨닫는 요즘인데 내가 할 일을 세탁기가 대신해 주니까 나는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가. 지하철에서도 마찬가지다. 걷지 않아도 되니까 대본을 보거나 책을 읽을 수 있다. 돈이 많으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구나. 시간을 사기 위해 돈이 많아야 하는 거였구나... 요즘에는 쇼핑하고 옷 입어보는 시간도 아까워 단벌신사로 사는데 퍼스널쇼퍼가 스타일을 위해서 있는 직업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가 오늘 그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그럼 최대한 정확한 대화를 우리 스텝들과 주고받은 뒤에 캐릭터의 외적인 부분이나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들은 온전히 맡겨두고 그 시간에 연기 연습을, 고민을 더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하루종일 까지는 아니어도 단 몇 분이라도 명상을 하거나 또는 그냥 생각을 의식해 보면 진짜 별 생각 다 하고 산다. 한 가지 일을 할 때에도 몇십 개의 생각이 동시다발적으로 튀어나오는 것을 인지한다. 나의 무의식은 내가 의식하지 않는 매 순간에 아주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 그래서 이 무의식이 중요한가 보다. 내가 첫 번째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의식. 그리고 내가 특별히 인지하지 않으면서 하는 모든 생각은 무의식. 그런데 내가 부정적인 사람이라면 몇백, 몇천의 무의식이 다 함께 부정으로 향할 테니 내 세포 하나하나가 얼마나 영향을 받겠나. 무의식을 단단히 붙들고 교육시키자. 웃으며 감사하자.


/ 내일 오디션이라 성훈 매니저님과 픽업 시간을 정하다가 여유 있게 도착해서 기다리면서 대사 맞춰보자고 이야기가 됐는데 항상 이렇게 양해해 주고 도와주는 게 고마워서 고맙다고 했더니 "넹? 언제나 누나를 위해 일하죠ㅎㅎ 내일 뵙겠습니다:)"라고 답장이 왔다. 그 카톡메시지를 읽는 순간 가슴으로 훅 뭔가 물컹하고 뜨거운 게 스며들었다. 어쩜 이리 감사한 사람들이 있을까? 나는 어쩜 이렇게나 인복이 많을까? 내가 어떻게 이걸 다 갚을 수 있을까. 제발 제가 다 갚을 수 있게 해 주세요.


/ 감독님이 고객이라면 나에게 무엇을 사고 싶을까. 외모? 연기력? 분위기? 신뢰? 매력? 어떤 매력? 호감? 즐거움? 그가 나에게 15분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느끼게 해 주려면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그들은 나에게 무엇을 요구했나? 오디션 대본을 보내주었고 2명이서 오디션장에 들어가서 서로 대사를 맞춰서 연기를 해 보이면 되는 것인데 그는 무엇이 보고 싶을까? 그는 나에게 무엇이 궁금할까? 나는 그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 나는 그에게 무엇을 주고 싶은가?

외모 : 단정히, 성심성의껏 예의를 갖춰서 단장한다.

연기력 : 오디션 보기 전까지 내가 어릴 때부터 쌓아온 실력을 토대로 떠오르는 아이디어와 잘 들리는 발음과 감정의 전달력, 상황파악, 분석 등을 모두 종합한 탄탄하고 자연스러운, 나만의 것을 보여준다.

분위기 : 긍정적이고 밝은 분위기인데 차분하고 진중하고 신중하다.

신뢰 : 대본을 얼마큼 준비했느냐, 어느 정도 암기를 했느냐, 믿고 맡겼을 때 어느 정도의 능력치를 끌어내 보여줄 수 있느냐. 성실한 자세와 긍정적인 태도로 꾸준히 체력을 다 해 완주할 것이냐.

매력 : 밝게 웃는 모습, 실제 나이보다 초동안인데 탄탄한 연기력, 말을 또박또박 잘하고 발음이 좋다. 목소리가 독특하고 매력 있다. 대사 전달력과 감정 표현력이 좋고 호소력 있다. 어려 보이지만 진지하고 차분하고 영특하다. 말을 조리 있게 잘한다. 얼굴이 작고 비율이 좋다. 리액션이 좋다.

호감 : 웃는 모습이 밝고 함께 웃게 된다. 리액션이 좋아 대화가 재밌다. 말할 자세보다 들을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

즐거움 : 나와 함께 있는 15분이 마치 1분 50초같이 짧게 느껴지고 즐겁다. 마음을 열게 된다.


왠지 기운이 좋다.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3년 2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