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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잎싹 Mar 26. 2023

2023년 3월 26일


잠을 자기 위해서,

낮동안 열 번, 자신을 극복하고

낮동안 열 번, 자신과 화해하고

낮동안 열 가지의 진리를 찾아내야 하고

낮동안 열 번, 웃으며 쾌활하게 지내야 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극복한 열 가지의 일,

내 마음을 기쁘게 한 열 가지의 화해,

열 가지의 진리, 열 가지의 웃음에 대해 생각한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프리드리히 니체 



/ 요즘 쓸데없는 말을 많이 했음을 반성한다.



/ 성수동 투어를 했다. 우리 포스터, 팸플릿 디자인을 해주신 한별 디자이너님이 우리(배우들과 연출님, 작가님, 터그님)를 데리고 성수동 이곳저곳을 다니며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성수동이라는 지역의 특성, 지명의 유래까지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보통 성수동에 놀러 가면 서울숲에서부터 시작해서 메인스트릿의 맛집들, 카페들만 몇 군데 둘러보고 돌아왔었는데 오늘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옛날 건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메인스트릿과 거리가 있는 쪽의 골목들과 과 그쪽에서 한강으로 통하는 길까지 샅샅이 걸으며 그 동네의 분위기와 냄새를 맡아보았다. 극 중 우리가 뛰어놀던 곳, 다녔던 골목들,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골목, 우리가 살고 있을 법한 건물까지 구경하며 '실제 나'의 어린 시절에 빗대어 '극 중 나'의 어린 시절을 상상해 보았다.

오늘의 성수동 투어 프로그램을 위해 한별 디자이너님께서 우리가 걸을 예정인 거리의 지도를 따로 제작해서 보여주셨는데 그의 세심한 배려와 섬세함에 감탄하고 감사하며 그런 자세를 배웠다.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는 것 같은. 얼렁뚱땅 잘 넘어가는 나 반성.


다 같이 만보 넘게 걷고 커피도 마시고 수다 떠니까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지하 연습실에만 있다 보니 목련이며 벚꽃이며 이렇게나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줄 몰랐는데 덕분에 오늘 꽃구경도 실컷 하고 오랜만에 미세먼지도 없는 파란 하늘에 생각지 못했던 일요일 나들이가 완성되었다.

앞으로 한 달은 지하 연습실에서 초집중을 할 예정이라 오늘의 시간이 더 달콤했다.


/ 나는 아직도 중학교 다니던 여자아이에서 조금도 크지 못한 듯하다.

친하고 편한 사람들과만 관계를 맺을 때는 내가 이제 어른이 된 줄 알았는데 낯선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면 꼭 이렇게 삐그덕거린다. 어른스럽게 행동하지 못하고 생각도 내가 쓰는 몽당연필만큼이나 짧다. 몽당연필을 보니 꼭 나 같아서 그만 쓰고 싶어져 긴, 새 연필을 꺼내 깎아서 쓰기 시작했다.


사실 어른이 되고 싶다는 의지는 없지만 생각을 조심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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