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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잎싹 Mar 18. 2023

2023년 3월 18일

오래된 우정이 좋다.

 


유라는 12살, 초등학교 5학년 때 1반에서 만난 친구다. 이갑교 담임 선생님.

내게 제일 오래된 친구 유라는 대구에 살고 있다. 그래서 친구들 중 제일 자주 못 보지만 가끔 만나면 친자매와 같은 느낌이다. 유라가 14일부터 서울에 와있다. 유라의 친언니는 서울에서 직장 다니며 결혼해서 살고 계셔서 언니네 집에서 지내다가 주말은 나와 함께 보내기로 했다.


우리는 아침 10시에 리움 미술관에서 만났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 W> 전시를 보려고 하는데 사전예약을 하지 않아서 오픈런을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바로 얼마 전부터 현장예약은 받지 않고 오로지 사전예약 관람객만 입장이 가능하다는 거다... 아침부터 한남동 나들이에 나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베이커리도 나오지 않은 막 문을 연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두 잔을 앞에 두고 수다를 떨다가 빵이 나와서 빵 두 개를 골라와서 또 한참을 수다 떨었다. 그렇게 세 시간 정도 시간을 보낸 후 한남동 구석구석 쇼핑을 다녔다. 유라가 가고 싶다던 헤리티지 매장이 (대구에는 없다.) 한남동에 있어서 들렸다가 마침 세일을 하고 있어서 옷 몇 가지를 사고 인생 네 컷을 찍고 명동 하이디라오로 이동했다. 유라가 훠궈를 한 번도 안 먹어봤다고 해서 내가 데리고 갔다. 훠궈를 배가 터지게 먹고서 소화도 시킬 겸 아이쇼핑을 하다가 실버 귀걸이를 사서 나눠가졌다.


오랜만에 친구와 하루종일 쇼핑하고 맛있는 거 먹고 수다 떨며 하루를 보냈다. 유라도 이렇게 온전히 하루를 친구와 놀면서 시간을 보낸 게 오랜만이라고 했다. 우리는 가까운 해외로 여행 온 듯 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지금 일기를 쓰고 있는 내 앞에 편한 잠옷으로 갈아입고 마스크팩을 하며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는 내 친구 유라. 하루종일 다이어트 해야 한다는 말을 열 번도 넘게 하면서 내일은 뭐 먹을까 고민하고 사소한 것 하나도 혼자서는 쉽게 결정 못 내려 서로의 의견을 물어보고 헤어스타일, 피부, 몸매, 남자친구, 가까운 미래와 먼 미래, 꿈, 원하는 것, 여행 등의 이야기 소재가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지만 우리는 아마 할머니가 되어서도 이러고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내가 잘할게 친구야. 나와 친구 해줘서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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